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오십팔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
남아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 시인이 기다리는 소식이 무엇인지,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파트 1층에 작은 우편함에는 시인처럼 고지서만 쌓이고, 추가로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받아야 할 광고, 고지서까지 쌓입니다. 반송함에는 갈 곳을 잃은 우편물이 쌓여있습니다.
갈 곳 없는 우편물처럼, 갈 곳 없는 마음은 쌓이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길 잃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해지기라도 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사랑할 날이 좀 많이 남았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오늘따라 제가 욕심을 많이 부립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