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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은요, 그리고 저는요

많이 닮아서 많이 사랑해서 많이 아프게 했나 봐요.

by 효돌이작까야

연재를 시작하고 싶은데 어떤 주제로 시작하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은 저희 아들과 저의 이야기를 하게 되네요.

잠깐 소개를 할게요.

저희 큰 아들은 올해로 9살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어요.

남자아이 치고는 꽤 섬세하고 딸 같은 면도 있고, 타인의 마음도 잘 읽고, 눈치도 많이 보는 편이지요.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엄마 숨 쉰 거야 한숨 쉰 거야?”하고 묻는 아이이고요.

손톱 색깔이 바뀌면 “손톱 바꿨네?” 하고 금방 알아차리는 눈썰미도 좋은 아이예요.

말하는 걸 정말 좋아하고 감정의 교류를 사랑하는 그런 아이랍니다.


저는 바다 같은 아이의 말과 마음을 품어주기에는 작은 그릇을 가지고 태어난 엄마인 것 같아요.

어쩌면 엄마가 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어요. 엄마로 살아가는 걸 후회한 적이 꽤나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도 저희 큰 아이덕에 엄마로 살아가는 지금이 행복하구나 하고 종종 느끼게 된 걸 보면 아이가 저를 살린 게 맞지요?

저희 아이의 말이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도 그런 힘이 되어주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연재를 합니다.


저희 큰 아들은 21개월에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남자아이 치고는 말을 꽤 빨리 시작 한 편이지요.

일찍부터 소통이 잘 되었기 때문에 드러눕는다거나, 생떼를 부린다거나, 때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답니다.

대신, 귀에 피딱지가 앉도록 말을 많이 했지요. 말로 엄마 아빠를 팼다고 표현하면 될까요?


말을 들어주는 것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애착 형성을 위해 안 하면 안 되는, 꼭 해줘야만 하는

그래서일까요? 말이 많은 저희 아이의 목소리가 왜 그렇게 듣기 싫고 반응하기 싫고 버겁게만 느껴지던지요…


엄마! 엄마! 엄마! 하루에 수백 번도 더 불리는 그 소리가 공포로 들리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날

“엄마, 예뻐. 엄마, 사랑해. 엄마, 고마워” 이런 말들을 듣기 시작하는데

힘들기만 하다가 아이에게 위로를 들으니 눈물이 핑 돌며 미안한 마음과 함께 세상 죄인이 되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그렇다고 그다음 날 제가 변했느냐 아니요.

똑같던데요.


그래서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얻어지는 아이의 귀한 한마디의 위로를 기록하자. 그리고 기억하자.

그 한 번의 기록이 내 평생에 큰 힘이 되겠구나.

그렇게 제 메모장에 100개가 넘는 아이의 말이 적혀있답니다.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고마울 따름이죠. 여러분들과 나눌게요. 우리 함께 울고 웃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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