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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원 Oct 15. 2021

시간 아끼는 비법

‘글로벌 영업왕 11년간 수상자’가 전하는 ‘비법’ 13

돈으로 시간을 살 수만 있다면 난 살 것이다. 아무리 비싸더라도 말이다. 물론 너무 비싸면 못 산다. 아무튼 시간은 내게 돈이었고 시간은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다. ‘천재는 없다’고 내가 얘기했지 않았던가. 일을 하고 살아오며 느낀 것이지만 영업력, 기타의 어떤 능력들은 개개인의 차이가 극히 적다. 100M 달리기 1등과 2등의 차이를 보더라도 영점 영 몇 초 차이지 않던가. 남들보다 잘하기 위해선 아주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엄청 많은 방법들을 만들어 냈다. 100M 1,2등의 차이처럼 이 작은 시간들의 차이가 나를 ‘아시아 태평양 세일즈 챔피언 11년간 수상자’로 만들어 줬다. 이른 은퇴를 가능하게 해 줬다. 타임머신은 없지만 난 타임머신을 탄 듯이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중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a. 밥을 먹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난 18년 동안, 좋아하는 찌개류와 전골, 국밥 등을 과감히 포기했다. 뜨거운 것은 먹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 번씩 주말이나 생일 같은 때만 먹었다. 가장 빨리 나오는 곳은 김밥천국이나 백반집이며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비빔밥과 냉면, 덮밥과 백반류이다. 거의 이것들만 먹었다.


b. 더 일을 하고 싶을 때는 식당 가는 것도 포기한다. 즉 밀어먹는 김밥 두 개를 우유와 사서 이동할 때, 즉 운전을 하다가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차에서 먹는다. 편의점의 전자레인지에 데우려면 10초에서 20초가 걸리기 때문에 18년간 한 번도 데워서 먹어본 적은 없다. 은퇴한 뒤 최근에 편의점 김밥을 데워먹은 적이 있다. 아, 맛이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이를 진작 알았더라면… 그래도 안 데워서 먹었을 것 같다. 김밥을 데워서 먹고는 ‘그땐 그리 살았었지’라는 과거 생각에 살짝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c. 열변을 토하는 영업 중에는 전화를 못 받을 때가 많다. 영업인이기 때문에 부재중 전화는 반드시 전화를 드려야 하는 입장이다. 어차피 이동해야 할 때, 즉 운전하며 전화를 드린다. 블루투스 때문에 양손은 자유롭다.


d. 서류 정리 작업등은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마다 차에서 한다. 모이면 이 시간들도 꽤 크다.


e. 아침 출근길과 저녁 퇴근길에 막히는 길로 인해 우린 길에서 엄청난 시간을 날려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이 주로 아침엔 출근하고 저녁엔 빠져나가는 강남으로 집을 얻었다. 비싸더라도 강남의 역삼동에서 10년이 넘게 전세를 살았다. 이로 인해 내 동선은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반대가 됐으니 거의 막힐 일이 없었다.


f. 10개가 넘는 모든 와이셔츠의 색깔은 흰색이다. 가장 친근감이 있는 무난한 색인 데다가 아침마다 어떤 색을 입을지 고민할 시간을 줄여준다. 정장도 한벌, 구두도 단 하나다. 고를 시간이 아껴진다. 구두는 끈이 없는 구두만을 신었다. 끈 풀리면 시간을 또 써야 하기 때문이다.


g. 외근을 다니며 마실 커피와 물, 음료 등은 전날 밤에 미리 사서 차에 갖다 놓는다. 편의점에 들어가면 고르고 계산하고 주차하고 등등의 시간이 꽤 많이 들어가니 그렇다. 게다가 외근 다니면 하루에 한 번만 가겠는가.


h. 갈 곳들을 전날 밤에 정해놓고 내비게이션에 하나하나 찍어 놓는다. 하루에 여러 곳을 다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내비 찍는 데만도 다 합치면 매일 10분에서 20분이 넘게 소모된다. 그리고 한쪽 방향으로 동선을 정할 수가 있게 된다. a라는 장소에 갔다가 c라는 장소에 간 뒤 b라는 장소에 가게 될 것을, 지도를 미리 봐 두면 짧게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이 파악되므로 a-b-c 순서로 갈 수가 있게 된다.


