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영업왕 11년간 수상자’가 전하는 ‘비법’ 12
나는 항상 탁상달력에 그날의 실적이나 중요한 것들을 메모했다. 메모하는 습관은 좋은 것 같다. 뇌를 덜 쓰게도 해 준다. 해야 할 일들을 기억에만 의존하면 잊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나는 그날 해야 할 일들은 포스트잇에 적어 당일에 처리하고, 끝나면 지우개로 지우곤 했다.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이 탁상달력에 놀랐다. 달력 상단에 ‘썩어버린 쓰레기’라고 큰 글씨로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매달은 아니지만 두어 달에 한 번 정도는 그렇게 적어 놓았었다. 그 이유는 스스로 반성하기 위해서였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나 역시 일을 할 때 100% 만족하기는 어렵다. 술을 많이 마셔 다음 날 일에 지장을 줬거나, 사소한 실수로 일을 망친 날도 있었다. 그러면 그 달의 탁상달력에 ‘썩어버린 쓰레기’라고 적어놓고, 그 이유를 작은 글씨로 덧붙였다. 이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내 다짐이었다.
하루의 실적이 적더라도 계획대로 일했다면 괜찮다. 하지만 100건의 실적을 올린 날이라도 어리석은 실수를 했다면,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엄격해지기 위해 이런 과격한 방법을 사용했다. 만족하는 순간 무너질 수 있다. 남에게는 관대하고 칭찬할 점을 찾되, 자신에게는 냉정하고 차갑게 비판하며, 때로는 자책하는 것이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화’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화는 일종의 강력한 에너지다. 어느 날 밤 8시, 나는 지쳐서 마지막 한집만 더 영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이 한집을 영업하고는 집으로 돌아가야지, 아니면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마지막 고객은 짜증 나고 고약한 사람이었다. 일도 잘 풀리지 않았고, 나는 기분이 완전히 나빠졌다. 하지만 기분이 나빠지며 어떤 에너지가 생겼다. 그 짜증 나는 고객 때문에 나는 오히려 더 힘이 생겼고, 한두 집을 더 돌며 영업을 할 수 있었다.
그 고약한 고객이 나에게 일할 에너지를 주는 땔감이 되고 은인이 된 것이다. 참 재미있는 일이 아닌가? 마치 유도의 되치기처럼, ‘화’라는 에너지를 이용해 나를 더 움직이게 한 것이다. ‘썩어버린 쓰레기’도 비슷한 원리다. 실수를 되새기고 반성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동력으로 삼아 에너지도 끌어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