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오십오
고백성사 -못에 관한 명상 1
김종철
오늘도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
못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뽑아 내지 않은 못 하나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 둔 못대가리 하나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못을 뽑는 사람입니다.
뽑아도 남은 못이 아직 있는 사람입니다.
모든 사람이 매일 못을 박고, 뽑기도 할 것입니다.
내게 못이 있는지 돌아보는 일, 뽑아내는 일
남에게는 망치를 들어 못을 박지 않는 일
모두 중요합니다.
아내가 못 본척 하는 것이 부끄럽다는 고백에서
나를 보아주는 한 사람을 떠올립니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못을 박기만 할 수 없으니까요.
못 하나.
무서워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