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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공 Jun 11. 2023

일류 요리사

 마법인가  마술인가  불법(佛法)인가

"아니, 그런 일도 있었어요?"

"네~에! 슬펐죠, 말도 못 하게...."

여사는 잠시, 회상하는 듯 허공을 바라보며 지나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동생도 장사하는 가게에 수시로 와서, 힘든 일을 도와주었기에 그래도 위안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여동생 친구도 같이 왔는데, 술이 취해 횡설수설하다가 울고불고 난리였다.

여동생이 가까스로 달래어 집으로 데려다주고 와서, 여사에게 자초지종 설명을 해주었다.

"언니! 미안해, 친구가 오늘 그럴 일이 있어서....."

여동생의 친구는 결혼 후 가사가 기울어  조그만 잔 술집을 경영하고 있었다고 한다.

남편은 일정한 직업도 없이 늘 술과 도박에 빠져 욕설과 폭행을 일삼고 있었다.

그래서 친구는 가장 아닌 가장이 되어 생활을 위해 돈 벌러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남편도 아니고 손님도 아닌 형부였다.

밤늦게 일 마치고 귀가해서 자는데, 형부가 와서 이야기하자며 피곤한 몸을 만지며 추태를 부렸다.

몸이 천근만근이 되어 잠에 취해 자는 자신을 형부가 강제로 겁탈을 했다고 했다.

거기에서 그쳤는 게 아니라, 자신의 딸까지 형부가 성추행을 수시로 했다.

그래서 딸이 가출까지 하게 되는 지경에 이렀다고 한다.

진짜로 믿지 못하는 게 인간이라고, 가장 절친한 사이가 괴수로 변한 것이다.

물론 친구 언니는 형부와 이혼하고 완전 남남이 되었다고 했다.

지금은 술집도 때려치우고 딸의 행방을 수소문 곁에 딸을 찾았지만 엉망으로 망가져 있었다.

남자에 대한 공포, 불면증과 우울증, 실없이 웃고 완전 정신이 나가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친구는 딸과 함께 생활하면서 어쨌든 딸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술집도 때려치우고,  남편과 이혼하고 친정집에서 딸을 치유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어쨌든 딸의 슬픔과 분노의 감정이 어느 정도 사라질 때까지는 그렇게 살수 밖에 없었다.

동생과 함께 왔을 때 혹시 일자리가 없을까 싶어 왔는데, 자기 신세가 너무 처량해서 말 못 하고 울기만 했다.

그래서 여사는 동생과 함께 당분간 일을 하면서 마음을 챙기라고 위로를 했었다.

여사는 그때 동생 친구일을 떠올리며, 정공에게 말했다.

"남자들은 참으로 이상하죠?"

"사람이 아니죠,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지요."

"여자들을 탐하려는 그런 행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일종의 성중독이죠, 주체할 수 없는 성에 대한 잘못된 탐욕이랄까......"

"남자나 여자나 벗겨 놓으면 모두가 통닭과 똑같은데, 뭘 그리 얻을 게 있다고 한심하죠."

"제 친구 중에서도 성 도착증이랄까, 그런 심한 증세가 있기에 결국 부인과 이혼을 했죠."

"남녀관계에서 성이란 개념을 제대로 교육을 했어야 했지요."

"맞아요, 대대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해요."

"사회적이든 국가적으로 어떻게 계몽을 잘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가족도 성문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가정교육이 필요하다고 봐요."

"어쨌든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지요, 자식들 나무랄 필요가 전혀 없지요."

"맞아요, 생계를 위해서 무엇이라도 해야 된다는 생각도 변해야 되겠지요.

그런데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났죠?"

"10년도 훨씬 넘었죠, 통닭 장사를 한 장 할 때이니깐....."

여사는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지, 계속 추억을 쏟아낸다.

"제가 언젠가 살려고 안 해본 게 없다고 그랬었죠?"

"네~에, 그랬었죠."

"그중에서도 통닭 장사가 최고로 잘되었죠."

"통닭 장사가 수월했어요?"

"아니죠, 통닭 튀기는 것만 해도 끔찍해요."

"그런데요?"

"통닭은 벗겨 놓은 상태는 모두가 똑같죠."

".........."

"튀기고 기름을 입히고 양념을 발라줘야 맛있는 통닭이 탄생하죠."

"결국 통닭의 반전이군요."

