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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 Nov 08. 2024

2025 KBO FA시장 이야기

헤비의 프레이밍 2

孫子曰: 昔之善戰者, 先爲不可勝, 以侍敵之可勝. 不可勝在己, 可勝在敵. 손자가 말하기를 옛적 전쟁을 잘하는 장군은 먼저 적이 이기지 못할 아군을 만들고, 이길 수 있는 적군을 상대하였다. 적이 이기지 못할 상황은 나에게 존재하는 것이고, 내가 이길 수 있는 상황은 적에게 존재하는 것이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지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 (ABBA의 노래제목처럼 'The winner takes it all' 이다.) 물론 승부의 세계가 놓인 배경에 따라 그 성격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한다. 총알과 포탄이 넘나드는 진짜 전쟁에서 패자는 목숨까지 잃고, 개인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뒷골목의 도박판에서는 자신이 쌓아올린 모든 것들을 송두리째 날리는 게 십상이라지만, 빛나는 조명탑 아래의 그라운드에서 승자는 트로피를 들고 패자는 그를 향해 박수를 치고 돌아서면 그 뿐이다. 하지만 패배는 두고두고 쓰라리다. 승리와 패배가 눈 앞에 카드처럼 놓여있어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해보자. 패배를 집어드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승패의 갈림길에서 패자는 그라운드 밖으로 조용히 발길을 옮길 뿐이다

승패는 언제 갈릴까? 사실 그 순간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야구는 날아오는 둥근 공을 둥근 나무 배트로 때려서 상황을 만들어낸다. 의도는 있지만, 진짜 결과는 의도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리하여 야구는 본질적으로 '의외'의 스포츠가 된다. 보면 볼 수록 앞서 소개한 손자의 말처럼 '나의 승리가 상대방의 손에 있다'는 느낌만 더욱 분명해진다. 하지만 손자는 또 이렇게도 말했다.


是故勝兵先勝而後求戰 敗兵先戰而後求勝. 승리할 수 있는 군대는 먼저 승리를 구해놓은 후에 전쟁을 한다.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전쟁을 일으키고 이후에 승리를 구한다.


두 말을 합쳐보면 이쯤 되겠다. 전쟁에 있어서 승리는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미리 승리를 구한 후 전쟁에 나가는 게 아니라, 무작정 일단 붙어본 다음 승리를 구하겠다는 태도는 필히 패배를 부른다.


그렇다. 스토브리그는 '미리 승리를 구하는' 시간이다. 2024년의 성적표는 이미 나왔다. 드래프트를 통해 미래 전력이 될 유망주들도 이미 나눠가졌다. 하지만 여전히 빈자리는 많다.


매해 스토브리그는 FA(Free Agent, 자유계약선수) 시장으로 시작된다. 선수보강의 첫 단추인 FA 시장을 살펴보면서 어느 팀이 어느 선수를 가장 필요로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올해 FA 신청자는 총 20명으로 각 팀은 자팀 FA 신청자를 제외한 2인의 외부 영입이 가능하다.

2024년 11월 7일 오후 10시 현재 세 건의 FA 계약이 완료되었다.


첫번째 계약은 투수 우규민이 원소속팀인 KT 위즈와 계약기간 2년, 총액 7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총액 4억원, 옵션 1억원)에 사인을 마쳤다. 그리고 시즌 막판 '모두의 최정 놀이'(우리 팀에 최정이 온다면 어떻게 되는 거야?)를 하게 만들었던 내야수 최정이 역시나 원소속팀 SSG 랜더스와 계약기간 4년, 총액 110억원(계약금 30억원, 연봉 80억원 전액보장)에 사인을 했다.


그리고 이번 FA 시장의 첫번째 이적이 발표되었다. 내야수 심우준이 한화 이글스와 계약기간 4년, 총액 50억원(계약금 24억원, 연봉 총액 18억원, 옵션 8억원)의 '잭팟'을 터뜨리며 친정인 KT 위즈를 떠나게 되었다.

돈을 얼마나 받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 값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심우준이 수원을 떠나게 된다면 대전이나 부산을 향하게 될 거란 예상은 많은 이들이 하고 있었던 바였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유력한 곳은 롯데 자이언츠가 아닐까 했다. 물론 여러 매체의 보도로 롯데는 지난 실패사례 때문에 FA영입에 구단 고위층이 부정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준수한 유격수 자원만 확보할 수 있다면 사실상 내야 리빌딩이 완성되는 상황이기도 하고, 작년에 김태형 감독을 영입하면서 속칭 'FA 선물'을 주지 않았기에 이번에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한화에게 선수를 빼앗긴 느낌이다. 물론 발빠르게 움직였다 치더라도 한화가 제시한 만큼의 계약규모를 심우준에게 던질 수 있었을 것인가는 사실 물음표다.


