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다 눈물 나게 아플 때
밥 먹을 땐 밥만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입을 씹을 때만 쓰면 얼마나 좋겠냐고요.
밥 먹으랴, 말하랴
입도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해야 하니 과부하가 오죠.
결국 씹혔어요. 입술이.
아시죠? 그 고통
밥 먹다 입술 씹히는 그 고통
윽! 하더니 한 마디 하십니다.
말이나 못 하면 진짜
주먹이 운다 주먹이 울어 엄마는 이노무쉬끼야.
저는... 밥 먹다가 아이가 다치거나 울면 걱정보다 이 생각 밖에 안 들었어요.
‘하.. 밥 안 먹겠다고 하겠다.‘
참... 못났죠?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저희 아이는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부터 세 숟가락이면 많이 먹었다 하는 아이였거든요.
그러니 식사 시간은 늘 긴장이 되는 수밖에요.
오늘은 얼마나 먹을까?
어떻게 기분을 맞춰야 더 많이 먹을까?
오늘은 뭘 잘 먹어줄까?
오늘도 안 먹으려나?
그냥 맘마밀 사서 먹일까?...
입이 짧고 예민한 아이였어서 엄마를 고생시켰었어요.
다행히 4-5살 들어서부터는 잘 먹기 시작했지만 식사시간의 긴장감은 체화되어 있음을 깨닫습니다.
체화되어 있는 익숙함에 속으면 안 될 것 같아요.
6살이 되니 아픈 곳을 느끼며
새 살이 나려고 운동하고 있다고 말을 하잖아요.
눈물을 찔끔 흘리며 윽! 했지만
예전처럼 울고불고 안기지 않았고,
자신의 감정과 고통을 스스로 다스리기까지 하잖아요.
몸의 변화를 느끼며 엄마에게 전달해 주니,
저 역시 아이의 변화를 느끼며 성장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싶어 집니다.
참, 삶이 그래요.
감사함을 그냥 느끼면 좋을 텐데
잃어야지만 느낄 때가 있고 아파야지만 느낄 때가 있더라고요.
오늘 아침에 제가 그랬어요.
우울증으로 일상을 살아내지 못할 때가 있었어요.
일 년 전만 해도 아침에 아이들을 챙기고,
아침을 차리고
남편이 조금 더 자는 모습이
그렇게 분하고, 저만 일하는 것 같아서 억울한 거예요.
그런데 오늘은 제가 아이들을 위해 누룽지를 만들고
남편 더 자라고 문을 닫아주는데 그게 참 감사하더라고요?
일상이 감사하게 느껴질 만큼 건강해졌구나.
아이들의 변화를 감지할 만큼 여유가 생겼구나
삶을 살아내는 것이 죽지 못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기쁨을 다시 맛보게 되었구나 하면서 정말 기쁘더라고요.
제 안에 우울증이라는 씹힘이 있었지만 그 씹힘이 있었기에 두근두근한 운동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양 저 모양이면 어때요.
삶은 삶 그대로 아름다운 거예요.
당신의 삶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면 제가 아름답게 봐드릴게요.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저는 알거든요.
정말 알거든요. 고마워요. 살아있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