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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첫 줄

by 시쓰는구링


여백 한가운데로 연필을 던져보기도 굴려보기도

바로 세워보기도 하면서


시의 첫 줄을 위해 여백을 간지럽힌다.


글자와 글자사이에 공허함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그냥 시작하라는 말에 그냥 발을 떼지 못하는 이들이

여백 위에서 울고 있을 것이리


어둠에 젖어든 생각이 아니라면

그 여백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없어서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를 쓴다는 건

슬픔을 여백에 바른다고 해야 할지


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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