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그냥 하면 됩니다
결론부터 시작해 보자면 그렇다. 일이 죽도록 싫다면, 그건 시작부터 그 선택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직업 선택의 우선순위가 돈이라 가정했을 때, 가령 내가 돈을 많이 주는 금융권에 종사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참고로 나는 재정업무를 정말 증오한다. 내가 한 연구소에 재직했던 당시 어린 나이었지만 연구소의 특성상 10억에 가까운 사업비용과 연구소 운영, 회계 (를 제외하고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홀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하지만 단 돈 100원이라도 남의 돈을 만진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 분명 쓴 만큼 넣고 뺐는데 왜 분장은 맞지 않는 건지, 법카가 내 손에 들려있고 그 뒤처리 역시 내 몫이라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기회가 주어지진 않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재정 관련 업무는 근처도 가지 않을 것이다.
나의 경우지만 나는 이상형보다는 '이것 만큼은 안돼'라는 몇몇 가지의 기준이 어떤 이성을 만날 때 적용한다.
공감능력이 사이코패스 수준으로 떨어지는 사람이라던가, 욕설, 폭력, 외도 라던가 그런 기준을 갖고는 있다.
(그래서 아직도 수 년째 연애를 못하고 있는 걸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기준을 정하는 이유는 하나다. 그 사람 고유의 기질과 포기할 수 없는 부분. 그 부분을 '나쁘다'라고 인식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도 '나쁜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저런 확인 작업들을 다 거쳤는데도 불구하고 나와 맞지 않으면, 그것은 '나에게' 나쁜 사람 혹은 나쁜 일인 것이다.
그랬을 때 나에게 맞는 일을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하는 것이 괴롭다면 외부적 요인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내 예쁜 입에 육두문자를 달고 살게 하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던가, 일은 너무 좋은데 조직이 엉망진창이라 하루도 야근을 빼먹을 수가 없을 정도라던가, 의외로 내가 고려했던 직업 선택의 기준 중 우선순위에서 밀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 혹은 내가 버틸 수 있는 나의 내적 강도 이상의 직무일 수도 있다.
일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무척 행복한 축복이다. 하지만 그 일이 싫다고 해서 일도 그 일을 싫어하는 당신도 나쁜 것은 아니다. 틀린 것은 없다. 다른 것일 뿐.
이렇게 나는 늘 내가 사랑하는 내 일을 두둔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