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아이들의 장점

모두 다 사랑받을 만한 존재이다.

by 원정미

이전의 글들이 마치 예민하고 불안한 아이들이 큰 하자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장점과 약점이 있다. 너무나 완벽해 보이는 엄친아 엄친딸들에게도 분명 취약점은 있다. 우리가 모를 뿐이지. 그 말은 이 예민하고 불안한 아이들도 엄청난 장점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예민하고 불안한 아이들은 얌전하고 착하다. 그들은 타인의 기분이나 변화에 예민하고 여려서 남들이 싫어할 만한 행동을 웬만해서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마디로 눈치가 백 단이다. 그러니 당연히 착하고 예의 바르다. 그래서 남들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기도 하다. 나서지를 못해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또한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이나 집중을 싫어하기 때문에 어디 가서도 규칙과 질서를 잘 지킨다. 아이들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불안한 성향의 아이들이 내성적이고 생각이 깊다. 그래서 혼자서도 잘 논다. 당연히 위험한 장난이나 놀이는 웬만해선 하지 않는다.


아들의 불안이 때론 나를 힘들게 할 때도 있었지만 세 아이 중에 가장 케미가 잘 맞는 것은 아들이었다. 두 딸은 항상 심심하다며 친구를 부르거나 친구 집에 놀러 가기를 원했다. 집에서 혼자 놀 때에도 절대로 혼자 놀려고 하지 않고 함께 놀아달라고 요구한 적이 많았다. 늘 딸들의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할때가 많았다. 하지만 아들은 그렇지 않았다. 집에서 자신의 장난감으로 혼자 노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 심심하다고 한 적도 별로 없고 함께 놀아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극히 드물었다. 그러니 아들과 둘이 있는 시간은 늘 평화롭고 조용했다.


거기다 워낙 안전에 대한 민감성이 높은 아이라 아들이 좀 크고 나서 다른 집 아들들과 달리 어디 가서 다쳐오지 않을까 학교에서 말썽을 일으키지 않을까 노심초사한 적이 없다. 물론 아들의 의도와 달리 학교에서 가끔 "피해자"가 되어오긴 해도 장난의 "주범"이 되거나 말썽을 일으킨 적은 거의 없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느려서 걱정을 하긴 했어도 학교에서 문제행동을 일으킬까 걱정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들은 규칙을 따르는 것이 어렵기 않았기 때문에 사실 내가 훈육을 하기도 쉬웠다. 집안에서나 밖에서 해야 할 행동과 하지 않아야 행동에 분명한 한계를 세워두면 별 불만 없이 잘 따르는 편이었다. 다른 두 딸은 내가 아무리 규칙을 만들고 한계를 만들어도 부모의 원칙을 넘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데로 하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아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규칙과 룰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아이였고 성실하고 책임감있는 아이였다.


부모는 아이를 낳으면 아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사회성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등등 여러 가지 기대가 있다. 때론 그 기대가 욕심으로 둔갑하여 아이를 몰아붙이기도 한다. 그것이 나중에 아이들을 매우 아프게 한다. 자신의 잠재력은 무시당하고 부모가 원하는 삶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에겐 자신안에 타고난 잠재력이 있다. 그것이 아직 발현되지 못했을 뿐이였다. 나 또한 아들에게 품었던 나의 기대들이 하나둘씩 무너지자 비참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아들을 자세히 보니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장점들이 너무 많았다. 그 장점들 역시 훌륭한 어른이 되기에 충분한 자질들이었다.


불안한 아이들은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해서 주도적인 리더십을 보이거나 재기 발랄한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은 아니지만,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믿을 만하고 안전한 어른들로 자랄 수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안전에 대한 민감성 때문이다. 그렇게 사회에서 곳곳에서 자신이 맡은 일을 책임을 다하며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어쩌면 이 사회에게 꼭 필요한 어른인 것이다.


나도 아들을 뭔가 하자가 있고 문제가 있는 아이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아이라고 바라봐 주기 시작했고 우리 아들은 분명 그런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고 내 관점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전에는 엄청나게 크게 보이던 단점들이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아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시작하자 아들을 향한 조급함들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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