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구조가 변하자, 안전한 적린이 나왔다.
백린의 결정구조는 육방정계 구조입니다. 4인 분자(4P Molecule)들이 정육각형을 밑면으로 하는 프리즘같은 모양으로 뭉쳐있는 겁니다. 육방정계 구조가 불안정하진 않지만, 백린을 이루는 4인 분자는 매우 불안정합니다. 따라서 백린은 공기에 포함된 산소와 반응하여 격렬한 연소반응을 일으킵니다. 즉, 백린은 높은 반응성으로 아주 손쉽게 불이 붙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백린에 자외선이 들어오자 결정구조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태양의 자외선을 받은 백린은 공유결합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공유전자쌍의 위치가 변해, 주변에 붙어있는 다른 4인 분자와도 공유결합을 하는 것이죠. 그 결과 적린이 탄생합니다. 적린은 수많은 인 원자가 공유결합을 통해 이어져있습니다. 완벽히 똑같진 않지만, 다이아몬드처럼 수많은 원자들이 공유결합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안정적인 물질이라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적린의 결정구조는 비정질 구조입니다. 비정질 구조란 원자 배열의 규칙성을 찾기 힘든 구조를 이야기합니다. 적린은 백린과 달리 훨씬 복잡한 결정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백린보다 서로 붙어있는 원자의 수가 많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적린의 결정구조는 백린보다 좀더 치밀합니다. 치밀한 적린의 결정구조로 적린은 다른 물질과 잘 반응하지 않습니다. 즉, 적린은 백린보다 낮은 반응성을 갖습니다!
백린은 반응성이 높습니다. 불안정한 결합구조 때문이죠. 높은 반응성은 낮은 녹는점(44.15도)을 갖는다는 사실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적린은 백린보다 반응성이 낮습니다. 안정적인 비정질 구조 덕분이죠. 낮은 반응성은 높은 녹는점(590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정구조의 차이가 반응성의 차이를 만든 것입니다.
반응성은 우리 삶과 별로 관련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적린의 낮은 반응성에 주목하고 성냥팔이 소녀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학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성냥을 발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