"그래요, 통닭이 가장 솔직해요."

"어떤 점이 그렇죠?"

"발가벗은 모습은 똑같고, 멋대가리 없지만, 그 멋과 맛을 살리는 것은 요리사의 몫이죠."

여사는 지난날 고생했든 통닭 장사이야기를 정공에게 자랑스럽게 털어놓았다.

지금은 딸이 대를 이어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자신때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다양하고 특색 있는 메뉴로 매상이 장난이 아나라고 했다.

"그 당시 내가 통닭 장사를 시작했을 때, 이렇게 폭발적인 매출이 되었으면, 그렇게 고생을 안 했을 거예요."

여사는 지난날 고난이 엄습해 오는 것처럼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아이템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지만...."

"그래도 여사의 헌신적이고 집념의 노력이 있었기에 딸도 그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을 거예요."

"맞아요, 그 당시에는 통닭을 그냥 기름에 튀겼는 게 유일한 요리방법이었죠."

"지금은 무려 종류가 36가지나 되었으니 굉장한 발전이죠."

"옛날에는 정말 최고로 맛난 음식이었죠, 지금도 아이들은 통닭을 좋아하지요."

"그래요, 그 당시에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지요."

"맞아요, 생일이나 졸업식 등 특별히 축하하는 날에 나 먹을 수 있었죠."

"옛날 직장동료도 누이가 통닭집을 했어요, 돈벌이가 잘되어 가족들 먹여 살렸다고 했어요."

"그때에는 통닭집도 별로 없었고, 시장에서나 유일하게 먹을 수 있었어요."

"옛날 직장 생활할 때에 봉급날은 꼭 통닭을 사 왔죠, 그러면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어요."

"호호호! 자상한 아버지로군요."

"아이들이 좋아하니깐......."

"난, 아이들이 오히려 엄마를 도와주는 형편이 되었죠."

남편이 사고로 죽고 난 후 여사는 안 해 본일 이 없을 정도로 많은 장사를 했지만, 통닭이 이렇게 딸까지 대업을 할 줄 몰랐다고 한다. 정말 사는 것 자체가 전쟁이고,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 치는 하루하루였다.

그리고 7남매의 장남인 남편이 생계를 꾸려 나갈 궁리를 얼마나 많이 했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직접 자신이 해보니 남편의 자리를 알았고, 그 노고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를 이해가 되었다 했다.

정공은 지난날 통닭이야기로 한 참동안, 여사와 대화를 했었다.

"그래요, 저 또한 직장생활이 힘들고 감옥에 갇혀 있어서 수시로 탈출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다 견뎌내고 정년퇴직을 했잖아요?

"네! 견뎌냈지만, 몇 번이고 그만둘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하는 수 없었겠죠?"

"하하하! 맞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씀이...."

"저도 통닭 장사를 때려 채우고 싶은 생각이 늘 있었죠."

"사람들은 옛날이야기는 추억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과거는 생각하기도 싫고 끔찍하죠."

"과거가 힘들었기에 현재가 행복한 게 아니겠어요."

"그래요, 그건 맞는 말이에요."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다고,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죠."

"통닭 팔 때를 생각하면 그렇죠."

"과거가 먹고사는 문제였다면, 현재는 제대로 된 행복을 누려야 해요.

잘 먹고 잘 사는 게 기성세대의 희망이라면,  인간답게 제대로 사는 게 요즘 세대의 가치관이죠"

"제대로 된 행복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 거죠?"

"지금 젊은 세대들이 그러잖아요, 소확행이라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원하죠."

"아마도 통닭에서 36가지나 변신을 하는 젊은 세대의 아이템을 이해해야겠군요."

"제 딸도 그런 유형에 속하다 보니, 통닭에서 나름대로 소신을 확고히 해 나갔어요."

"따님이 어머니를 닮았나 봐요, 소질이랄까...."

"모르겠어요, 저는 통닭 장사는 먹고살기 위해 했지만, 진작 화초에 관심이 더 많았죠."

여사는 통닭집 울타리 주변으로 꽃이며, 나무며 온갖 식물들을 심고 키우는데 정성을 다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진작 통닭을 사 먹으러 들어오는 손님보다는 화초를 구경하고 어떻게 하면 저렇게 이쁘게 키울 수가 있느냐고 여사에게 묻고 차 한잔하고 가는 게 다반사였다.

