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아이에게 필요한 양육태도

일관성과 중립성

by 원정미

불안한 아이들의 뇌는 불안을 감지하는 센서가 유난히 자주 울리는 것과 같다. 불안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일반적인 감정이지만, 이것이 너무 예민하게 작동할 경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 긴장하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걱정한다. 그러니 자신이 제일 피곤하고 마음이 힘들다.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감이고 안전지대이다.


아들은 초등학생쯤 되고 나서 어둑해지도록 친구집에 놀러가서 돌아오지 않는 누나를 걱정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7살이 많은 누나임에도 밖이 컴컴해 지도록 들어오지 않자 불안해 했다. 할머니가 혼자 외출을 하시면 집을 혼자 찾아올수 없을까봐 걱정하기도 했다. 아들과 다르게 에너지 넘치고 호기심 많은 여동생이 나무를 타고 위험한 놀이를 하면 딸은 재미있다고 깔깔거리며 웃었지만, 아들은 동생이 다칠까봐 노심초사 했다. 이렇게 아들은 자신말고도 주변에 일어날 수 있는 " 위험한" 상황을 미리 감지하고 걱정할 때가 많았다.

따라서 불안한 아이들이 마음이 요동칠때 자신의 마음을 안정시킬수있는 장소와 사람이 꼭 필요하다. 사실 자라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안전지대는 필요하다. 그러나 예민하고 불안한 기질의 아이들이라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감정조절이 힘들어지고 뇌에 과부하가 와서 후에 더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겐 당연히 부모와 가정이 안전지대가 되어주는 것이 제일 좋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안전지대가 되어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부모는 믿을 만하고 안정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이 말은 어떤 면에서 이런 아이들에게 산처럼 듬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여야 한다. 더 나아가 부모는 아이에게 예측가능한 사람이어야 한다. 부모가 한말은 꼭 지켜야 하고 부모의 훈육과 일상생활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즉 아이가 부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부모의 예기치 않은 행동으로 당황하거나 불안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특별히 불안하고 예민한 아이들에게 훈육을 할때 너무 강압적이거나 억압적인 태도는 좋지 못하다. 사실 모든 아이들에게 좋지 못하지만 특별히 이 불안한 아이들은 쉽게 겁을 먹고 공포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공포는 아이에게 부모에 대한 굴복을 가르치는 것이지 훈육이 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공포로 굴복감을 배운 아이는 후에 커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소리치고 화를 내는 훈육은 아무 효과가 없다. 아무리 평소에 아이에게 잘해 줘도 부모가 화가 나거나 아이가 잘못을 했을때 너무 무섭게 대한다면, 그 부모는 아이에게 안전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불안한 아이에게는 훈육을 할때는 너무 엄하고 공포스러운 태도보다는 해서는 되는 행동과 안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사실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나도 이 부분이 너무 힘들었다. 나도 인간인지라 아들에게 감정적으로 대할 때도 많았고 그렇게 겁에 질린 아이를 나중에 달래는 것이 참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몇번의 실수로 깨닫게 되었다. 감정적 반응은 그냥 아이에게 감정적 상처만 남길 뿐이였다. 무슨 일로 혼났는지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내가 그날 길길이 화를 낸것만 기억하는 아들을 보고 화를 내는 것은 훈육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불안한 아이의 부모는 부정적인 상황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너무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이 불안한 아이도 함께 긴장도와 불안도가 높아진다. 자신이 의지하는 세상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아이의 잘못에 너무 화를 내거나 너무 실망하거나 혹은 아이가 다치거나 아플때 너무 걱정하고 안타까워한다면 아이도 함께 불안해 진다. 따라서 부모는 자신의 감정으로 인해 아이가 요동치지 않도록 오히려 담담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상 생활에서 라이프 스타일이 규칙적인 것이 불안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따라서 너무 바쁜 스케줄이나 정신없는 과외활동은 불안한 아이들을 쉽게 지치게 하고 더 불안하게 만든다. 아이가 예민하고 불안이 높다는 것은 이미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가 많다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에게 과도한 과외활동이나 원하지 않는 야외할동은 아이를 금방 지치게 한다. 그리고 피곤하고 지친 아이는 짜증이 많아지고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불안한 아이들은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를 훈육함에 있어서도 가정에서 부모의 철학과 규칙이 있어서 예측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부모의 기분에 따라 훈육의 태도가 변하는 일관적이지 못한 양육태도는 이런 아이들에게 혼란을 주고 눈치만 키우게 된다. 그런경우 아이는 더 불안해 지기 쉽고 그 불안과 긴장으로 인한 짜증과 문제행동이 나타날수 있다. 사실 일관적이지 못한 양육태도는 어떤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


더 나아가 부모가 부부싸움을 하게 될 경우 이 불안한 아이들은 전쟁이 난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 그러면 아이는 절대로 가정에서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부부싸움이 나서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아이를 안심시켜주는 것이 좋고, 부부가 화해한 후엔 아이에게도 꼭 알려줄 필요가 있다. 불안한 아이들은 엄마아빠가 화해를 했는지 아직도 싸우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아이를 키울때는 부모가 어느정도 예측가능한 상황을 만들 수 있지만, 아이가 이제 학교를 가기 시작하면 부모의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그럴때 아이에게 일어날 만한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미리 만들어서, 상황에 대비할수 있는 준비를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친구들과 시비가 붙을 경우라던지 그리고 혹시 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을 놓치거나 학원 버스를 놓쳤을때 할 수있는 플랜 B를 아이에게 설명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이가 너무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사실 부모도 인간이고 부모도 아이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불안하고 예민한 아이들에겐 그래도 누군가 믿을만 하고 기댈수 있는 존재가 되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부모일때가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나는 내 안의 불안을 먼저 해소해야 했다. 내 불안을 해소하지 않고는 중립적으로 아이를 대할 수가 없었다. 더 나아가 때로는 아들을 위해 대범한 척, 별일 아닌 척 연기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연기를 하다보니 정말 사소한 일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아들 덕분에 나 또한 조금씩 성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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