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테비 Mar 16. 2024

뭐든 장비빨

민화 재료에 대한

민화 배우는 과정으로 몇 개 글을 썼다. 브런치 스토리에도 유입 경로, 검색어를 볼 수 있네. 민화 에세이에 ‘민화 도안’, ‘민화 재료‘ 등 실용 검색어가 보인다. 민화를 처음 배우면서 궁금한 검색어인가. 그저 호기심에 간단하게 배우려고 찾아갔던 화실이라 검색어로 배우기 전에 사전 정보를 찾지 않았다. 선생님이 지인이라 바로 물어볼 수 있기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오늘은 민화 배우는 동안 사 모은 재료를 소개한다.


초등학교 다니면서 학원 하나 다녀 본 경험이 없기에 그림 그리기에 열망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민화를 배우기 전 수채화를 조금 배웠다. 청소년이 소년이었을 때 그림에 흥미를 주고 싶어 동네 화실에 같이 다녔다. 혼자 가면 안 갈 것 같기도 했고 나도 배우고 싶어서. 소년과 내가 배운 그림은 여느 학원 분위기가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취미생활로 성인이 찾는 화실 분위기다. 뭐든 자유롭고, 그리고 싶은 것들로. 거기서 나는 스케치와 수채화 물감 사용하는 기술을 배웠다. 그것 외에도 유성, 수성 색연필 사서 컬러링 북을 따라 끄적여 보기도 하고. 아, 아크릴 물감을 쓰는 포크아트도 해봤고, 천 아트도 지금 하는 중이다.


어느 그리기든 처음 준비해야 할 건 재료다. 물감 종류가 달라 물감 장만이 가장 기본이다. 물감이 다르면 붓도 분리해서 사용해야 한다. 다른 종류의 물감에 같은 붓을 쓰면 붓이 금방 망가지고, 물감들이 섞여 원하는 색감이 나오지 않을 수 있기도 하니까. 선생님께 배우기로 마음먹고 재료 구입비를 미리 물어봤다. 내가 사는 것보다 선생님이 준비해 주실 수 있는지, 금액은 얼마인지.


민화 그림 초보에게 최소 도구들만 알려주셨다. 나뿐만이 아니라 화실을 처음 찾는 분들이 얼마동안 배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감 종류도 다양한데 가장 쉽게 칠하고 무난한 튜브형 물감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모양, 브랜드인 신한 동양화 물감이다. 동양화 물감이 따로 있다는 데 놀랐다. 이 물감을 1년 넘게 사용했다. 재료 부심이 있거나 오래된 회원들은 가루를 물에 녹여서 사용하기도 하고 막대 같은 모양의 물감을 그릇에 갈아서 사용하기도 하는 모습에 궁금했지만 난 전문가 마인드가 아니니까 물어보지 않았다.


어반 스케치 배울 때 구입한 윈저 수채화 물감을 비롯해 100색이 넘는 유성과 수성 색연필들, 캘리그래피 배운다고 사놓은 붓, 조그만 스케치북 등 배울 때마다 사놓은 기본 재료들에 비해 민화는 처음 사놓은 재료들로 1년 넘게 배우고 있다니. 스스로도 놀랐다. 이 마음이 끝까지 가면 좋았을까. 나에게도 물감 욕심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봉채 만들기’로부터다. 봉채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색깔을 내는 안료를 봉 모양으로 뭉쳐 만들어 굳힌 다음 그릇에 개어 사용한다. 월차까지 쓰고 화실 회원들과 전문가 선생님에게 배웠다. 선생님은 일본 제품이 민화에서 최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싫다고 하셨다. 민화를 배우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물감 가격이 하나도 떨어지지 않아 속상해서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색깔을 조합하면서 만들었고 손가락 하나 정도 길이로 10년은 쓸 수 있는 양이라(내 기준) 흡족했다.

  


봉채 만들기가 시작이라면 다음은 무엇일까. 봉채, 튜브형 물감은 가졌고. 분채라고 가루 모양의 물감이 없다. 분채는 커피, 프림, 설탕 둘둘둘이라고 하던 시절 가루 커피와 비슷한 굵기부터 모래같이 가는 가루까지 고르지 않지만 가루 형태다. 튜브형 물감은 신한이고, 봉채 만들면서 국산 재료도 나쁘지 않다고 들었으니 국산 다른 회사인 알파에서 나온 분채를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알파 분채가 가격이 싸서 구입하는데 망설임도 덜했다. ‘동양화 꽃 그리기’ 책에서도 동일 제품을 사용하니 괜찮다는 마음이 섰다. 인터넷으로 사니까 튜브형 물감에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색도 몇 가지 더 샀다. 재료가 늘어나니가 재료를 담는 바구니도 샀다. 바구니에 물감 부어놓고 찾아가며 사용하는 기분이란. 마치 재료 부자된 것 같고, 전문가가 된 것 같은 착각도 들고.