그리고 여사는 차를 대접하다 보니 가게 안에 각종 찻잔과 관련 유사 장식품도 치장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여사는 통닭 장사보다는 행위예술가처럼 실내장식과 화초 창조예술에 열을 올렸다

이러한 여사의 타고난 천부적 예술성이 고스란히 딸에게 전수된 것이 아닌가 싶다.

단지 여사의 딸은 매상을 올리기 위해서 그런지 어떤지는 몰라도 통닭에 그 예술성을 투입시켰다고 생각된다.

옛날 국민교육헌장에 '~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란 구절이 있다.

아마도 여사는 소질을 보였고, 딸은 그 소질의 유전인자 계승으로 멋진 기술을 펼쳐 보인 것이다.

정공은 여사의 딸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

통닭을 별미로 진미로 특미의 요리로 변신시키는 것을 보고, 마치 마법이나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고승의 말씀을 인용하면, 수행자는 아무것도 걸치지 말고 훨훨 벗어던져 알몸이 돠라고 한다.

알몸이 되라고 하면 우리들은 또 '알몸'이라는 옷을 걸치려고 한다.

진정한 알몸은 어떤 옷이든 마음대로 입었다 벗었다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와 같이 통닭도 그런 의미에서 생각을 해봄직하다.

언젠가 '무의식이 의식이다.'라고 스님이 말씀하셨다.

이 말을 풀이를 해보면 의식이란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거와 같다.

사람들이 어떤 의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 대상과 생각이 달라진다.

통닭도 그냥 통닭으로 보면 통닭일 뿐이다.

여사의 말처럼 벗겨 놓으면 모두가 통닭인데, 거기에는 멋지고 아름다움이 없다.

여사의 딸처럼 멋지고 아름다움 의식을 가지고 보면 멋지고 아름다움이 탄생되는 것이다.

반면에 여자를 탐욕의 대상으로 보면 성욕이 생기고 성도착증이나 성중독자처럼 변질되는 것이다.

그래서 올바른 의식을 가져야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무(無)다.

무는 공(空)이고, 공은 허(虛)다.

성인군자들도 늘 비워라는 말을 곧 잘한다.

그릇도 비워야 뭔가 채울 수 있고, 마음도 비워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무념무상, 무엇인가를 채웠을 때 보다  비웠을 때의 이 충만감을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했다.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참다운 삶이란

욕구를 충족시키는 생활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삶이어야 한다.

의미를 채우지 않으면 삶은 빈 껍질이다.

정공은 집으로 돌아오면서, 여사와 딸이 그야말로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하여 깊은 생각에 잠겼다.

여사와 딸은 어쩌면 <화엄경> 십지품에서 십지보살행의 난승지와도 같은 것이다.

난승지에서는 보살이 중생을 이익되게 하기 위하여 세간의 기예를 모두 익힌다.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일이라면 모두 열어 보여서 점점 위없는 법에 머물게 한다.

"불법(佛法)도 사용을 잘못하면 마법이 될 수 있고, 세간법도 사용을 잘하면 불법(佛法)이 된다."

고승의 말씀도 있었다.

요리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의 심오한 이치도 이미 깨친 것 같다.

지금 불도 공부하는 자신도 배울 점이 많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물었다.

무엇을 위해 불도 공부를 하는가?

최고의 가치관을 추구하는 공부인가?

최상의 깨달음을 얻고자 함인가?

지금 자신은 불도를 공부하는 학생이 아닌가?

가면과 위선의 옷을 벗고 진솔하게 자신을 성찰해 보았다.

배우는 자세를 벗어나, 결론과 답부터 구하려는 욕심이 앞선 것 같다.

진정한 불자는 탐진치를 여의고 무상보리를 바란다.

방일하지 않고, 하루하루 착실히 배워나가는 것만이 무상보리를 증득하지 않을까 싶다.

미각이나 말과 행동, 이 모든 것은 생각에서 나온다.

좋은 생각은 좋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리고 마음은 허공과 같이 항상 비워있다.

정공은 이렇게 다짐했다.

마음을 좋은 것으로 채워야겠다.

진실된 마음으로 채우고 바른 마음을 가지고 편안한 마음을 유지해야겠다.

고통받는 삼악도를 하루빨리 여의고

어리석은 삼독심도 하루빨리 끊어버리고

닦고 닦은 선정지혜, 크고 넓은 보리심으로

한량없는 공덕바다로 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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