FA 계약에는 정가가 없다. 옛날 활어 어시장에 가면 볼 수 있었던 속칭 '싯가'가 답이다. 물건이 부실해도 경쟁이 붙으면 가격은 오르고, 물건이 좋아도 찾는 이가 없으면 가격은 떨어진다. 그래서일까? FA 선수를 산 팀은 '적정가'라고 말하고, 놓친 팀은 '오버페이'라고 말한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 따라 보이는 게 다르니 말도 다르기 마련이다. 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심우준의 계약이 다른 FA 계약에 미칠 여파는 상당해보인다. 구단들은 조금 더 서두를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선수를 대리하는 에이전트 쪽은 조금 더 시장을 관망할 여유가 생겼다. 물론 시장은 언제 어떻게 변해도 이상하지 않다. 싯가란 그런 것이다.




각 팀의 부족한 포지션을 말함에 있어서 먼저 이야기를 해야 할 포지션이 있는데 바로 투수다. KBO리그는 투수 대기근이다. 일단 로테이션을 돌아줄 선발 다섯 자리를 제대로 채운 팀은 찾아보기 힘들고, 자연스럽게 불펜은 늘 과부하에 시달린다. 여기에 2024 시즌 시작된 ABS는 투수에게 불리한 시스템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프레이밍과 심판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스트라이크 콜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번 시즌을 지나며 그간 야구를 보면서 스트라이크 콜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는 걸 도리어 깨닫게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BS가 투수에게 불리하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여기에 공인구 반발계수 문제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규정과 체감의 괴리에 대해 다음 시즌 KBO가 어떤 답을 내놓게 될지도 궁금하다.


미리 하고 싶은 말은 투수는 '다다익선'이란 점이다. 최선을 다해서 보강해도 모자라는 포지션이 투수다. 이번 FA 시장에 나온 투수들의 기량이 눈에 띌 정도라거나 엄청나게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그러나 약간의 오버페이를 감수하고서라도 데려가는 게 아주 의미가 없는 일은 아니다.


물론 이런 문제가 있다. 투수 FA는 중고차를 사는 것과 비슷하다. 아무리 고가의 차라 해도 중고차라면 결함만큼은 중저가 신차보다 자주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투수 FA 성공사례는 무척 적다. 팀을 옮기는 경우에는 더 심해서 롯데에서 두산으로 옮겼던 장원준 말고는 바로 떠오르는 성공사례가 없을 정도다.


가까운 예로 작년 FA 시장에서 삼성이 불펜 보강을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 수치를 보면 이 영입은 분명 삼성에게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숫자를 약간 벗어나 경기 내용과 시즌 전체의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이 투자는 삼성이 가지고 있었던 불펜의 고질적인 문제인 구위형 불펜 투수가 없다는 점을 해결하지 못했다. 투자를 해서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는 도움을 받았는데, 정작 정상에 도전하다보니 작년과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건 생각해 볼 지점이다.




노경은의 가치는 최정 못지 않다

많은 투수들 중 가장 먼저 거론하고 싶은 선수는 SSG 랜더스의 노경은이다. 기록을 보면 말이 안나올 지경이다. 노경은이 없는 SSG 불펜은 상상할 수도 없다. 물론 1984년생이라는 나이와 요 몇 년간 혹사라고밖에 볼 수 없는 스케쥴을 소화했던 것을 감안하면 노경은에게 선뜻 손을 내밀만한 팀이 있을까 싶다. 노경은은 B등급이라 보상선수 유출도 생각해야 한다. 만약 노경은이 보상선수가 없는 C등급이었다면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이적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물론 앞으로 더도 덜도 말고 2년간 올해와 비슷한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보상선수 고민을 하는 게 사치다.


