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이거나 하얀색이거나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와 관련된 19명의 납치범 그룹이 상업용 비행기 4대를 납치하여 자살공격을 수행했다. 그중 2대의 비행기가 뉴욕시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북쪽과 남쪽 타워에 충돌하여 몇 시간 내에 두 타워가 붕괴되었다. 다른 한 대의 비행기는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위치한 미국 국방부인 펜타곤에 충돌했다. 네 번째 비행기인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은 펜실베니아 주의 한 지역에 추락했다. 이러한 테러 공격으로 인해 민간인, 구조대원 및 다양한 국적을 가진 많은 인명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정치 영역까지 파급 효과를 일으켰다. 또한 9/11 테러 공격은 전 세계적으로 보안 조치와 반테러 대응 노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미국은 알카에다를 해체하고 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한 탈레반 정권을 없애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 작전을 시작하는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_George W. Bush는 2001년 9월 20일 미국 의회의 합동 회의에서 "여러분은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면 테러리스트들과 함께 있는 것입니다_Either you are with us, or you are with the terrorists"라고 말했다. 이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펜타곤을 향한 공격 이후의 테러와의 전투에서 국제적인 지지를 얻고자 함이었다.
그 말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는 성공적일 수 있지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의 형태는 아니다. 이렇듯 내편이 아니면 상대편, 완전히 옳은 것이 아니면 완전히 틀린 것 등 상황이나 현상을 둘로 나눠서 생각하는 것을 흑백사고_Black or White라고 부른다. 이런 경직된 사고를 하는 사람에겐 중간영역_gray area 또는 뉘앙스_nuance와 같은 미묘한 차이는 불편하다. 그들에겐 이도저도 아닌 대안을 마련하거나 타협을 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개인의 왜곡된 사고는 자신의 마음을 갑갑하게 만든다.
이밖에도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을 방해하는 사고의 종류는 다양하다. 절대주의적 사고는 예외나 상황적인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원칙이나 규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인지 형태다. "남을 속이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옳지 않아"라고 말을 하면 어떤 사람의 개별적인 가치 혹은 독특한 상황과 충돌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면, 아빠의 사망을 5세 아이에게 말을 해줘야 할까 혹은 아내의 외도 사실을 중요한 시험을 앞둔 아이에게 알려야 할까 등의 일은 그 일을 겪는 사람의 개인적인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나의 원칙으로 그 사람의 삶의 가치 영역을 재단하게 된다.
또 다른 형태는 "반드시", "항상", "해야 한다"와 같은 말을 사용하며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엄격한 기준을 사용하는 경우다. 나는 모든 일에 완벽해야 해 등의 강박적 사고가 그 유형이다. 이런 사람들은 성별, 직업, 역할, 나이를 조건으로 삼아서 다른 사람을 가혹하게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남자라면 이런 어려움은 참아야 해, 좋은 부모라면 항상 자녀를 위해서 희생해야 해 등의 메시지를 자신과 타인의 올바름을 규정하는 데 사용한다.
이 밖에도 익숙한 것이 옳은 것이라는 사고와 함께 변화에 저항하는 것도 있다. '나는 늘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이것이 맞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단, 그것만이 좋은 것 혹은 옳은 것이라는 사고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때는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법이 더 적절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 경직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융통성 있게 자신의 사고를 변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과학적 결과나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근거로 제시해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다.
마지막으로 도덕적 혹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엄격성이 있다. 엄격한 사고를 가진 일부 사람들은 특정한 도덕적 규범이나 윤리적 틀에 엄격하게 고수한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 방식은 절대적인 기준에 따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타인에 대한 잣대가 더 엄격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 가치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는 다양한 핑계로 상황을 모면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은 가차 없이 비판하며 깎아내리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이러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 윤리적 기준 또는 종교적 규범을 자신의 기준으로 해석하여 절대시 하곤 한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해석을 제시하는 사람들과 대화하지 못한다.
딱딱한 마음의 이유
마음에 여유를 갖지 못하고, 경직된 사고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관계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대화와 타협에 곤란함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혹은 타인을 비판하며 혼자만의 고결한 세계에 스스로 고립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바꾸는 것은 몹시 힘들다. 왜 그런 사고 체계에 갇히게 되었을까? 개인적인 차이를 고려할 때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대부분 환경의 요인으로 경직된 사고의 원인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엄격하거나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어린 시절의 영향
정해진 규칙을 통해 불안한 세상에서 안전감과 안정감을 확보하려는 생존 본능
종교적인 신념에 따르는 것을 통한 의로움을 확보
원리와 규칙을 지키지 않았던 과거의 경험에 대한 반영
문화적, 사회적 관계 안에서의 비난과 거절에 대한 두려움
가난, 신체적/성적 학대, 신체질환과 같은 과거 부정적인 삶의 경험들로 인한 자기 방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경직된 생각의 틀을 형성한 사람이나 사건, 환경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원인을 이해하는 것에서 자기 변화와 회복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론 바쁜 일상에서 자신을 분리하여 스스로를 돌아보고 돌보는 일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나의 인식 패턴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연결하며 나의 나됨의 과정을 이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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