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승원 Oct 15. 2021

썩어버린 쓰레기

‘글로벌 영업왕 11년간 수상자’가 전하는 ‘비법’ 12

난 항상 작은 달력, 즉 탁상달력에 그날의 실적이나 중요한 부분들을 메모해 놓고는 한다. ‘메모’, 이걸 습관화 해 놓으면 엄청 좋다. 많은 것들이 정리가 되고 뇌를 굳이 더 쓸 필요가 줄어들지 않겠는가. 기억만 해 놨다가 놓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할 일들 중에서 당장 해야 하는 것들은 따로 포스트잇에 적어서 가급적 그날그날 해버리고, 하고 나면 지우개로 지우고는 한다.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놀라는 게 탁상달력이다. 가장 윗부분에 큰 글씨로 ‘썩어버린 쓰레기’라고 적혀 있는 달이 제법 많아서다. 매달은 아니지만 한 달 건너 한 달 꼴로 적혀있을 정도다. 스스로를 자책하고 비판해서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나 역시 일을 할 때 100% 만족할 수는 없다. 최선에 최선을 다하지만 그래도 술을 많이 마셔서 다음날 일에 지장을 준 적이 있는 달이나 바보 같은 사소한 실수로 일을 약간이라도 망친 날이 생긴다. 그럼 그 달의 탁상달력 상단에는 어김없이 큰 글씨로 ‘썩어버린 쓰레기’라고 적어놓고는 그 옆에 작은 글씨로 그 사유까지 적어놓는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내 의지다. 하루 동안의 실적이 적더라도 내가 생각했던 대로 일했다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50건이나 100건의 실적을 올린 날이라도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면 그건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방법으로 난 다소 과격한 방법을 썼던 것이다. 


만족하는 순간 무너질 수 있다. 완벽했다면 만족해도 되겠지만 완벽은 불가능에 더 가까운 단어지 않겠는가. 상대는 관대하게 바라보고 칭찬할 점을 찾되 나 스스로에 대해서는 냉정하고 차갑게 바라보며 때론 비판하는 것도 성장에는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화’가 났을 때는 좋은 활용방법이 하나 더 있다. 일을 하다가 느꼈던 부분이자 그로 인해 잘 활용했던 기술인데 가 일종의 에너지라는 것이다. 잘 생각해본다면 화가 날 땐 그 ‘화’도 일종의 에너지였음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유도의 되치기와 비슷하게 이 ‘화’를 땔감으로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밤 8시에 체력이 다 소진돼서 마지막 한집만 영업을 가보자고 다짐을 했다. 정말로 이 한집을 영업하고는 집으로 돌아가야지, 아니면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 마지막 장소에서 짜증 나는 고객을 만나서 일도 잘 안 풀렸고 기분이 완전히 나빠져서 그곳을 나오게 됐다. 하지만 기분이 나빠지면서 어떤 에너지가 생겼다. 이건 ‘화’를 한 번이라도 내 본 분들은, 즉 모두들 생각해보면 ‘아하 맞네’하고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 ‘화’난 에너지를 이용해서 한 두 집을 더 영업하러 가는 것이다. 어라, 분명 나는 지쳐서 쓰러질 듯했는데 그 고약한 짜증 나는 고객으로 인해서 ‘화’라는 에너지가 발생했고, 그것을 이용해 일을 더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밌지 않은가. 그 짜증 나는 고객이 좋은 땔감을 제공해 준 은인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앞서 얘기한 ‘썩어버린 쓰레기’도 비슷한 원리이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되새기는 효과도 있지만 그 달력의 글을 보며 에너지도 끌어올릴 수가 있다. 

이전 11화 역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