그 다음으로는 KIA 타이거즈의 장현식을 꼽고 싶다. 2024 시즌 기아의 우승에 있어서 불펜진의 중심 역할을 맡았던 선수다. KIA의 불펜진은 우승 시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관리가 잘 되어왔는데, 이 부분에는 장현식의 공이 컸다. 연투가 잘 되는 편이고 구위로 상대 타자들을 윽박지를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특히 이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있는 삼성 라이온즈가 고민을 해보지 않을까 싶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KIA이기에 삼성으로서는 장현식을 영입하는 동시에 +2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선수보다 총액에 있어서는 더 높을 두 선수가 바로 KT 위즈의 엄상백과 LG 트윈스의 최원태다. 선발 왕국이라 불렸던 KT에서 5선발 급으로 여겨졌던 엄상백은 올 시즌만큼은 2선발 정도의 비중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문제는 내용이 좋아서 비중이 오른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내용은 여전한데 좋던 KT의 선발진이 무너졌다. 안우진의 등장 이전, 히어로즈의 국내 선발 에이스로 각광 받았던 최원태는 LG 이적 후 기대와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두 선수 모두 140~150이닝을 소화하는 4~5선발 급 선수로 보고 영입하는 것이 맞다. 이 정도로 선을 그어도 수요는 차고 넘친다. 특히 올 시즌 선발 문제가 심각했던 두산 베어스의 경우에는 곽빈의 뒤를 받쳐줄 국내 선발이 너무나도 절실하다. 외형상 투수가 많아 보이지만 한화도 선발투수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문동주를 포함한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시간이 여전히 필요하다.


※추신: 글을 올린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엄상백의 한화 계약 소식이 나왔다. 계약기간 4년, 총액 78억원(계약금 34억원, 연봉 총액 32억 5천만원, 인센티브 11억 5천만원)의 대형계약이다. 심우준과 마찬가지로 금액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움직임 자체만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나중에 각 팀 시즌 리뷰를 할 때 다루겠지만 2024시즌 한화 선발투수진은 떠오르는 이름값에 비해 꽤나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은근히 쏠쏠해보이는 투수가 우규민이었는데 이미 계약을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그 다음은 두산 베어스 김강률이지 않을까 싶다. 이닝 소화가 적었던 부분을 도리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NC 다이노스 임정호는 언제나 좌완 불펜에 목마른 상태이기도 하고, 투수 조련에는 일가견이 있는 이강철 감독의 KT 위즈와 잘 어울리는 조각 아닐까 싶다.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과 NC 다이노스 이용찬은 FA 재수를 선택하지 않을까 했는데 일단 시장에 나왔다. 역시 내년이면 아시아쿼터가 발동되기 때문일까? 키움 히어로즈 문성현은 솔직히 올 시즌 히어로즈의 신진급 투수들과의 경쟁에서도 기회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 같은데, 이 이유가 부상 여파든 실력 문제 때문이든 계약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임기영은 FA시즌을 앞두고 혹사 여파에 휘청거린 게 아쉬울 따름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운 선수는 KIA 타이거즈 임기영이다. 하필 FA를 앞둔 시즌에 작년 혹사의 여파로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올 시즌을 안식년으로 보고 기량이 회복될 것을 전제하고 평가하자면 임기영은 선발과 불펜을 오갈 수 있는 전천후 투수로서의 매력이 큰 선수다. 하지만 우규민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언더핸드 계열 투수들이 ABS 적응에 고전을 했다는 점은 임기영에게는 마이너스 요소다.

김원중이 가장 필요한 팀은 역시나 롯데 자이언츠다

올 시즌 FA 시장에 나온 투수 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이다.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KBO 10개 구단 중 불펜 고민이 적은 팀은 KIA와 두산 정도 말고는 보이지 않는데, 마무리투수를 생각해보면 나름 언급할 이름들이 하나씩은 나온다. 키움 주승우(혹은 조상우), 한화 주현상, SSG 조병현, KT 박영현, 두산 김택연, LG 유영찬(혹은 컴백할지도 모르는 고우석), KIA 정해영.


삼성의 김재윤이 아쉬울 수 있는데 그 자리를 과연 김원중으로 메울 것인가는 생각해볼 문제다. 아무래도 뜬공 유형인 김재윤보다는 땅볼과 뜬공이 1대 1에 가까운 김원중이 라이온즈파크에는 조금 더 맞는 투수일 수는 있다. 마무리 문제가 가장 심각한 팀은 NC다. 하지만 NC는 모기업 사정 때문인지 이번 FA 시장에 대해 일찌감치 유보적인 태도를 밝혀왔다. (신임 이호준 감독도 외국인 투수 카일 하트를 잡아달라고 요구하는 건 아무래도 분위기의 반영 아닌가 싶다.) 그리고 김원중이 빠져나가면 롯데도 그 자리를 메울 투수는 없다. 이들을 제외한 팀이 김원중을 데려온다는 건 마무리가 아닌 중간으로 쓴다는 뜻일텐데, 마무리 투수가 중간으로 내려가면 루틴 전체가 뒤흔들리며 기량저하가 올 수 있다. 거기다 김원중은 당장 그 유명한 투구 전 루틴을 피치클락 도입과 함께 고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허경민은 당연히 3년 20억 이상을 바라고 시장에 나왔다

