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한테 안녕! 한 거야!
셋째 임신 사실을 알고 또 괜히 미안한 마음이 잔뜩 들었던 이때.
임신 3개월째였어서 조심스러웠을 시기기도 하지만 무슨 상관이랴,
아이와 단 둘이 어디 다니는 걸 잘 못했을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둘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고 싶었던 때.
미세먼지에 엄청 예민하지만 아이와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공기질이 썩 맘에 들진 않았지만 공기질보다 아이와의 시간을 선택했던 때.
둘째아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동생을 기다리는 너에게 함께하는 행복을 전하고 싶었던 때이다. 루똥아.
가을 단풍이 참 예쁘게 들었던 때라 고개를 돌려 보게 되는 동서남북이 전부 작품이었다.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관계의 끈끈함 다지고 고마움을 느끼고 왔던 때로 기억한다.
한참을 돌아다니는데 나뭇잎을 보고는 안녕! 하고 인사를 한다.
그리곤 묻는다 “루똥아, 누구한테 인사한 거야?”
정말 해맑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나뭇잎한테 안녕! 한 거야, 나무들 튼튼하게 자라라고! :)“ 이렇게 말한다.
아이고, 이렇게나 행복해하는구나.
이렇게 끌어안고 사랑을 표현할 만큼 이렇게나 행복해했구나. 세상에. 이 날 다짐했다.
관계를 더 돈독히 하겠다던 이때의 다짐을 잘 지키고 있는지 되짚어본다.
꽤 지키고 있는 것 같다. 너를 위해 내가 변해야 하는 것을 인지하게 된 것 자체가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에 지키고 있다고 자신한다.
나의 소망이라면 자연에게 말을 걸고, 튼튼하게 자라길 바라며 너의 기운을 나누는 아이인데.
네가 튼튼하길 바라면서 가장 밝고 따뜻한 목소리로 안녕! 하며 기운을 넣어주는 엄마이길 소망하며 기도한다.
개학을 한 달 정도 앞두고 꽤나 많은 불안이 찾아오는지
잠들기 전 “엄마, 자꾸만 예전 일들이 떠올라서 힘들어”라고 이야기하는 너,
엄마가 조금 더 안아줬어야 했는데 그걸 또 하지 못하고 강해지라며 다그치고만 있구나.
곁을 내어주고 시간을 함께 보내기만 해도 저렇게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관계가 될 수 있는데
엄마는 또 엄마의 시선으로 너를 보고 걱정하고 있나 보다.
루똥, 미안해. 너에게 자꾸 강해 지라고만 해서.
엄마가 강해질게. 미리 걱정하지 않을게
네가 원한다면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며 자연과 함께 대화해 보자.
아직도 미숙하고 어리기만 해서 미안하다. 루똥.
오늘은, 반성이라는 파도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밤이다.
어제오늘 아이의 눈물을 받아주지 못했다.
그깟 눈물.. 내 품에 안아주고 엉엉 울게 하며 편안히 흘러가게 했으면 참 좋았으련만..
굳이 굳이 그 눈물을 모른척하고 차갑게 만들어
고드름이 맺히게 만들고 그 고드름으로 아이를 찔렀을까.
하, 참.
오늘은 이렇게 반성을 하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가 되어볼게.
가능할 것 같아. 오늘 입춘이래.
내 마음에도 봄이 와서 자책과 죄책감보다는
약해 보일지라도 사랑과 희망이라는 새싹을 틔우는 사람이 될 거라 믿게 되길.
아니.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