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거리에 캐럴송이 흐른다. 울면 안 돼_Santa Claus Is Coming To Town도 그중 하나다. 생각 없이 듣던 노래지만 심리상담자가 되고 나니 가사가 참 흥미롭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오늘밤에 다녀가신대. 잠 잘 때나 일어날 때 짜증 날 때 장난할 때도 산타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대..."
"You better watch out You better not cry You better not pout I'm telling you why,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He's making a list He's checking it twice He's going to find out Who's naughty and nice,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He sees you when you're sleeping He knows when you're awake He knows when you've been bad or good So be good for goodness sake..."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준다는 산타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가사를 잘 보면 우는 아이는 나쁜 아이고 우는 것은 나쁜 짓이다. 그러니 울지 않아야 착한 아이가 된다. 심지어 잠을 자고 있을 때조차 조심해야 한다. 이게 사실 아이에겐 얼마나 어이가 없는 가사인지 모른다. 영어가사는 더 심하다. 산타 할아버지는 아이가 착한지 착하지 않은지 리스트를 만들어서 몇 번이나 들여다보며 꼼꼼하게 점검까지 하고 있으니 빠져나갈 길이 없다. 물론 성인이 된 지금은 유머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과연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들릴까? 울 수도 있고, 떼를 쓸 수도 있는 것이 아이인데, 아이를 돌보는 것이 힘든 부모는 우는 것을 '나쁜 짓'이라는 범주 안에 넣어버렸다.
상담소에선 자신의 정서를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난다. 그들은 어린 시절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표현하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의 부모는 감정적인 것을 미성숙한 것이라며 혼을 냈다. 어떤 이는 부모에게 감정 필터를 주입당했다. 특정한 어떤 감정은 느끼고 표현해도 되나, 어떤 감정은 느껴서도 표현해서도 안 되는 것으로 배웠다. 또 어떤 사람은 감정의 볼륨 조절을 강요받았다. 그로 인해, 평생을 크게 웃으면 안 되고 많이 슬퍼해서도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하며 살았다. 이렇게 자라다 보니 감정의 센서에 먼지가 잔뜩 끼어 작동을 잘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 어떤 환경에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두려워한다. 부정적 감정은 늘 '엄습하는 것'으로 또는 '압도당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이는 그들에게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고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다.
정서조절
정서는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정서를 모든 상황에 표현하는 것이 건강한 것만은 아니다. 어떤 정서는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되어야 한다. 가장 쉽게는 분노를 떠올릴 수 있다. 분노는 불의함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으로 우리를 지키는 중요한 정서다. 분노를 느끼고 표현하는 것을 통해서 자신의 내적 외적 경계를 지킬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은 자신의 품격과 친밀한 관계의 유지를 위해 굉장히 중요하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신과 타인의 신체적 정서적 안전이 위험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슬픔도 그 조절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을 하면 소위 애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부인하고 분노하고 혼란함을 느끼는 과정 속에서 그 사건을 수용한다. 그런 슬픔의 단계를 경험하고 적응하는 단계를 거치며 복잡한 감정들을 경험한다. 그런데 슬픔을 느끼고 표현해야 하는 단계에 슬픔을 억누르는 경우가 있다. 처음엔 괜찮아 보여도 삶의 어느 시점에 그 억눌렸던 것이 터져 나올 수 있다. 반면 너무 깊은 슬픔에 잠겨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일상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럴 때 필요한 인간의 기본 기능 중 하나가 정서의 조절이다.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정서를 조절하는 것을 통해 우리 삶을 더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제임스 그로스_James J. Gross 박사는 미국심리학회 강의에서 정서조절을 우리가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되는지, 언제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감정을 경험하고 표현하는지에 영향을 주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정서조절이 "감정이 발생하는 과정을 수정하기 위한 목표의 활성화로 정의되며,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감정을 증가 또는 감소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감정이 어떤 상황을 경험하면 우리가 주의를 집중하게 되고 그 상황을 해석한 후에 반응함을 통해 발생한다고 이해했다. 그리고 그 반응으로 새로운 상황을 경험하고 다시 집중과 해석과 반응으로 이어지며 그것은 시간이 지나며 계속 반복되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