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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Aug 02. 2024

 브런치 1년

살구가 떠나고 홀로 남은 자두와  고양이 들, 그리고... 나

                                            #1. 자두, 살구 

우리 집에 온 지 두 달 무렵쯤의 자두와 살구

2012년 9월,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의 아이들 '살구'와 '자두'를 데려 왔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감정이 앞선 선택이었고 그렇게 이 아이들은 나와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또 그렇게 12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한 기쁨과 슬픔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갑니다. 이 아이들은 그렇게 커갔고, 그리고 늙어갔고 그중 한 아이'살구'는 늙고 병들어 2023년 7월 12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살구'를 보내고 2023년 8월 2일 나는 브런치 글쓰기 시작했습니다.

        

                                                  #2. 살구

작년여름 세상을 떠난 살구

2023년 7월 중순 세상을 떠난 '살구'의 자리는 텅 비었고 물리적인, 실제의 자리보다는 마음의 자리, 공허함이랄까 아쉬움이랄까... '살구'에 대한 미안함 같은 게 꾸역꾸역 몰려왔고 내가 잘 못해서 떠났다는 자책감까지 들며 상실감은 더욱 배가 가 되었습니다. 아픈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아플 때 그 고통을 해결해주지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더욱이 눈을 감을 때 아무도 없이 혼자 

떠났다는 것까지 더해져 한동안 살구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려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지금, 1년이 지났고 세월이 약이라고... 살구한테는 미안하지만 점점 살구에 대한 마음이 옅어져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또 사람은 그런대로 사는가 봅니다.

                                                   #3. 자두

혼자 남은 자두

그렇게 혼자 남은 '자두'는 같이 살던 친구 '살구'가 떠난 것을 봐서 인지 행동변화가 일어나더니 밥도 안 먹고 종일 잠만 자는 등... '자두'도 이별의 고통을 겪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사실 '자두'는 '살구'와 사이가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니었고 '자두'가 일방적으로 '살구'를 공격하는 경우가 많은 사이였음에도 그 후 '자두'에게 

이렇게 이상한 변화가 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길냥이 '호피'가 자두 우리로 들어와 종을 초월한 우정으로  

다시 기운을 차린 '자두'는 건강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더니 둘은 찰떡같은 궁합으로 산책도 같이 다니며 동네의 스타 커플이 되기도 하고 한겨울 추위 때는 '호피'는 '자두'네 집에서 동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두'는 시간이 가면서 이젠 행동도 점점 느려져 작년까지는 산책 시 논두렁에서 매번 개구리를 한두 마리를 잡아내더니 올핸 아직 한 번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행동이 느려진 겁니다. 성공률 0%... 풀숲에 움직임이나 냄새로 포착을 하고 두 발로 덮치고 입으로 잡아내곤 했는데 요즘은 매번 실패하고 개구리는 유유히 도망갑니다. 그러다 논두렁이나 밭고랑에서 미끄러지면 이젠 내가 잡아끌어 올려주어야 합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세월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겨우 '호피'가 오면 신이 나 몸의 움직임이 좀 빨라지긴 합니다만 

대개는 어기적 거리며 느릿느릿 움직입니다. 병원에 가거나 외출을 해야 할 때 예전엔 차문을 열면 자기가 

홀짝 올라타더니 작년부터는 내가 안아 올려 태워주어야 합니다. '자두'도 이젠 만 12살이니 사람나이로 치자면 80이 훨씬 넘은 나이입니다. 그래서... '자두'와도 언젠가는 이별을 해야겠죠... 그게 너무 두렵습니다.

그 순간이 알람처럼 다가오는 것 같아 요즘 자두만 보면 가슴이 찌릿찌릿해져 옵니다. 

피할 수 없다는 걸 아니까, 그걸 맞이해야만 하니까요.

                                                                           

                                        #4. 턱시도, 그리고 아이들

현관 앞에 와서 밥을 달라고 한 턱시도

그전 2022년 12월에는 길고양이 '턱시도'가 와서 현관 앞 데크에서 밥을 달라고 해서 이 애에게 밥을 주기 

시작하여 시작된 길고양이들과의 인연도 1년 하고도 반년이 더 지나갔습니다. 평소 내 삶이 고양이들과 엮이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고 고양이를 키우겠다는 생각도 전혀 없었습니다만... 바로 이 애 '턱시도'가 어느 날 와서 현관 앞에 앉아 버티던 것 때문에 엮인 고양이와의 관계는 이제 '치즈 들', '호피', '블랙이 들', '고등어 가족', '삼순이 가족', '최강신예'등 여러 아이들로 넓혀지고 또 이 애들 중 몇몇은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육아를 하고 떠나고 또 새로 오고 했습니다. 그중 '턱시도'는 내겐 첫사랑처럼 각인이 아이고 아직도 현관 앞 데크에서 살고 있고(고등어 가족에게 자릴 내주고 잠길냥이 생활하기도 했지만 이제 고등어가족이 떠나고 다시 왔습니다) 그리고 '자두'를 활기차게 만들고 살려낸(?) '호피'도 정이 특별하게 가아이고 또 

