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자귀꽃과 함께 행복하세요

(부부의 금슬을 좋게 하는 합환화:合歡花)

by 우산

창룡문에서 팔달문쪽으로 화성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하얀 털 위에 분홍 물감을 바른 듯한 꽃잎이 하늘거리네요. 팔달문을 지나 화서문에서 장안문으로 가는 길에도 아스라이 멀리 보이는 연분홍 꽃. 자귀꽃입니다.

제가 그 꽃을 처음 본 것은 몇 년 전 수필 수업을 야외에서 할 때였습니다. 요즘 같은 초여름날 원래 도서관 문화센터 강의실에서 하던 수업을 근린 공원 야외 정자에서 할 때였습니다.

정자 옆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가는 잎새 위로 살짝살짝 하얀 송아지 속눈썹 같은 꽃잎이 보였지요. 꽃잎의 끝부분은 여배우가 분홍색 마스카라를 바른 듯한 꽃. 어찌 보면 광섬유 같기도 합니다.

문학회에서 수업을 듣던 생각이 납니다.

선생님께서는 문학회 학생들에게 자귀꽃이라고 이름을 가르쳐 주고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선생님은 원래 시인이신데 제가 보기에는 가르치는데 달란트를 갖고 태어나신 것 같아요. 따뜻하고 나지막한 목소리지만 발음이 정확하셔서 수업 내용 전달이 아주 잘됩니다.

문화재나 동물, 식물에 대해서도 박식하셔서 세상 어디에 가더라도 그곳 관련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어떤 문화해설사 보다 풍부하고 정확한 이야기를 선생님에게 들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자귀꽃 이야기를 하자면, 이 꽃잎을 차로 마시면 혈액순환이 잘 된다고 하네요. 전통혼례에서 신랑 신부가 마시는 합환주(合歡酒)에 쓰이는 재료라고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꽃의 꽃말이 '환희'라고 합니다.

향도 은은하고 심신 안정에도 좋다고 하니 가까이하면 정말 행복해지는 꽃일 것 같습니다.

다른 꽃과 달리 가느다란 실이나, 꽃술 같은 꽃잎이 여러 개 모인 것이 특이합니다. 현미경으로 자세히 보고 싶네요. 만져보니 아기 머리카락처럼 부드럽습니다.

이 꽃의 잎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네요. 40~50개 되는 잎이 짝이 딱 맞아 홀아비 잎이 없고 밤이 되면 잎이 접힌답니다.

집안에 심으면 가족이 화합하고 부부간에 금슬이 좋아진다고 예전에 많이 심었다고 합니다. 꽃의 향도 은은하며 우울증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합환 목(合歡木)으로 사랑받을 만합니다.

중국의 두양이라는 사람의 아내가 남편이 집에 들어올 때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이 꽃잎을 베개 밑에 두었다가 술에 타서 한잔씩 주었다네요.

남편에게 말 한마디 못하고 순응해야 했던 시절, 그 여인도 아마 어머니나 할머니로부터 들은 삶의 기지를 발휘한 것이겠지요.

부부간의 큰 갈등이 실오라기 같이 작은 순간순간의 서운함이나 오해가 쌓여 만들어지기도 할 것입니다.

자귀꽃으로 만든 합환주를 마시며, 사실 요즈음은 와인이나 시원한 캔맥주를 같이 마시는 부부도 많겠지만, 그렇게 서로의 마음에 쌓인 이야기, 순간의 불만을 해소해 간다면 자귀 꽃잎의 분홍색 반달 선 같은 미소가 항상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오천 세대가 넘게 사는 우리 아파트 단지 안에도 올해는 유난히 자귀꽃이 만발합니다. 이 동네에 사는 부부도 금슬이 더욱 좋아지고 화목한 가족의 웃음소리가 넘치길 바랍니다. 특히 2세를 기다리는 부부에게 생명의 축복도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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