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백팩의 귀환
回.歸.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돌아감. '
return.
어쨌든. 돌아왔다.
내 가방
아니 엄밀히 말하면 남편의 백팩.
미국에 오고 평생 다닐 여행을 1년 안에 다니고 있다.
이번 여행은 캐나다 퀘벡
단풍국
뭐. 한국인들은 모두 같은 마음일 거다
떨어지는 단풍잎을 잡아보고자, 부푼 마음으로 여름이 시작되자마자 항공권을 예약했다.
그때는 내가 이렇게 가난해질 줄 몰랐기에 과감했다.
그리고 토론토를 거쳐 퀘벡에 갔다.
아름다웠다.
크루아상은 쫄깃했고
와플은 바삭했다.
속삭이는듯한 프렌치 음악에 몸이 둥실 떠오르는 듯했다.
캐나다 사람들은 미국사람들보다 조금 더 여유로워 보였고
그래서인지 좀 더 친절했다.
폭신폭신한 프랑스어 때문인지도.
다 좋았다.
날씨만 빼고.
오. 마이.
셋째 날부터 비와 바람. 차가운 공기.
결국 감기에 걸렸고.
여행 내내 덜덜떨면서 쉰 목소리로 붕주흐, 메흐씨.
그리고 돌아오는 날.
이른 아침.
비행기가 취.소. 되었다.
그리고 항공사에서 구해준 표는.
몬트리올이 아닌 시카고를 경유하는 항공편.
그리고 나의 고난행군.
연착된 퀘벡발 비행기는
나와 내 아이들에게 90분의 레이오버 시간을 남겨주었다.
나는 그 시간안에
입국심사-체크인 화물 찾기와 다시 부치기-테미널 이동-다시 시큐리티 체크로 이어지는
대장정을 완수해야 했다.
우리는 힘을 합쳐 모든 역경과 시련을 이겨내고 보딩게이트 앞에 섰다.
아뿔싸!
내 등에는 반짝이와 핑크로 장식된 백팩만이...
나의 파란색 백팩은 온데간데 없....다....
아이들을 보딩게이트 앞에 두고 전력질주로 시큐리티 체크부스로 달려갔지만
모두 문을 닫고 사라짐.
그나마 비행기마저 놓칠까 되돌아 달리는 내 머릿속은 이미 가방속.
귀중품. 귀중서류. 귀중여권 없나
그럼 안에 뭐가 들었나.
소중한 내 텀블러. 소중한 우리딸 자라 재킷, 소중한 내 나이아가라 폴스 기념 모자. 소중한 내 보조배터리들...
우리는 결국 마지막 손님으로 탑승했고
달려나가는 내 등뒤에 니 아이들 책임 안 질 거야!!!!! 데리고 가!!!!! 소리치던 승무원도 함께 탑승했다.
우리는 온갖 의구심과 의아함. 연민이 묻어나는 눈길을 받으며 착석했다.
아이들은 내 눈치를 보느라 조용하다.
좀 전에 입국심사장에서 까불고 돌아다니던 아이들은 지금은 없다.
그리고 내 추악한 원망이 시작되었다.
백팩을 내게 맡긴 여섯 살 여자아이에게.
너 때문에 잃어버렸잖아.
너가 네 가방을 안 들고 나에게 줘서 내가 잃어버린거야
어쩔거야.
낮은 목소리여서 그랬나.
그 아이는 곧 만화영화를 보며 키득거린다.
다행인가. 내 치졸함을 무시당한 것이.
그렇게 우리는 장장 7시간의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
오는 내내 잃어버린 가방을 찾는 방법을 검색하고
집에 와서는 무거운 얼굴로 아이들을 제압하여 재운뒤
서류를 제출했다.
그리고 항공사에 나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보상해 달라는 메일도 보냈다.
그리고 사흘.
미국공항공사같은 곳에서 메일이 왔다.
내 백팩을 찾았다고
운송비는 네 부담이라는 조건과 함께.
에어캐나다는 아직도 답이 없는데
미국공항공사는 일을 잘한다.
어제 아침.
내 백팩은 돌아왔다.
말 그대로 돌아서 왔다.
머나먼 시카고에서 우리 집으로.
테러범의 가방인가.하여 신중하게 검열되었을 내 가방.
시카고 공항 한가운데 오도카니 나를 기다렸을 너.
생각보다 소소한 내 물건들을 많이 보관하고 있던 너.
널 산건 내 남편이지만. 네 이름을 불러준 건 나이기에.
블루 백팩아.
고맙고 사랑해.
그리고 나의 블루백팩을 찾고 샅샅이 검열하고
무심하게 박스에 넣어서 신속하게 보내준 TSA에 일 잘하는 man or woman.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루 만에 집 앞에 대충 던져놓아 준 페덱스 아저씨도요.
공항에서 닥쳐올 불행을 모른 채 내려다보는 도시, 시카고
그래도. 여행은 좋았기에.
그래. 여행은 좋았지.
춥고 아프고 아름다운 샤를 부아 기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