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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육아시 2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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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NJ Mar 14. 2024

감기


 아이가 아파도 걱정이지만 부모가 아픈 것도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아이 엄마까지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인생 6개월 차 아이를 제외한 모든 가족 구성원이 바이러스에 백기를 들다니.... 아이 엄마는 동네 내과 의사에게 분명히 모유수유 중이라 말했지만, 처방약에는 수유부 금기 약물이 포함되어 있었다. 인간에게 게으름보다 끔찍한 질병이 과연 또 있을까.


 폐는 기침과 침방울을 쉼 없이 배출했고, 이에 뒤질세라 온수를 끊임없이 목구멍에 들이부었다. 아기는 마스크로 무장하고 눈까지 풀린 부모가 많이 낯설었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이 상황이 똑같이 낯설었고 조금 두렵기까지 했다. 전파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르니, 아기를 들쳐 매고 오래오래 동네 산책을 다녔다. 아기는 세상 구경에 신이 났고 나의 목덜미에는 맑은 땀방울이 삐질삐질 흘러내렸다.


 매화와 함께 만발한 아기의 미소를 보며 내가 하루빨리 돌아가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깨달았다. 더 이상 홀로 존재할 수 없는 부모는 예전처럼 싱싱하지 않은 몸뚱이가 야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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