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을까, 놓아줄까
어린 남동생을 잃어도 삶은 계속되고 있다.
심연 속으로 파고든 마음을 꺼내어 한껏 상처 냈다가 또 깊이 묻어두기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슬픔을 극복하고 있다. 아니, 극복하는 척한다.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에너지가 넘친다.
친구를 만나고, 일도 열심히 한다. 미루던 병원을 가고, 집도 꾸며본다.
'너 정말 괜찮아? 지금 안 울면 나중에 크게 올 거야'
걱정해 주는 사람들의 말에 호탕하게 웃으며 답한다.
'나 괜찮아, 멀쩡해'
동생을 더 이상 볼 수 없음에 좌절한다.
한 번 터진 눈물이 도무지 멈출 생각을 않는다.
TV부터 태블릿까지 온갖 기기에 밝은 영상을 틀어보지만 소용없다.
그가 좋아하던 커피, 과자만 봐도 마음이 심란하다.
구름이 끼어 어둡던 하늘, 창가에 다가가니 구름이 걷히며 강한 햇살이 내리쬔다.
아마도 동생이 내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
한참을 울다가 스스로의 우울에 매몰된다.
'대신 내가 갔어야 했는데'
울다가 지칠 때면 예쁜 편지지에 구구절절한 마음을 써 내려간다.
'좋은 곳으로 가렴. 거기선 외롭지 않았으면 해...'
뻔한 말들을 늘어놓다가 돌연 이유 없이 부아가 치민다.
'모두가 널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는데
이제와 울고 불고... 대체 무슨 소용이람.'
동생에게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서럽게 울어준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나는 주변의 진심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다신 동생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상실감, 무기력한 내 감정을 마주 보고 인정한다.
동생의 사진을 보며 슬픔에 잠겼다가도 툭툭 털고 일어나 일상을 살아간다.
가만히 누워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누나!'를 부르는 막내의 목소리를 떠올려본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동생의 옷차림, 걸음걸이, 민낯까지 생생하기만 하다.
큰 키에 훤칠한 얼굴, 옅은 미소, 서글서글한 성격까지 어디하나 흠 잡을 곳 없는 완벽한 동생이었다지.
찬란한 서른 살. 시간이 멈춘 동생의 그 시절을 절대 잊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이러한 과정을 하루에 수십 번 반복하기를 3주째.
일상을 되찾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망각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는 것일까.
어찌 된 일인지 동생의 얼굴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희미해진다.
혹 기억이 옅어질까 쉬이 꺼내어보지도 못하겠다.
당혹감과 두려움이 함께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