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세미나 후기
3개월 넘게 이어온 글쓰기 세미나를 마쳤습니다. 8월 5일 대전에서 1기 첫 모임을 시작으로, 11월 22일 줌으로 3기 마지막 모임을 했습니다. 각 세미나마다 4회씩, 총 12회의 모임을 했네요. 여기에 22명에 달하는 작가님이 참여하셨습니다. 함께 해 주신 작가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1기 : 샤인젠틀리, 김보영, 유랑선생, sweet little kitty, 회색토끼, 소위 김하진 작가님
2기 : 아호파파B, 빛날현, 정윤, 오지의, 컬러코드, 김라마, 오이랑, 붕어만세, 제노도아, 아름다움이란, 백수광부, 이른아침, 꿈꾸는 나비, 리인 작가님
공지에서도 밝혔듯, 이 세미나는 앞으로 쓸 글쓰기 코칭 책의 밑그림이기도 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게 권유했거든요. “집필하기 전에 글쓰는 사람들의 고민부터 들어봐라” 그러면서 트레바리, 넷플연가 같은 유료 플랫폼을 추천해 줬습니다. 하지만 저는 유료라는 조건에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제가 그만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확신도 없었고, 글쓰기에 돈을 결부시키는 것도 내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브런치에서 해보기로 했어요. 이곳에는 작가로서 저를 아는 분들이 그나마 있으니, 말만 잘하면 최소한의 인원은 모일 것 같았습니다.
물론 걱정도 되었습니다. 글쓰기 귀신들이 모인 브런치에서 이렇게 어설픈 기획이 먹힐까 싶었거든요. 게다가 저는 브런치의 비인기, 아웃사이더(아호파파B, 오지의 작가님피셜) 작가이기도 했고요. 고민 끝에 나름 계산해 본 결과는 이랬습니다. “나랑 친한 두세 분에, 이제 막 브런치를 시작한 한두 분만 더한다면, 어찌저찌 세미나라고 해도 되겠지?” 이 정도 각이 나온 뒤에야 비로소 공지글을 올렸어요. 일주일쯤 올려봤다가 신청자가 없으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슬쩍 내리겠다는 퇴로도 생각해 두었고요.
그런데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공지글 올리자마자 많은 분이 신청해 주셨거든요. 처음에는 오프라인을 염두에 둬서 딱 6명에서 끊어야 했는데요. 이 1기의 대성공에 고무되어서 2기도 해보기로 했습니다. 다만 1기 때 공고하자마자 칼같이 끊어버린 게 영 마음에 걸려서요. 2기는 100% 온라인으로 하되, 원하는 분은 다 같이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1기의 두 배가 넘는 14명이나 모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북미 지역에 거주하시는 두 분도 뒤늦게 신청했는데요. 이분들은 한국시간에 맞추기가 어려워서 따로 3기로 분리했습니다. 결국 도합 22명이나 되는 작가님들과 세미나를 하게 된 셈입니다.
참여한 작가님들의 면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익히 잘 아는, 뛰어난 필력을 가진 고수들이 대다수였거든요. 그중에는 책을 이미 냈거나 내실 분, 등단하신 분, 많은 구독자를 가진 분도 있었습니다. 세미나를 준비한 저도 의문이 들 정도였는데요(“아니 이분이 왜 굳이 이 세미나를…?”). 결국 초보용으로 준비했던 발제문의 퀄리티를 대폭 끌어올려야 했어요. 이 갑작스러운 벼락치기가 고되기는 했지만, 그만한 보람도 있었습니다. 워낙 수준 높은 작가님들이 참여하신 덕분이지요.
세미나는 제가 준비한 발제를 기본으로, 작가님들과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글쓰기의 지침을 담은 발제문들은 모두 제 경험과 원칙에 따라 쓴 것이었어요. 물론 이게 관점에 따라서는 논란의 여지도 있을 만했는데요. 어차피 글쓰기에 정답이란 없으니, 이걸 출발점으로 삼아 논쟁을 벌여보자는 취지로 밀고 나갔습니다. 발제문에서는 글쓰기의 기술적 요령도 다뤘지만, 그보다는 작가가 갖춰야 할 삶의 자세와 글쓰기 철학에 더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제 글을 쓰려는 초보자라면 몰라도, 이미 일가를 이룬 브런치 작가님들이라면 이게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방향이 옳았어요. 제가 제기한 논점들에 작가님들이 활발히 의견을 내놓았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고민과 해법을 나누는 공론과 연대의 장이 만들어졌거든요. 처음부터 저는 이 기획을 글쓰기 ‘강의’가 아닌 ‘세미나’라고 이름 붙였는데요. 제가 누굴 가르칠 능력도 안 되거니와, 일방향의 수업보다는 쌍방향의 토론이 더 시너지가 크리라고 생각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작가님들의 열성적인 참여 덕분에, 최초에 의도한 세미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여담이지만, 이 세미나에는 또 다른 동기도 있었습니다. 제가 느끼는 브런치 작가들의 어떤 경향 - 작가들을 동료로서 존중하기보다, 자신의 명성과 영향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삼는 태도 - 에 대한 반발심입니다. 제 이전 글들을 읽어보셨다면 이 문제의식이 뭘 의미하는지 짐작하실 겁니다. 예컨대 맞구독을 해주지 않으면 곧바로 구독을 취소하거나, 알맹이 없는 고통 서사를 앞세워 공감과 응원을 유도하는 방식 등이 그렇습니다. 이곳이 오직 글로써 평가받고 승부를 보는 플랫폼이라면, 그런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브런치가 출간작가로 성공하기 위한 발판 이전에, 동료 작가들이 서로의 글을 자유롭게 비평하고 토론하는 공동체이기를 바랍니다. 제가 준비한 세미나가 이러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세미나가 대학과 대학원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신입생 시절, 저는 선배들이 이끈 세미나에서 처음으로 사회과학 글쓰기를 배웠습니다. 생각해 보면 선배라고 해서 꼭 그래야 할 의무는 없었는데요. 그분들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제 글을 꼼꼼히 봐주었고, 이것이 제 글쓰기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조건 없는 지식 나눔’의 힘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맺을 수 있는 최고의 관계라고 여겼습니다. 작가님들과 함께 한 이번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밤늦게 모여 글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위로까지 건네던 순간들에는, 어떤 울림이 있었습니다. 저를 글쓰기로 이끌었던 그 시절 세미나의 감성이 되살아나는 듯했습니다.
세미나가 끝날 때마다 작가님들께 간단한 후기를 부탁드렸습니다. 일종의 고객만족도 평가 같은 것입니다. 원래는 책을 준비하는 제가 세미나의 모든 과정을 기록했어야 했는데요. 발제와 진행만으로도 여력이 없어서, 결국 못했습니다. 그래서 죄송하게도 작가님들에게 직접 요청하게 되었어요. 형식이나 길이는 상관없고, 키워드만이라도 좋으니 짧게 적어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후기를 정성 들여서 써주신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카톡과 메일로 주신 분도 있었지만, 브런치 글로 쓰신 분이 더 많았습니다. 저로서는 브런치 생활을 하면서 가장 감동받았던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제 글을 마치며, 세미나에 참여한 작가님들의 후기를 엔딩 크레딧처럼 덧붙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작가님들과 구독 이전에 동료로서 이어지기를, 그리하여 작가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샤인젠틀리 작가님
소위 김하진 작가님
아호파파B 작가님
정윤 작가님
오지의 작가님
컬러코드 작가님
오이랑 작가님
붕어만세 작가님
이른아침 작가님
꿈꾸는 나비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