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아내의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에 다문화 가정 쪼금 힘들때도 있죠.

by 고용환

며칠 전부터 아내는 안달이 나있었다. 틈만 나면 백신 접종 이야기를 꺼냈다. 말하지 않아도 도와주고 챙겨주려고 생각하면서 예약방법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계속 말을 하니 짜증이 났다. 물론, 캐나다는 우리나라보다 백신 수급이 원활하여 아내의 지인과 가족들은 오래전에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불안감은 이해가 되었다.

혹시나 물량이 부족하거나 예약 시 문제가 생겨서 성공하지 못할 것을 대비하여 아내에게 말을 했다.


"너무 기대하지 말아, 이게 해봐야 아는 거니까..."


그 말 한마디에 서운했는지 고개를 획 돌리며 서운한 그림자를 남기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사실 아내는 병에 걸리는 것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의사 말이라면 하늘에서 누군가 말한 것보다 철저하게 듣고 따르려고 하는 성향이다.

성장환경이 달라서인지? 가족이 유난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큰 일 아니면 그냥 며 칠 참고 보는 식으로 살아온 나는 살면서 아내의 호들갑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물론 그런 호들갑이 딸아이를 키우는데 조금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긴 했지만 6년이라는 시간을 같이 살아도 아직 적응 중인 것이 내 현실이다.


둘 다 생일 끝자리가 9로 끝나서 오늘 저녁 8시에 아내부터 빨리 예약을 해주고 복직을 앞둔 나도 예약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카페에서 논문을 다듬고 있었다. 아내는 3시부터 문자를 총알처럼 보내며 뭘 준비해야 하냐면서 역시나 불안해했다.


별일도 아닌데 계속 오는 문자에 나도 모르게 상처 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에 10년 가까이 살았으니 알아서 해."


문자를 받고 자존심이 상했는지 "OK"라는 답문이 "카톡" 소리와 함께 날아왔다.


몇 시간이 지난 후 아이를 픽업해서 집에 갔다. 평소 5시면 집에 오지만 오늘은 일이 늦게 끝나서 6시에 온다고 했다. 냉장고를 열고 평소처럼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6시 조금 넘어서 집에 도착을 했다. 아까 분명 자존심이 상했을 텐데 얼마나 간절했으면 백신 이야기를 오자 마자 내게 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내에게 걱정 말라고 하면서 핸드폰을 달라고 했다.

인증서를 준비하고 배터리도 충전하고 혹시 몰라서 노트북도 준비하고 저녁 8시를 기다렸다. 이렇게 시간을 맞춰서 몬가를 준비하고 기다렸던 적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했다.

아내는 내가 백신 예약 준비를 원활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에 딸아이에게 아빠를 방해하지 말라고 오늘은 아빠가 동화책 못 읽어준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드디어 8시가 정각이 되었다.


나는 내 작은 손으로 가장 민첩하게 접속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서버가 때문인지 몇 번 실패를 했는데 10분 지나지 않아서 접속이 돼서 화면을 볼 수 있었다.

본인 인증을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화면이 보였다. 나는 저녁에 만든 아내의 카카오 인증서를 클릭했다. 그냥 넘어갈 줄 알았는데 이름과 전화번호 등 다시 입력하는 화면이 나왔다.

순간 불안해졌지만 나는 아내의 긴~~ 이름을 영어로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클릭을 눌렀다.

역시나 외국인등록번호와 이름이 맞지 않는다는 메시지 창이 떴다. 나는 내 방에서 화가 나서 책 상을 쳤다. 아내는 어떤 상황인지 예상했다는 듯이 조용히 아이를 재우고 자기 방으로 가는 듯했다. 살면서 항상 문제가 됐던 긴 글자 이름에 입력에 대한 문제점이 역시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이름을 모두 대문자로 바꿔서 입력을 했다. 역시나 실명인증 인증이 안된다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그때 조용히 방문을 열고 아내가 들어왔다. 괜찮다면서 그냥 나중에 맞겠다고 했다. 그토록 불안해했던 것을 알기 때문에 예약해서 접종을 시켜주고 싶었는데....

나는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영문 이름을 다른 순식으로 바꿔서 입력을 시도했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고 포기하려는 순간에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는 아내의 공인인증서가 떠올랐다.


나는 노트북을 열고 다시 사이트에 접속했다. 인증방법을 (구) 공인인증서로 하고 입력을 했다.

그리고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등록된 이름은 ###입니다." 이름이 한글로 등록되어 있다고 갑자기 알려주는 것이었다.


나는 아내 이름을 영문이 아닌 한글로 입력했다. 그리고 다음 창으로 넘어간 후 병원과 날짜를 지정했다. 최종 예약하기 버튼을 클릭하니 완료되었다면서 2차 접종일자와 예약번호 화면이 떴다.

코로나 백신예약 완료

아내에게 가서 예약되었다면서 날짜와 시간 그리고 병원을 말해주었다. 꼬박 한 시간이 걸렸다.

아내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맙다고 말했다.


만약에 어떤 이름으로 병원기관에 등록되어 있는지 시스템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절대로 아내의 코로나 접종 예약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불편함은 언제 쯤 개선이 될 수 있을지 참으로 막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수첩에 병원기관에는 한글로 외국인을 등록한다고 적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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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google.co.k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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