심우준과 최정의 빠른 이탈로 느슨해질 수 있었던 야수 FA 시장에 그나마 텐션을 부여하는 선수가 두산 베어스 허경민이다. 하지만 허경민은 앞선 김원중과 비슷한 문제로 갈 곳이 마땅치가 않다. 2024시즌 야수 포지션 중 가장 높은 생산력을 보인게 바로 3루수다. 시즌 MVP가 실질적으로 확정되어 있는 KIA 김도영을 비롯해서 키움 송성문, SSG 최정, 롯데 손호영, LG 문보경, 삼성 김영웅 등 모두 각 팀의 주축선수들이 포진하고 있는게 바로 3루수다. NC는 서호철과 김휘집에게 계속 기회를 주려 할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부진했다고 한들 한화가 노시환 대신 허경민을 쓸 리는 없다. 그리 따지면 남는 건 허경민의 원소속팀인 두산과 이번 시즌 내내 실망스런 활약을 보인 황재균의 KT 정도다. 여기에 약간 억지로 변수를 만들어보자면 김혜성의 이탈이 확실시되는 키움이 송성문을 2루수로 포지션 이동시키고 3루를 허경민으로 채울 가능성도 조금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김혜성의 행선지와 계약규모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개인적으로 한화 이글스의 고질적인 약점을 외야로 보기 때문에 NC 다이노스의 김성욱이나 삼성 라이온즈의 김헌곤 영입을 최우선으로 고민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미 심우준으로 한 자리를 채웠기 때문에 예상대로 엄상백이나 최원태 중 하나로 남은 외부 FA 영입을 마무리 할 시에 한화는 외국인타자와 트레이드로 외야 보강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고향 집밥이 보약이라는 것을 증명한 서건창

오랜 FA 재수생활 끝에 KIA 서건창은 꽤나 좋은 비율스탯을 가진 채로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수비 포지션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류지혁은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기록이 좋지 않아 놀란 케이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지혁은 워크에식이나 여러 면에서 평가가 나쁘지 않은 선수라서 유격수 수비가 가능했다면 그를 필요로 하는 팀이 무척 많았을 것 같아 아쉽다.


한화 이글스의 하주석도 FA 재수를 선택하지 않을까 했는데 일단 시장에 나왔다. 원소속팀이 이미 심우준을 확보한 상황에서 유력한 외부 행선지는 유격수 고민이 많은 롯데와 당장 주전 유격수를 잃은 KT 정도일텐데, 롯데는 유격수로 나름 이름값이 있는 이학주를 방출했고 KT는 정 안되면 김상수를 다시 유격수에 앉힐 수도 있다. 둥지를 옮기면 하주석이 만년 유망주의 알을 깰 수 있을까?




FA 시장은 스토브리그의 첫단추다. 당연히 첫단추를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모든 것이 흐트러질 수 있다. 그러나 첫 단추 잘 꿰 두는 것만으로 만족해선 안된다. 사례를 되돌이켜보면 FA 영입이 선수 구성에 있어서는 마지막 퍼즐일 때에야 좋은 성적이 나온다. 무주공산에다 FA 선수만 데려다 앉혀놓은 후 모든 것을 해결해주길 바라는 팀은 도리어 정체 현상만 겪게 마련이다.


FA 소식이 하나둘 들려올 때마다 역시 스토브리그는 모두가 행복한 시절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맞다. 선수가 떠난 팀도 미리 화를 낼 필요는 없고, 선수를 받아들인 팀도 그 선수가 제대로 활약할지 여부에 대해 괜히 걱정부터 할 이유가 없다. 팬은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 된다. 안그래도 시즌 시작하면 화낼 일 많은데 미리 화낼 준비까지 할 필요는 없다.


스토브리그는 '미리 승리를 구하는 시간'이라고 말했지만, 실상 승리는 아무리 구해도 내 손에 바로 잡히지 않는다. 그저 최선을 다해 구하는 것만이 내 몫이기에 그 일을 하는 것 뿐이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데 나의 최선만이 진짜 최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최선의 결과가 내 앞에 주어졌을 때 으스대기 보다는 겸손하게 된다. 말그대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행운은 인간이 흘리는 땀에 스며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선수들이 앞으로 흘릴 구슬땀에 부디 행운이 깃들기를 바란다. (내가 응원하는 팀 소속 선수들의 땀방울에 더 많은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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