 

알파 분채 빨간색으로 칠한 만냥금 : 쨍한 빨강에 붓에 빨간물 다 들었다.

작년 가을 인사동에 선생님들과 갈 일이 있었다. 선생님이 주로 구입하는 한지 가게에 들어가서 염색 한지 구경하기로 했다. 물감을 넘어 이제 한지로 옮겨갔다. 작년 가을과 이번 겨울에 인사동 갈 때마다 ‘동양한지’에 들러 염색 한지, 금분 넣은 펄 한지, a4 사이즈부터 전지보다 큰 사이즈까지 구입했다.

작년 가을 처음 방문한 동양한지. 여기서 10만원 치 샀던가?
1월에 사온 한지. 펄이 들어있는 한지로 지금 작업중이다

물감, 한지를 샀으니 다음은 붓이다. 동양화 붓은 서예 할 때 붓과 길이감이 다르다. 세필붓이라고 매우 가는 선을 그릴 때(밑그림이나 선) 사용하는 붓, 채색붓, 바림붓까지 샀다. 바림붓은 색채가 된 물감에 물을 살짝 머금은 상태 붓에서 물을 당겨 쓰듯 색을 끌어와 그러데이션을 만들어 낼 때 쓴다. 채색 붓이 수채화 붓에서 흔히 보는 2, 3호 붓이라면 바림붓은 서예 할 때 쓰는 굵은 부피감이다. 붓은 1월에 인사동에서 처음 사봤다. 물감이나 한지보다 붓이 회사도 많고 종류가 많기 때문에 혼자 가서 막 사기 두려운 품목이다. 선생님이나 회원들과 같이 갔을 때 샀다. 선생님께서 화실로 가끔 많은 붓을 가져올 때가 있다. 회원 중에 붓이 필요하다고 구입 희망하거나 모가 좋은 붓이 있으면 여러 개 가져와서 회원들이 살 수 있도록 해준다. 대나무 몸체를 가진 붓으로 10년 이상 배우신 회원님께서 좋으니까 사라고 해 주셔서 선생님이 가져오신 붓 중에 예쁜 모양으로 2자루 샀다.

대나무 몸체 붓. 사용 전인데 기대 되는 모양. 동양한지에서 구입한 염색 한지. 팥죽색 분위기 바탕으로 그림과 잘 어울린다고 다들 입모야 칭찬했다. 역시 전문가 솜씨!!

그림 그리고 정리하다가 바림붓이 없어졌다. 2주 전 붓을 꺼내다가 알았다. 선생님께 붓 구입하실 일 있으면 바림붓 하나 사달라고 부탁했다. 이번 주 화실 갔을 때 별말 없으셔서 어제 서화사 근처 간 김에 바림붓 사러 들어갔다. 혼자 사기 무서우니 선생님께 전화해 바림붓 설명 들으며 구입했다. 바림붓도 필요하지만 면적 넓은 곳을 칠할 붓도 필요했다. 작은 바림붓을 사면 된다고 하셔서 여러 개 사 왔다. 집에 와서 보니 1월에 산 붓과 비슷한 굵기인 것 같아 아… 하고 말았지만.

1월과 어제 산 붓들. 제법 굵은 붓을 샀었네.

재료가 많고 다양해도 쓸 줄 알아야 하는데, 거기까지 깜냥은 안된다. 연필 모으는 취미(?)가 있어 외국 여행에서 머무르는 호텔에서 가져온 연필, 학회에서 받은 연필을 비롯해 여행 가서 기념으로 사오는 연필, 연필 가게 흑심에서 사 온 고급 연필까지 다양하지만 정작 아까워 모셔둔다. 화실에서도 비슷하다. 여러 종류 물감이 있어도 튜브 물감으로 기본 밑색을 칠한다. 가장 만만하고 편리해서 물감에 손이 가장 많이 간다. 아끼다가 삭아서 못 쓰기 전에 다양하게 쓰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저께 봉채 만들기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이 만든 분채를 또 주문했다. 회사 제품과 수제품의 차이도 궁금하고 같은 빨강이어도 제품에 따라 다를 테니까 그것도 궁금하고.


민화를 그만 못 두는 이유는 재료 때문일지도

이전 05화 요가와 민화의 만남이라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