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히 서울에서 살았다고 말은 하지만 엄연히 따지자면 내가 제주도에 오기 전 살았던 곳은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이었다. 하지만 먹고 자는 것만 화정동의 부모님 집에서 함께 할 뿐, 회사도 친구도 삶도 모두 서울의 공간을 공유하고 있으니, 서울에서 살았다는 말이 딱히 틀린 것은 아니다.
태어나 17년간을 서울에서 자라며 학교를 다녔고, 이후 17년은 화정동에 살며 대학과 서울의 직장을 다녔다. 그리고, 2~3년간 서울과 제주도에 다리 한쪽씩을 걸치며 오고 간 끝에 지금은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처음 육지사람이라는 말을 접했을 때는 그 단어가 생소하고 어색했다.
하지만 여러 해 제주도에 살다 보니 그 말만큼 찰떡인 게 없다.
제주도에 이주해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처럼 경기도이지만 서울인 사람부터, 서울, 경기, 인천, 충북, 경북, 부산, 해남 등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제주도에 살게 되었다. 딱 봐도 이주민이라는 건 알겠는데, 친해지기 전 까지는 그들이 살았던 세세한 지명까지 알 수가 없으니, 제주도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모두 육지에서 온 사람! 육지 사람인 것이다.
기준이 제주도가 된 지금, 나도 육지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뱉을 수 있게 되었다.
어디 갔다 완?
육지에 볼일 있어 다녀왔어요.
집은 경기도이지만, 서울의 파미에 스테이션에서 용인과 안산에 사는 대학 동기들을 만나고, 구로에서 전 회사의 직장 동료를 만나고, 강남에서 동창들을 만나고, 이태원과 홍대의 살사 바를 들렸다가, 군산의 친구 집에 다녀왔어요.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며 육지사람으로 살게 된 2~3년간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둘에서 하나, 하나에서 둘
2012년 제주도에 땅을 샀다.
2013년 다시 육지로 돌아갔다.
2013~2015년 서울과 제주를 오갔다. (그리고 2015년 다시 제주로 돌아오게 된다.)
제주도에 땅을 구매할 당시에는 친구 D와 함께 였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나 대로, 친구는 친구대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었다.
D는 제주도에서 회사를 다녔고, 제주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나 역시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고, 서울 남자와 연애를 하고 있었다.
D와 나의 삶의 형태가 변해버린 상황, 우리는 공동명의의 땅을 토지분할을 통해 둘로 나누기로 하였다.
그렇게 두 개의 토지는 각각의 이름으로 분할이 되고 D는 분할된 땅을 팔고 제주 시내로 이사를 갔다.
이렇게 D와 함께 시작했던 제주 이주의 첫 번째 여정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시 둘이 되어 제주도에 돌아오기까지 험난한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10년간의 제주 이주의 여정 중 2012년부터 2015년까지의 1부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다시 2015년부터 다시 제주도로 가게 되는 여정을 담도록 하겠습니다.
1부 10편의 글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미리 작성해 놓은 뒤, 하나씩 검수하여 올리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전문가가 아니라 2부 역시 대략 작성을 해 놓고 올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글과 함께 올리는 사진은 모두 제가 그 당시 찍어둔 것들입니다. 10년 전 일들이라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도 많아 외장하드에 보관된 예전의 사진을 열어보며 기억을 되살려 보았습니다. 그 덕에 사진첩을 열어보며 오랜만에 그때를 추억해 볼 수 있었습니다.
워낙 오래된 일이라 최대한 기억을 떠올려 써내려 갔지만, 왜곡된 기억이 있을 수도 있는 점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글 쓰는 법 한번 배워보지 않은 제가, 그저 지난 일을 회상하며 끄적이기 시작한 글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보시게 되어 부끄럽기만 합니다. 미흡한 글 비난 없이 너그럽게 바라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