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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Apr 27. 2024

나 약속 있다니깐

만담 해풍소

딸: 엄마 나 오늘 애들하고 영화 보러 간다고.


엄마: 또?


딸:  또야? 그래봤자, 일주일에 한 번인데.


엄마: 아니 한번 나갈 때마다 20만 원씩 쓰고 오는 게 정상이야? 돈이 왜 이렇게 많이 들어?


딸: 헐. 난 조금 쓰는 거야.

 하나 안 사잖아.


엄마: 나가서 하는 거 좀 얘기해 봐.

한 달이면 네가 쓰는 돈이 100만 원이야. 언니 학원비를 너는 용돈으로 쓰는 거라고.


딸: 난 공부를 안 하니깐, 용돈으로 쓰면 평등한 거 아니야?(등짝 스매싱)


엄마: 아빠 현장에서 안전모 쓰시고 고생하시는 생각은 안 들어. 그저 돈만 언니랑 똑같이 쓰는 게 중요해.


딸: 아, 그럼 낳지를 말든가. 누가 안전모 쓸 능력으로 줄줄이 낳으래. 딸 사고 싶은 것도 못 사주는 부모면서, 뭐 하러  자식한테 부모 생각하래. 부모들은 이상해.


엄마: 어머. 제 말하는 싸가지 봐. 어휴 혈압. 진짜 내가 널 낳고 미역국을 먹은 게..


딸: 아, 진짜 그놈에 미역국, 아무거나 먹지, 내가 미역국을 먹으랬어. 돈이나 .


엄마: 어디다 어떻게 쓰는지 말 안 하면 못 줘.


딸: 알았어. 이건 적게 쓸 때야.

 마라탕집에서 각자-15,000원

 탕후루집에서 각자 3개 정도-12,000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극장 16,000원/ 팝콘, 음료-15,000원 

 총 31,000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떡볶이뷔페-20,000원

 노래방-10,000원

 카페-케이크, 음료 20,000원

 저녁-낙곱집 20,000원

 디저트카페-디저트 15,000원


  총: 143,000원


여기 가끔 남자애들 오면 돈이 더 필요해.


엄마: 왜? 너네가 남자 돈 내줘.


딸: 남자애들은 밥만 먹음 집에 간데. 돈도 밥 먹을 거만 가져오고. 여자애들이 왜 돌아다니는지 이해를 못 해. 집에 가서 게임하는 게 더 재미있데.


근데 우리 중에 개를 좋아하는 애가 있어 부른 걸 거 아냐? 그러니 연결시켜 주려면 못 가게 잡아야지. 그러다 보면 누군가 남자애 돈을 내주게 되고, 그럼 금액이 오버되지.


엄마: , 기가 찬다. 그래서 연결은 됐고.


딸: 아니. 남자들은 이상하게 지들끼리 노는 게 더 재밌나 봐. 탕후루도 너무 달다래고. 떡볶이 사줘도 먹다 말고 친구한테 전화 오면 게임하러 가려.


엄마: 너네들 씀씀이가 올바르지 못한데, 엄마가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딸: 냅둬. 그냥, 지칠 때까지 하고 싶은 거 다하게 해 주면, 이도 지겨워지지 않겠어? 아, 엄마 약속시간 다 돼 가. 얼른 돈 줘.


엄마: 돈 이렇게 주는 거 이번이 마지막이야. 그거 인정하면 줄게.


딸:  그런 게 어딨어? 부모가 부양의 의무를 저버리는 거야.


엄마: 이건 부양 아니야. 소비지.

어떡할 거야. 이거 마지막으로 받을 거야 말 거야?


딸: 그럼 다신 돈 안 줘?


엄마: 주지. 그 대신 주 (토, 일) 이틀 동안 할머니 밭에 가서 호박, 깻잎 다 따면 그거 파는 금액만큼만 다음 주에 줄 거야. 어차피. 옷. 밥, 병원. 학습비는 엄마가 다 내주니깐.

일단 돈이 뭔지부터 배우고 나서 소비를 다시 배워야겠어.


딸: 엄마. 미쳤나 봐. 밭에 가면 까매져. 탄다고.


엄마: 그럼 집에 있어. 하얘지게.

탕후루 먹으러 다녀도 까매져.


딸: 아, 왜..

친엄마 아니지. 솔직히 말~


엄마:  나도 니가 친딸이 아녔으면 좋겠다.

          진짜~


작가의 말: 작가의 주관적인 주변 정보들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보편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소비 형태가 급속도로 어른들의 지출 현황과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세대차이겠지 하고 넘기기에는 본질적인 원인을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임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서 작성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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