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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자유인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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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Sep 28. 2022

서울살이

자유에 대한 고민

내가 서울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기에 돈이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서울로 올 수 있었다. 당시에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 이사를 고민하고 있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서울에 살고 있었던 대학동창 용주에게 근황을 알렸다.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내게 월세의 절반만 내면 자신의 방에서 살게 해 준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인생에는 한 명씩 고마운 사람이 존재한다. 물론 그도 대도시에서 혼자 생활하기 외로웠으리라.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곧장 취업을 할 수 있었고 돈을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 용주가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이사할 돈을 마련해야만 했다. 당시에 보증금이 부족할까 봐 불안했지만 막상 찾아보니 저렴한 원룸이 딱 하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운이 좋았다. 삼 층짜리 상가건물로 좁은 마당을 지나서 계단을 통해서 이 층으로 올라갔다. 세입자의 안내를 받아서 내부를 구경했고 방 자체는 괜찮아 보였다. 내 기준에는 딱히 걸리는 점이 없어서 바로 계약을 했다. 저렴한 금액이라 당장 가진 돈으로 계약이 가능했던 점이 한몫했다. 물론 사람마다 기준이라는 것은 매우 다를 수 있지만. 서울에서 지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금액으로 살 수 있었다. 그때 나는 편견이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내가 사는 동네가 많이 지저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낡고 부서진 가구, 버려진 침대 매트리스, 지저분하게 쌓여있는 쓰레기들이 간간이 보였다. 하지만 이곳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오히려 흔하지 않은 모습들에서 묘한 끌림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까지 번화가의 고층 오피스텔에서 살다가 이 동네를 오게 되면서 그 대비가 더욱 극명하게 느껴졌다. 물론 더러운 것을 볼 때면 반사적으로 눈이 찌푸려지고 불쾌한 적도 많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는 내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무언가가 존재했다. 사람들을 관찰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밖으로 나갈 때마다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기 위해서 눈을 굴려야만 했다. 의식적으로 보지 않으려 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종종 잘 사는 사람을 볼 때마다 그들에게 시선을 빼앗겨버렸다. 그리고 나는 왠지 모르게 자신감 있게 움직이기 위해서 애를 썼다. 그것은 상당히 불편한 일이었다. 당시에 미적 감각을 중요하게 여겼던 자신이 여기서 살고 싶다고 느낀 것이 의외였지만 나중에서야 그것이 아주 필연적인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원룸은 길고 좁은 주방, 좁은 화장실로 전용면적은 좁지 않았지만 가스레인지와 세탁기가 없었다. 전세입자는 자신이 쓰던 가구와 가전제품들은 원하면 그대로 주겠다고 말했고 전부 그대로 놔두고 가면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세탁기는 중고로 구매하기로 했고, 도시가스를 사용하지 않은 대신 전기레인지를 사용하기로 했다. 


몇 년 전에 나는 경주에서 살고 있었을 때 직장을 그만두고서 자유로운 삶을 찾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자유인으로 살기 위해 택한 것은 소설을 쓰는 일이었다. 하지만 대개 그렇듯이 실패를 경험하고서 마치 자신의 눈앞에 커다란 장벽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본업으로 돌아와 직장을 찾게 되었다. 실패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왜냐하면 자신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유로움을 추구했던 어제의 나와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오늘의 내가 너무 달랐다. 지금까지 항상 그 점에 대해서 계속 고민해왔던 것 같다. 문득 잎이 풍성한 고목을 보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주에 살았을 때 매일 그런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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