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유를 좋아하는 결정적 이유
나도 40세가 넘기 전까지 제법 콤플렉스질(?) 좀 해 본 사람이다.
뭐가 그리도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은지.
내가 가진 장점들은 당연하고
남이 가진 좋은 것들은 어찌나 탐이 났던 지.
글로 늘어놓고 싶지 않아 그냥 넘기지만
사소한 외모 콤플렉스부터, 좀 묵직한 정서 콤플렉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콤플렉스를 두루 섭렵하며
높은 구두를 신고, 화장품을 구입하고, 헬스장을 등록하거나, 심리학 서적을 탐독하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숱한 유혹이 있었지만
회사생활에 전념하다 보니 남의 집 자식과 내 자식을 비교할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불행인가. 다행인가.
콤플렉스(나무위키)
현실적인 행동이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의 관념. 단순히 열등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로는 hang-up, insecurity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특히 complex = 열등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종의 콩글리시.
뭐든 깨알 같은 정보를 공유하는 나무위키에서 알려준 콤플렉스의 의미이다.
신데렐라 콤플렉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원더우먼 콤플렉스, 웬디 콤플렉스 같은.
콤플렉스 자체가 콩글리시이긴 하지만,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나 사회적 지위나 부에서 오는 열패감을 콤플렉스라고 칭하기에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도 나는 사회통념에 충실한 사람이므로 그냥 사전적 의미에 맞지 않더라도, 콤플렉스라는 용어를,
내가 남과 달라 다소 불편함을 느끼는 상태, 혹은 내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심리적, 외적 요인으로 인하여 불편한을 느끼는 상태로 정의 내리고(?) 사용하기로 한다.
어쨌든.
바야흐로 콤플렉스 시대다.
수많은 채널들을 통해 심지어 ‘나를 모르는’ 남의 인생을 미주알고주알 보는 것이 일상화되어
내가 그 수많은 유형의 남과 어떻게 다른지 아주 세분화하여 인지할 수 있게 되었고
특정 분야에서 괄목할 능력을 드러내는 유명인들을 바라보며 평소 아쉬웠던 나의 특정요소들이
더욱 부각되는 그런 하루하루.
요즘 아이들은 매일 아파트 노래를 흥얼거리며, 도무송과 포카를 선물로 주고받고, 아이돌들이 기획사와 트러블을 겪는 시사(?) 이야기로 그들의 일상을 채운다.
그들의 준거집단은 내 옆에 있는 또래들이 아니라, 대형기획사에 속한 무대 위의 그녀, 혹은 그들이다.
요즘 어른들도 갖은 노력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화려한 식탁을 보며, 찬란한 성적표를 보며, 아름다운 60도 각도의 비트코인 직선을 보며 털썩 주저앉곤 한다.
우리는 어쩌면 저마다 머스크 콤플렉스, 제니 콤플렉스라는 용어를 새로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sns를 하지 않는다.
어찌나 예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은지.
아름다운 정원과 그릇, 그 안에 담은 음식솜씨까지, 내 조악한 식탁이 부끄러워서
잘생긴 데다가 가사일도 잘 도와주는 남편에 이르기까지.
뭐지. 이 세상은!
그 사세가 부담스러우니 sns를 자연히 멀리하게되고.
그러다 보니 점점 수면시간이 길어지고 스크린타임은 줄었다.
게다가 이곳은 미국이 아닌가.
내가 선크림 안바른 맨 얼굴로 햇살 아래 앉아 있은들
누구하나 내 눈밑에 기미 갯수를 세어주지 않는다.
아침마다 출근하는 길에 어머~ 김과장님 오늘 얼굴이 좀 부었네요? 라던가
남편이 가방을 사 주더라고요.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면서.
뭐.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미국인들도 저런 대화를 하겠지만. 나는 그들과 친하지 않으므로, 매일 만나지도 않으므로.
나는 이곳에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부쩍 늘어난 주름에 한숨을 쉬지도
내 통장잔고를 심도 있게 분석하지도 않는다.
그저 적게 쓰고 적게 본다.
그래서 좀 좋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런 삶을 살고 싶어서 방법을 찾고 있다.
