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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ter Me 김진세 Oct 13. 2023

죽음조차 준비하는 나

BetterMe.Care: 24개의 더 나은 자아로 1년 살기 프로젝트

죽음에 대한 두려움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일방통행의 고속도로를 달리듯 쉼 없이 살아가는 인생은 죽음의 다가옴을 느끼는 순간 의미를 상실한다. 몹시 중요하게 여기던 삶의 목적은 서서히 혹은 몹시 빠르게 소멸된다. 움켜쥐고 있던 눈에 보이는 소유물들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재평가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허무함이 찾아온다. 그리곤 내가 가지지 못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후회와 회한이 밀려온다. 사랑으로 연결된 관계에 대한 것이 주로 여기에 해당된다. 남겨진 시간에 대한 조급함과 두려움이 우리를 잠식한다. 그 두려움의 기저엔 다양한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나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는 허무, 죽음 뒤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불확실함,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슬픔, 해결하지 못한 삶의 과제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통제력의 상실, 죽음과 연결된 신체적, 심리적 고통. 이러한 고통들에 더하여 남겨진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고통을 받을 것에 대한 걱정도 삶을 마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요인이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모든 것들에 더해 우리가 죽음을 두렵게 만드는 다소 철학적인 요인도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이 땅에서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다. 한 내담자가 상담소에 찾아왔다. 내담자는 65세 여성이었다. 그녀는 잠을 잘 자지 못하고, 늘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다음은 그 내담자와의 축약된 대화다.  


상담자: 안녕하세요, 선생님. 불안과 관련된 신체적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네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더 자세히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내담자: 요즘 저는 너무 불안해요. 이것이 제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점점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상담자: 죽음까지 생각하실 만큼 불안하시다니 염려가 되네요. 어떤 일이 가장 걱정이 되시나요? 자신의 죽음에 대한 걱정을 일으키는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내담자: 음, 저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지 못하거나 제 삶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계속 걱정해요. 사회복지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경제적 여력도 있지만, 이 두려움을 떨칠 수 없어요.

상담사: 긍정적인 유산을 남기고 의미 있는 존재로 기억되길 원하는 것은 당연한 마음이에요. 그런 두려움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내담자: 글쎄요. 아마도 제 딸과의 관계가 불편하니까... 몇 년 동안 우리는 좋은 관계를 가지지 못했어요. 그 아이랑은 결혼을 하고 나서 관계가 많이 안 좋아졌어요. 아마 제가 혼자 딸을 키울 때 너무 엄하게 길러서 그런가 봐요. 그때도 혼자 아이를 키우느라 많이 불안했었거든요. 혹시 딸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늘 못하게 하는 게 많았어요. 딸아이는 그것 때문에 친구들도 못 사귄다고 불평도 많이 했었어요. 그래도 저는 제가 맞다고 생각했죠. 그 이후에도 불안할 때마다 딸을 찾았어요. 아마 그 아이는 결혼을 통해 이 상황을 피하려고 한 것 같아요.

상담자: 네, 결국 지금 따님과의 거리감이 죽은 후에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연결이 되어 있네요. 

내담자: 네 그럴 수도 있겠어요. 저는 오랫동안 이 무거운 죄책감과 후회를 품고 살고 있어요. 더 나은 엄마가 되었으면 하는데 너무 늦은 것 같아요. 제가 죽고 나면 아마 그 아이는 저를 자신을 숨도 못 쉬게 한 그런 사람으로 기억할 것 같아요. 그게 너무 무서워요.  

상담자: 이렇게 불안의 근원을 생각하실 수 있었으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겠어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다루기 위해선 결국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 핵심인데, 그것은 따님과의 관계 개선과 연결되어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기로 해요.  


    대화에서 확인이 되듯 이 내담자에겐 죽음이 두려운 이유가 자신에게 하나뿐인 딸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기억될 것 때문이었다. 이것이 혼자 고독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과 뒤섞여 신체 증상을 야기했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예정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종결이 지니는 의미를 규정하지 못한 채 죽음을 대면, 수용하지 못하고 두려워한다. 이것이 죽음불안_Death Anxiety이다. 죽음 불안은 노년기에 더 두드러지는 현상이긴 하나, 심리적 취약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도 흔하게 발견된다. 이 부정적 정서는 심리적인 안녕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죽음 준비 프로그램

    이런 이유로 죽음교육 혹은 죽음준비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김숙남과 그의 동료들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30시간의 죽음교육을 진행했다. 총 5일간 하루에 6시간씩 총 30시간 진행된 교육 과정에는 죽음의 의미를 탐색할 수 있는 강의, 죽음 관련 주제 토론, 상실과 슬픔 대처 방안 토의,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특강, 비디오 감상 및 토론,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한 발표가 포함되었다.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아무런 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죽음에 대한 회피'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감소되었 

 

..... 이하는 출판될 책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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