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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y 11. 2024

여보 난 물고기가 아니야

만담 해풍소

(아내)

"오빠 부부는 대화가 제일 중요하데"


(남편)

"이 이상 어떻게 더 대화를 하니?"


(아내)

"아니 대화하는 게 재밌지 않아? 나와 다른 생각을 주고받는 ?"


(남편)

"당신은 너무 고차원적이고, 철학적인 얘기만 해"

"보편적인 상식을 받아들이지 않아"


(아내)

"내가? 어떤 점에서?"


(남편)

"좀 전에도 내가 말했잖아. 그 아줌마가 프로포플을 하고 해외 순방을 하다 쓰러진 적이 있다고. 아주 나쁜 년이라고"


(아내)

"응"


(남편)

"당신이 뭐라 했어?"

"나쁜 년인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 여자는 왜 그럴까?라고 다시 질문했잖아"

 "그 여자의 어떤 성장 환경이 있었길래 매번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하다고"


(남편)

"보통 사람들은 '나쁜 년'에서 끝나. 근데 당신은 그 발달 원인에 수많은 경우의 수를 궁금해하잖아"

"그러니 내가 심리학 박사도 아니고, 철학자도 아니고 맨날 '인간은 왜 그럴까?'를 어떻게 답해줘"


(아내)

"아니  책과 글도 읽지만 사람한테서 듣는 의견도 궁금한 거지. 그리고 답을 알려달라는 게 아니고, 그냥 오빠 생각이 궁금하다는 거?"


(남편)

"남자는 안 그래. 답을 말해줘야 할 거 같다고"


(아내)

"알겠어. 그럼 이제 질문하지 않을게"


(남편)

"그래. 부부가 바라만 봐도 좋은 거지, 뭔 대화를 그렇게 하니"

.

.

(남편)

빼꼼 쳐다보고 간다

.

.

(남편)

빼꼼 쳐다보고 간다

.

.

(남편)

빼꼼 쳐다보고 간다

.

.

(아내)

"아, 왜 자꾸 쳐다봐. 나 책 보는데"


(남편)

"그냥. 잘 있나 해서"


(아내)

"앞뒤방인데 잘 있지 그럼"

.

.

(남편)

빼꼼 쳐다보고 간다

.

.

(남편)

빼꼼 쳐다보고 간다


(아내)

"아, 왜 할 말 있음 해"

 

(남편)

"아냐. 없어"




(아내)

"애기야 아빠 이상하다"


(아들)

"응. 왜?"


(아내)

"엄마가 질문하고 대화하자면 부부는 쳐다만 보고 있어도 좋아야 한다면서 본인은 '정치, 사회, 회사' 얘기 폭풍처럼 쏟아놓고 가고, 엄마가 말 안 하면 계속 방앗간 참새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와서 쳐다봐"


(아들)

"이 엄만 아직도 모르겠어. 아빠는 고양이, 물고기, 수초, 이끼, 화초처럼 키우는 걸 좋아하잖아"


(아내)

"응"


(아들)

"개들이 말을 해?"


(아내)

"아니"


(아들)

"그거여, 아빠는 엄마를 관찰하는 게 재밌는 거야"

"말 없는 큰 물고기"


(아내)

"헐....................."

"난 물고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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