i. 그날그날 운전 중에도 끝내지 못한 서류 작업들은 밤 11시가 넘어서 퇴근 후에 집에서 하거나 일요일에 한다. 외근 다녀 보신 분들은 알 것이다. 외근을 다녀와서의 서류 작업이나 사무업무 등이 하루에 몇 시간씩 걸린다는 것을. 이럴 때도 원칙이 하나 있다. 음악을 듣지 않는다. 음악을 무척 좋아하지만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하면 아무래도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운전할 때도 음악을 들으면 일에 대한 다른 ‘구상’들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과감히 포기한다. 현재는 은퇴를 했으니 귤밭에서 글을 쓰다가 도시락을 먹는 시간에는 라디오를 켠다. 엄청난 축복이다. 밥 먹으며 음악을 들어 본 적이 스무 살 이후로는 요즘이 유일하다.


j. 내 회사 사무실에는 양해를 최대한 얻어서 가급적 안 갔다. 실적을 많이 내고 죽도록 일하는 것을 회사에서도 알기 때문에 배려를 얻을 수가 있었다. 회사로의 출퇴근 시간 등만 벌어도 매일 2시간이 아껴진다. 회사에는 평균적으로 1년에 1번 정도만 갔다.


k. 회사를 안 가니 중요한 서류 등은 매일 아침마다 집으로 배달 오시는 ‘행낭’을 이용한다. 우체국 등에 가는 시간과 등기로 붙이는 시간 등을 절약할 수 있다.


l.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과의 통화도 일요일에 몰아서 한다. 할 얘기들이 있으면 미리 메모해 둔다.


m. 주유소는 무조건 밤에 간다. 미리 기름을 넣어 둔다. 낮에 주유하게 되면 10분 이상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n. 친구들과의 만남은 주말을 이용하며 가급적 우리 동네로 부른다. 이동할 시간에 일을 2시간은 더 할 수 있다. 대신 밥은 내가 산다. 친구들도 내가 시간을 쪼개서 사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들 이해해준다. 고마운 녀석들이다.


o. TV는 늘 없었다. 2015년까지 없이 살았다. TV로 인해 엄청난 시간을 뺏긴다는 걸 알 것이다. 결국 결혼하며 와이프를 위해 샀다. 하지만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개그프로를 보라는 한의사분의 권유로 인터넷을 통해 한동안 개그프로를 봤고, 그로 인한 치료효과를 크게 봤으니 TV를 무조건 ‘바보상자’라고만 정의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


p. 여자 친구는 3~4주에 한번 만나는 것으로 미리 정해놓고 만나왔다. 그래서 다 떠났다.


유일하게 나의 이런 점을 이해하고 배려해 준 여자친구는 지금의 와이프가 되었다.


q. 식료품과 생필품 등은 유통기한을 고려한 선에서 최대한 미리 많이 사 둔다. 마트에 한번 가는 것과 10번 가는 것은 어마어마한 이동시간의 차이가 난다.


r. 사소한 일까지 모든 일에 순서를 정한다. 버려지는 시간들과 버려지는 동선들을 아낄 수가 있다.


s. 친구 등의 누군가가 특별히 보고 싶을 때를 제외하고, 술이 먹고 싶을 때는 주말에 집이나 혹은 감자탕집에서 혼자 먹었다. 뼈다귀 해장국과 소주 한 병을 마시면 어느 정도 술에 대한 욕구가 충족이 된다. 괜히 지인이라도 불러서 함께 마시려면 약속 정하고, 만나고, 게다가 술자리도 혼자일 때보다는 길어지는 등의 시간을 허비하는 효과가 생겨서이다. 삼겹살 등의 고기가 먹고 싶을 때는 새마을 식당에서 혼자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2인분 이상을 시켜야 되는 새마을 식당의 규정은 있다.


t. 피치 못할 평일의 술 약속이 생긴다면 무조건 금요일 밤으로 한다. 혹시나 과음하게 되더라도 다음날에 대한 부담이 적어서다. 만약 7시 약속이면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9시나 10시에 간다. 대신 미안하기 때문에 술값은 내가 낸다.


