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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간의 교훈

시 백오십일

by 설애

한적한 시간


존 클레어


여유롭게 돌아다니다가, 오래된 다리 난간에 기대어

아래 흐르는 냇물을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잔물결은 짙은 녹색 잡초 사이로 흐르며

흥겨운 여행객처럼 떠들어댄다.

햇살은 다리 아치 위에서 춤을 추고

즐겁게 흐르는 물살에 시간을 맞춘다.

강둑에는 떨어진 꽃들이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물을 찾으며 애타게 말라죽고 있다.

높은 물둑에서 첨벙 대던 가축이 튀긴

흙탕물이 이파리에 떨어지자 무척 반가워한다.

수중화는 흥청망청 물을 즐기며,

자기 몫 이상으로 물을 받고 있다.

세상도 마찬가지, 어떤 이는 노력하지만 얻는 게 없고

어떤 이는 제멋대로 살아도 풍족하다.


[걷기의 즐거움], 수시 크립트 엮음, 윤교찬, 조애리 옮김, 인플루엔셜에서 발췌함


클레어의 시는 여름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snowsorrow/163


어느덧 계절이 지나 가을이 되고, 겨울이 눈앞으로 왔습니다.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시선의 끝에 꽃들이 걸립니다. 어느 꽃은 물이 넘치고, 어느 꽃은 말라가는 광경에서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어느 생은 노력해도 어렵고, 어느 생은 쉽기만 합니다.


아, 뭐 이래?


불평해 보아도 변하는 것이 없으니, 온 힘을 다해 꽃 피워봅니다. 제 꽃은 브런치에서 핍니다.


아마 보라색? ^^


* 글을 미리 발행했네요... 수정하다가 잘 못 눌렀나봐요. 다음엔 더 주의할께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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