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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니 wini Oct 22. 2024

삶의 태도, 모 아니면 도


 ‘모 아니면 도.’

 내겐 늘 중간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뭐든 중간이, 적당한 게 제일 좋다고들 하지 않는가. 그 부분이 가장 어렵기도 한 부분이다.  

 모 아니면 도로 살아가는 것도 간혹 어떤 면에서는 필요하다. 적당함의 기로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에너지는 가끔 이도저도 아니게 될 때가 많다. 어느 순간, 근본을 망각한 채 정체성이 흐려지기도 한다. 내가 하려던 것은 뭐였을까?


 쉴 땐 거머리처럼 축 늘어져 방전되어 푹 쉬기도 하고, 움직일 땐 나의 최대 에너지를 끌어들여 최선을 다한다. 애매한 호흡은 우리를 더 지치게 만들 뿐이다.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맺고 끊음의 확실함. 연인 관계이든, 친구 관계이든, 어떤 관계이든지 간에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스스로를 더 지치게 할 뿐이다.

 베풂과 거절. 거절을 해야 할 때엔 확실히 거절하고, 선의와 베풂을 나누어야 할 때는 아낌없이 베푸는 자세. 거절은 여전히 내게도 어려운 일이지만, 적합한 타이밍에 거절을 하지 않으면 그 이후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 두려 노력한다.

 감정도 그러하다.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받아들이는 단순함. 슬픔에 잠겨 있지 않으려 발버둥 치며 벗어나려는 행위는 그저 애매한 감각들 사이에 나를 밀어세우는 꼴이다. 오히려 감정이 엉켜버리게 되어 알 수 없는 혼란 속에 나를 더 옭아맬지도 모른다. 슬프면 눈물을 한가득 흘리고 나면 나아지는 것처럼 나의 감정을 받아들이며, 그 감정에 온전히 나를 내어주는 것이다.


 모 아니면 도는 명료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자세와도 다름없다. 갈팡질팡하며 시간을 버리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것, 아니면 저것. 그뿐이다. 간단하고 명료하게 생각하자. 단순하게 생각할수록 모 아니면 도의 선택을 내리기가 쉬워질 것이다.


 나는 모 아니면 도에서 오는 에너지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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