u. 나에게 있는 에너지를 ‘다 쓰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몸에 과로에 대한 신호가 자주 왔다. 눈을 뜨고 있는 것이 힘이 들 때도 자주 있었다. 출장 중일 때는 퇴근 후 모텔에서 반신욕을 하며 서류 관련 일을 한다. 주말에는 근처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거나 마사지 샵을 간다. 피로를 빨리 풀어주면 일을 더 할 수 있어서 결론적으로는 시간을 버는 길이다. 가수 ‘비’가 무대가 끝날 때마다 실려가듯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고 한다. 에너지를 ‘다 쓴’ 것이다. 결국 그렇게까지 했으니 비는 월드스타가 된 것이다.


v. 세수는 물로만 한다. 비누칠이나 거품 나는 제품 등을 쓰면 시간이 훨씬 더 소비된다. 아침과 저녁에 세수하는 시간을 합쳐도 10초 이하다. 처음엔 미끌거려도 이 방법에 피부는 곧 적응하게 된다.


w. 지갑을 쓰지 않는다. 지갑에서 돈이나 카드를 빼는 데에도 시간은 허비된다. 카드는 와이셔츠 주머니에, 현금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결제할 때마다 5초씩은 벌 수가 있다.


x. 고객들과의 대화를 위해 18년간 매일마다 경제기사를 읽어왔다. 또 투자를 위해 재테크 공부를 해왔다. 적어도 매일 30분은 말이다. 이 30분 중에서 화장실 갔을 때를 활용하면 10~20분은 아낄 수가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니 활용이 더 편하다.


y. 지하철로 한 두 코스인 곳은 가급적이면 걷는다. 빠른 걸음으로 말이다. 시간을 아껴 쓰자면서 무슨 얘기냐고? 기초 체력이 튼튼해야 한다. 빠른 걸음은 빨리 걸음으로써 시간을 아낄 수도 있지만 모든 운동 중에서 가장 몸에 좋다고 한다. 감기 등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감기 등에 걸려서 하루 이틀 일을 못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미리 체력을 길러 놓으면 잔병에 안 걸리므로 그만큼 더 일을 할 수가 있다. 그럼에도 감기에 걸렸다면 빨리 치료되는 방법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녹차다. 녹차의 효능도 대단하지만 그보다는 따뜻한 녹차가 식을 때까지 코앞에 대고 있는다. 그럼 그 뜨거운 증기와 녹차의 효과까지 더해져서 콧속의 바이러스를 어느 정도는 제거해 준다. 두 번째는 소주다. 아플 때는 밥을 평소보다 조금 더 먹고 소주 한두 잔을 반주로 먹는다. 피를 회전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빨리 나을 수가 있고 의사에게도 확인한 부분이다. 다만 의학적으로 밝혀진 것까지는 아니고 내 주장이 일리는 있다고 하셨다. 세 번째는 긴 잠이다. 길게 자면 아무래도 회복의 속도가 빨라지므로 이땐 시간을 아끼지 말고 푹 자야 한다. 결국 그 잠으로 인해 빨리 나아서 일을 할 수가 있다면 오히려 시간을 버는 것이다.


z. 친구를 만날 때 난 항상 서류뭉치를 들고 다닌다. 왜냐면 친구가 5분, 10분 늦게 올 수도 있고 내가 일찍 도착할 수도 있다. 그 자투리 시간들을 이용해서 일을 할 수가 있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도 그렇다. 버스 기다리는 동안, 지하철 타고 가는 동안, 그리고 혼자 식사할 때는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까지의 그 시간들을 활용해서 일을 하는 편이다. 그 5분, 10분은 결코 적지 않은 시간들이다.



하루에 80시간씩 일을 했다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평일엔 늘 15~20시간을 일했지만 남들의 4~5배 강도로 일을 했으니, 사실상 매일 80시간씩 일한 셈이고 그로 인해 10배씩 벌었다는 얘기였다. 그 ‘4~5배의 강도’에는 위에서 언급한 ‘시간 아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5분, 10분은 쉽게 볼 시간이 아니다. 이번 장의 a부터 z까지만 계산해봐도 하루에 몇 시간 이상을 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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