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넘어졌다
손날과 바닥이 살짝 찢어졌지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홀연히 일어났다
그리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오직 앞만 바라보며
누군가에게 웃음이 되었을
나의 추함이 남겨진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 안 가
다시 넘어졌다
찢어진 바지와 손날과 바닥 상처 틈으로
검은 석재 가루들이 박혀있었다
돌에 걸린 것도
무언가에 부딪힌 것도 아니었다
단지 신발끈이 풀려있었다
시선과 상처에 집중하느라
내게 상처 준 것을 알지 못했다
나는 나로 인해 넘어진 것이다
석재 가루들을 털어내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신발끈을 조여 맸다
그리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이따금 신발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