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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자유인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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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Oct 12. 2022

자유에 대한 외침

남아있던 담배

집으로 돌아와 전에 쓰레기봉투에 버렸던 담뱃갑을 다시 찾아서 꺼냈다. 아침에 마셨던 커피의 찌꺼기 옆에 위치해 있었는데, 거기에 물들어버린 담뱃갑은 절반가량이 젖어 버렸다. 담배를 전부 꺼내어 상태를 살펴봤다. 그리고 그중에서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담배 두 개비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마른침을 삼키며 땅바닥을 보면서 걷다가 적당한 골목에 들어가서 곧장 담배에 붙을 붙였다. 연거푸 뿌연 연기를 내뿜었다. 머리가 점점 어지러워지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몸이 약간 떨리는 듯했다.


문득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몹시 힘들어했었지만 이렇게까지 우울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울컥거림을 억지로 참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입안에서는 씁쓸한 담배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흡연으로 인한 불쾌한 어지러움을 겨우 견디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남아있던 담배를 모조리 찢어 버린 뒤에 쓰레기봉투에 내던지면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렇게 살면서 그깟 소설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야. 내가 통장잔고를 확인하고서 다시 취업을 하게 되고 직장에서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면서 상사에게   먹으려고 눈치 보면서 겨우 쉬는 시간에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내어 소설을 읽어본들 무슨 미래가 있단 말이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달이 쥐꼬리만  월급을 벌어본들 매달 방세를 내고 휴대폰 요금을 내고 이자율이 높다고 추천받은 적금을 다달이 넣어서 도대체 언제 어떻게 돈을 모을 수가 있단 말이야. 젠장. 맨날 외롭다는 말은 하면서 카페에 앉아있는 여자들에게  한마디 걸지도 못하면서 고민만 하다가 집에 간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야. 소크라테스보다 에베레스트가 커피 값이  저렴하면서 맛도  좋다고 해서 그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야. 내가 자유를 추구하는 것만큼 자유인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가게 주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거지 같은 인생. 언제까지 이렇게 커피만 마시면서 미친놈처럼 누가 봐줄지도 모를 글을 써본  어차피 답은 없어.   같은 인생. 엄마는 갑자기 전화로 너는 도대체 뭘로 밥벌이하고 언제까지 그렇게 전전긍긍할 것인지 잔소리를 한다한들 나는 달라지지 않아. 낡아빠진 원룸에 있는 노트북도 훔쳐가고  떨어지는 가난 속에서 허우적대면서 신세 한탄하며 살아간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야. .  노트북 내놔 개자식아. 내가 아침에 눈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글쓰기 강의를 들으면서 응원 한마디에 조그만 방구석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혹시 옆방에 우는 소리 들릴까  눈치 보면서 조용히 포스트잇 종이에다가 뭐라 적어서 벽에 붙여놓는다 한들 그게 무엇이 달라진단 말이야. 이렇게 혼자 살아간다는 것이 나조차 지겨워 죽겠는데 도대체 어쩌란 말이야."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뒤에 마치 숨어있던 누군가 놀래는 기척이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무도 없는  안에서 혼잣말로 죄송하다고 부자연스럽게 말한 뒤에 평소처럼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뜨거운 물로 천천히 샤워를  뒤에 잠자리에 들기 위해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침대에 있는 이불을 펼쳤다. 그리고 나는 피로감에 절여진 채로 침대에 눕자마자 곧바로 기절하듯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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