요즘 대세인 '퇴사일기'라던가 '퇴사하고 잘먹고 잘사는 법'같은 글들을 읽어야 하나 고민도 해본다.
내 평생 나를 쫒아다니던 그 못 생긴 '콤플렉스'라는 놈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요즘.
여전히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해야하는) 10살 딸아이가 말한다.
- 엄마, 오늘 철수가 내 목소리가 가래낀 목소리처럼 이상하대. -
그렇다.
내 딸은 허스키 보이스다.
조리원에서 처음 아이를 안고 수유를 하려는데 아이의 울음소리가 다른 아기들과 달라서 심히 당황했던 기억.
응애, 응애. 장난감 나팔처럼 울어대는 신생아들 틈에서
내 아이의 울음소리는 단연 돋보였다.
5살짜리가 생전 처음 연주하는 첼로선율처럼.
내 아기의 울음소리는 수유실 산모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뭐.
그랬다고.
아이는 낮은 음성때문에 종종 물어보곤했다.
엄마, 나는 왜 목소리가 이래요
엄마, 내 목소리는 남자아이같아.
안타까웠지만, 늘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지금은 다른 친구들이랑 달라서 불편하겠지만
나중에 커보면 안다고.
그 목소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 엄마, 오늘 철수가 내 목소리가 가래낀 목소리처럼 이상하대. -
설거지를 하던 나는 귀를 쫑긋 세운채 아무렇지 않은척 물었다
- 그래서 뭐라고 했어? -
- 응. 그래서
이거 아이유 목소리야. 오홋 -
했어.
설거지 하던 동작을 멈추고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웃고 있었다.
상처받았을텐데, 씩씩하게 이야기를 전하는 그 모습이 안스러워 그냥 나도 웃었다.
그래. 잘했어!
엄마가 늘 그랬지? 나의 아저씨, 라는 드라마에서 아이유 목소리가 얼마나 매력적인데!!
그 짖궃은 남자아이의 표정을 떠올리며 웃었다.
좀 어이없는 표정. 그런데 또 반박하기엔 애매한 그 감정.
나는 두 아이가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상상하며 실실 웃었다.
아이유에게 감사하다.
그녀는 참 갖은 방법으로 나를 위로한다.
때로는 노래로, 때로는 연기로.
그런데 이제 드라마 발성으로 내 딸아이의 콤플렉스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그녀.
가끔 내 아이에게
'너 나중에 크면 노래 잘하겠다. 아저씨가 윤하를 좋아하는데, 담에 사건의 지평선 불러줄래?'
'너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이구나. 멋지다.'
이렇게 인사를 해주는 어른들이 있다.
아이는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이내 쑥스러운 표정이 되어 고개를 숙인다.
나는 다짐한다.
세상이 설명문이고 논설문이라 생각하는 나에게도
저런 낯간지러운 동화나 동시가 먹힐 진대
어린 아이들에게는 저 한 마디가 크고 작은 세상의 공격을 방어하는 꽃방패가 되어줄 수도 있겠다.
그 여리고 고운 마음 밭에 근본 없는 잡초가 자라나지 않도록.
내 입에 꽃방패를 가득 담아,
내 옆을 지나는 어여쁜 아이들에게 나눠줘야지.
당분간 내 딸아이의 꽃방패는 아이유가 될 듯하다.
사.랑.해.요. 아이유.
현실적ㅁ인 행동이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의 감정적 관념. 융은 언어 연상 시험을 통하여 특정 단어에 대한 피검자의 반응 시간 지연, 연상 불능, 부자연스러운 연상 내용 따위가 이것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였다. ⇒규범 표기는 ‘콤플렉스’이다.
현실적인 행동이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의 감정적 관념. 융은 언어 연상 시험을 통하여 특정 단어에 대한 피검자의 반응 시간 지연, 연상 불능, 부자연스러운 연상 내용 따위가 이것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였다. ⇒규범 표기는 ‘콤플렉스’이다.
현실적인 행동이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의 감정적 관념. 융은 언어 연상 시험을 통하여 특정 단어에 대한 피검자의 반응 시간 지연, 연상 불능, 부자연스러운 연상 내용 따위가 이것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였다. ⇒규범 표기는 ‘콤플렉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