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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쓰는 사람

시 백오십육

by 설애

낙엽을 쓰는 사람


정호승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낙엽을 쓰는 사람

낙엽을 쓸면서 마지막으로

가을이 되는 사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낙엽을 쓸면서 웃는 사람

낙엽이란 낙엽은 모두 쓸며 웃다가

낙엽 쓸던 빗자루가 되는 사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쓸어 모은 낙엽을 태우는 사람

낙엽을 태우다가 그만

불타는 낙엽이 되는 사람


이 시를 보고 예전에 읽은 뉴스가 생각났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경비원께서 벚꽃을 쓸다가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기사였어요. 이 후, 서울대공원 등 여러 공원에서 벚꽃이나 낙엽을 치워버리기 전에 글씨나 그림으로 만들어 가을의 풍취를 더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기사도 종종 보았습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4/23/2010042301258.html

이 경비원은 진짜 '낙엽을 쓰는 사람'이지요. 학생들이 올린 사진이 유명해져서 기사화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마음을 담아, 무언가를 해보는 순간!

우리는 감탄을 할 수 있어요.




처음 시를 읽을 때, 정호승 시인이 글을 쓰는 사람이니 낙엽을 '쓰는' 사람은 비유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빗자루가 되고, 결국 불타는 낙엽이 되는 것은 낙엽와 하나가 되는 경지까지 원하는 것인가 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다시 읽어 보니 경비원처럼 시인도, 마음을 담아 무언가 해보고 싶다고 열망한 것이 아닌가 하고 또 생각합니다.


낙엽이 예쁜 그림이 되는 동안,

저는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이 가을,
저는 '시를 쓰는 사람'이,
결국 '한 편의 시와 같은 인생'을
살아낸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도,

가을에 무언가 소망해보기를,

마음을 담아보기를 바랍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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