온 지 1년이 넘은 '치즈 1,2호'도 순둥이에서 수컷 빌런으로 거듭난 '블랙이 2호'도 특별하고 무엇보다 만삭으로 와서 밥을 먹다 새끼를 낳고는 육아를 무사히 마치고 애들을 떠나보내고 자신도 다시 길냥이로 돌아간  고등어'고등어'가 떠난 자리다시 꿰차고 새끼들을 데려와 육아를 하는 '삼순이'특별한 

아이입니다. 다만 이제는 오지 않는 아이들이 마음에 걸리는데 '블랙이 0, 3호'와 '최강신예'가 바로 아이들입니다. 그저 어디서든 험한 꼴 안 당하고 건강히 살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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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리고 나의 1년

그렇게 1년이 흘렀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이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기록했지만 정작 나는 성장하거나 커간 건 없고 늘 감상적이기만 했습니다. '자두', '살구'를 제대로 준비도 없이 데려와 좌충우돌 시작한 것처럼 사실 브런치도 무슨 준비를 하거나 대단한 각오를 가지고 한 게 아니었습니다. '살구'를 보내고 상실감과 제대로 

케어하지 못하고 보냈다는 자책감이 몰려와 가슴이 아플 때... 그저 '살구'와 '자두'의 이야기를 써보리라... 

마음먹고 시작한 게 브런치였습니다.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한 브런치에서 생각지도 않게 따스하고 행복한 

글들을 읽고 또 위로도 받고 또 엄청난 글들 속에서 정말 좋은 글들을 발견해 내는 기쁨도 맛보고 그 작가님 글에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도 쓰며 좋은 분들과 교류(?)하는 행복한 느낌에 정말 어찌 1년을 보냈는지 모르게 지나갔습니다. 엄청난 내공의 작가님들, 정말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깊이와 내용으로 나를 감동케 하는 글들, 

그렇게 여러 방면의 작가님 글들을 읽고 혼자 감동하고 행복해하고 그렇게 보냈습니다. 


그러다 처음 상처를 받기도 했는데 사실 지나고 보니 외려 그분께 내가 상처를 준 게 아닌가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그저 나는 그분의 글이 좋아서... 확고한 가치관이 좋아서 찾아가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그랬는데 그게 그분께는 마음이 들지 않았나 봅니다. 나를 차단했더군요... 눈치도 없이 계속 그 댁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가끔 댓글까지 달아서 아마도 그분이 화가 나셨나 봅니다. 결국 차단당했고 댓글도 다 지워졌다는 

걸 알았는데... 처음엔 당황스럽고 왜일까... 무엇이 잘못된 걸까... 궁금하고 그랬는데 아마도 내 글들이 결이 맞지 않아선지... (사실 좋아서 쓰는 댓글들이라 반론이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분도 내 댓글에 답글도 달아주시고 그랬는데) 마지막 댓글에서야 앞으로 댓글을 달지 말아 달라고 하곤 댓글을 지우고 차단을 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길게 상황을 다 쓸쑤는 없고... 아무튼 아직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되어 그분께 정말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드는 걱정은 혹시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 브런치에 들러서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을 다는데 작가님들께서도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정말 눈치도 없이 말이죠...


1년 동안 마치 정말 작가가 된 듯 착각에 빠져 행복하기도 했고 글을 쓰고 읽으면서 추 체험도 했습니다.

다른 분들 글에 빙의된 듯 슬퍼지기도 하고 화도 나고... 또 덩달아 행복해지고 했으니까요.

이제 1년... 뭐 정말 작가로서 책을 내거나 아니면 정말 내 글쓰기가 성장했거나 그런 나 자신이 달라진 건 

없지만 글을 쓰면서는 행복했고 다른 분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더욱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내가 좋은 글은 

못 써도 좋은 글을 찾아 읽을 줄 아는데.... 이 모든 것들이 작가님들의 글들 때문에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1년 그렇게 보냈습니다.  행복하게 말입니다.

앞으로도 얼마일지 모르지만 여러 작가님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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