여백 한가운데로 연필을 던져보기도 굴려보기도
바로 세워보기도 하면서
시의 첫 줄을 위해 여백을 간지럽힌다.
글자와 글자사이에 공허함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그냥 시작하라는 말에 그냥 발을 떼지 못하는 이들이
여백 위에서 울고 있을 것이리
어둠에 젖어든 생각이 아니라면
그 여백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없어서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를 쓴다는 건
슬픔을 여백에 바른다고 해야 할지
도 모른다.
슬픔을 위로하다 슬퍼지고 그러다 사랑에 빠지고 이별을 만나 주춤하는 일이 마냥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