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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

2025.07

by 온다


오늘 하루는 꼭

시원한 곳을 찾아

편하게 운동하고 싶었다


돌아오는 길을 걷는데 땀범벅이 되어

어서 집으로 돌아가야지,

중얼거렸다


뜨거운 바닥에 주저앉아 녹아내리던

비둘기 한 마리가

까무러치듯 눈알을 굴렸다


바로 옆,

그늘의 경계선 안에 있던 친구 비둘기가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발을 내딛지 못한 채

친구의 시선에 맞춰 이리저리 바삐 움직였다

애타게 말을 걸었다


더위를 먹은 걸까 싶어

길 건너 편의점에 물을 사러 다녀온 사이

둘은 사라지고 없었다


나를 따라 움직이던

비둘기의 빨간 눈동자는 아직

그 자리에서 뒹굴었다


공원의 분수대에서 멈춰 섰다

미처 물줄기가 뿜어지는 구멍을 못 보고

등짝을 시원하게 적셔버렸다


순간 마음이 녹아내렸다

이제 온몸을 적셔도 되겠다고 생각하니


젖은 양말을 벗고

맨발로 물을 밟고 맞았다

시원함보다 후련하게


그 무언가 지켜내야 한다고 다그치던

본분 같은 것들이 본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언젠가 내가 생각했던 나는

바다

녹음

물밑의 방울

이런 것인데


이야기 속의 동물들은

언제나 자기 꾀에 지 스스로 넘어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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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