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빠르게 크고 있다.
어느덧 아이와 함께 한지 만 6년 그리고 내년이면 7년 차가 된다.
예전에 가끔씩 생각났던 것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지금 자주 생각나기 시작한다.
아이가 빨리 크는 게 나에게는 나에게서 멀어져 간다는 느낌을 받아 아쉽고 그리고 무섭다.
아이를 낳은 건 정말 단순히 대부분의 사람들의 살아가는 수순이었고 우리 가정의 신선한 변화를 주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정말 크나큰 태어나서 현재까지 우리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내가 준 사랑보다 내가 이 아이에게 받은 사랑이 더 많은 느낌
아이가 나를 사랑해 준걸 어떻게 표현할까?
이 세상 '나'라는 존재는 보통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기는 힘들다.
물론 어렸을 적의 나는 부모님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커가면 갈수록 그리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상황이 좀 달라진다.
부모님께서는 나에게 효도를 원하시게 된다. 결혼을 하면 효자가 되기를 원하신다.
그러나 난 그러질 못했다. 아무리 무언가 한다 해도 부모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많아질 것이고 결국 나는 어떤 무언갈 해도 효자가 될 수 없다는 느낌이 있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예전에 끝났다.
일을 할 때의 나는 성과를 내야만 주변에서 관심과 사랑을 받곤 한다.
솔직히 일하는 일터에서 사랑을 갈구하는 건 말이 안 되고 돈 벌려고 모인 사람들 사이에 우정은 있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사람 대 사람으로 사랑이 있을 수 있지만 언제가 되었던 어떤 관계이든 간에 그 사랑에는 조건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조건이 지켜지지 않거나 한쪽으로 기운다면 그 사랑의 조건이나 우정의 조건은 깨질 것이다.
형제, 부부,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어렸을 적이나 연예초기 때는 무조건적인 관심과 사랑, 우정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각자의 환경에 따라 조건이 생기고 그에 따라 사랑과 우정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렇게 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사랑과 관심이지만 난 우리 아이에게만큼은 무조건적인 사랑과 관심을 받아왔다.
일반적으로 부모가 당연히 아이를 관심과 사랑을 주듯 나도 그렇게 일방적으로 줘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닐 때 정말 세상이 나를 다 욕한다고 생각할 때에도 아이만큼은 날 따듯하게 반겨주었고 안아주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혼자 고군분투 하며 현재의 상황에 그리고 앞날에 대해 고민할 때 수입도 변변치 않아 자신감이 없고 쭈글이 마냥 신세한탄을 마음속으로 하며 지낼 때에도 아이가 따듯하게 안아주고 반겨주었다.
우리 아이의 무조건적인 사랑. 내가 어떤 사람이건 돈을 얼마나 벌어오건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잘되건 못되건 하다못해 내가 혼내고 나무랄 때에도 우리 아이는 날 사랑해 주었다.
가끔 이런 사랑을 받으며 아이에게 안길 때 난 눈물이 나곤 한다.
이런 온전한 사랑이 아이가 크면 클수록 세상을 알면 알수록 없어질 것 같아 값이 난다.
이 아이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사라지면 너무 슬플 것 같다.
그래서 아이가 빨리 크는 게 나는 싫다.
평생 같이 살자라고 장난 삼아 말도 해보곤 하지만 진심도 조금 섞여있다는 거.
하지만 이런 건 사랑을 갈구하는 이 못난 아빠의 이기적인 마음일 뿐.
정말 아이를 위한다면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알려주고 겪게 해 줘서 나중에 성인이 되어 내 품을 떠나더라도 가뿐하게 시련 따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나의 역할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이 그렇질 않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순수한 사랑을 받는 황금기.
이 좋은 시절이 또 언제 올까 싶다.
그래서 우리 아이와의 하루하루가 나에겐 정말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