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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아 Jan 22. 2024

A.I. 시대 하지만 결국 사장은 사람.

무관심이 친절인 시대






“카페는 어디까지 친절해야 할까?”   

  

눈높이를 맞추고 손님의 주문내역을 우렁차게 복명복창을 하고 활짝 미소를 보이며 응대해야 할까?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손님에 대한 과한 관심과 친절은 오히려 불편한 세상이 됐다.  

   

사장도 손님을 있는 듯 없는 듯,

손님도 사장을 있는 듯 없는 듯,  

   

무관심이 친절이라고 하는 시대이다.

점점 올라가는 인건비로 인해 개인카페 대부분이 직접 운영을 하고 있는 1인 매장이다.

알바라도 쓰고 싶지만 아르바이트생 관리도 잘 안되고 인건비 생각에 채용하기란 쉽지 않다.

혼자서는 벅차기에 일손을 덜어줄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아직 흔치는 않지만 몇몇 곳에서는 로봇이 커피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젊었을 때부터 쭉 서비스업에 종사를 했던 나는 그저 시간에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세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지긋이 나이를 먹은 사람은 아니다.)     

몇년전만해도 개인카페에 가면 사장님과 소통하는 재미도 있었고,

그런 재미로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들도 계셨다.

물론 아직도 그런 사장님들이 계시겠지만 예전만큼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나도 현장에서 직접 손님과 부딪치고 경험을 쌓았지만,

아직도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괜히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겠나 싶기도 하다.     

과한 친절은 오히려 부담이 되는 시대이다.


예전에는 단골리스트를 만들어서 이벤트 문자도 하고 일괄적으로 문자 전송도 하고는 했다.

특별한 날이면 고객 추첨 이벤트도 하고는 했다.

하지만 요즘은 포인트 적립 또는 10잔을 모으면 되는 쿠폰정도가 최상의 이벤트이다.

그렇다면 이 험난한 시대에는 어떤 친절로 응대를 해야 할까?   

  

최근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을 읽었다.

본문 중에서 나온 내용이다.

일등석 승객에게 커피가 제공될 땐 승무원이 잔을 내려놓고 1초 정도 후에 손을 뗀다고 한다.   

  

“혹시 이유를 아시는 분이 있을까?”

    

일등석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바로 알 수도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나는 아직 일등석을 타 본 적이 없기에 1초를 경험해보지는 않았다.

그러기에 일등석을 이용하는 승객이 되기도 하고 승무원이 되기도 하며 상상을 해보았다.     


‘왜 1초를 머무르지?’     


금방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비행기 안이라는 특성도 있겠지만,

승무원이 승객에게 커피를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승객이 잔을 제대로 받았는지 잠시 기다리는 셈이다.

내려놓고 돌아서다가 커피가 쏟아져 화상 또는 기타 돌발사항을 방지는 하는 셈이다.

참으로 디테일한 기업의 서비스 매뉴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승무원이 승객에게 구구절절 설명을 한다면 어떨까?   

  

“승객님. 승객님의 안전을 위해 제가 커피잔을 내려놓고 잠시 후에 손을 떼겠습니다.”     


당연히 맞는 말이지만 불필요한 말이다.

승객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을지 혹은 중요한 대화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짧아 보이지만 장황한 이 말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승객에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는 것이다.

1초의 머무름에는 친절이 함축적으로 응집해 있다.

이토록 간단한 행동이 대기업이기에 가능한 서비스일까?

따라 하기도 힘든 대기업의 시스템들이 많지만,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은 배려와 디테일 누구든 할 수 있는 것이다.     


카페에서 서비스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작은 행동 하나에 손님에게 함축적 친절을 제공하면 된다.

서빙을 하는 매장이라면 1초의 머무름을 실천해도 되고,

손님이 직접 트레이(쟁반)를 가져가는 경우라면 안전하게 전달되었는지 혹은 안전을 위해 짧은 말 한마디면 된다.   

  

“음료가 뜨거우니 조심하시고 맛있게 드세요.”     


작은 배려와 디테일을 하나씩 찾아서 손님이 카페에 머무르는 시간을 불편함 없이

만들어야 한다.     

또한 카페는 맛에 대한 컴플레인도 음식점과 비교하면 정말 적은 편이다.

정말 기본만 하면 친절한 매장으로 소문이 나는 것이 카페이다.

그런데 기본을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있다.

몇 가지 기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1. 들어오거나 말거나 ‘누구세요?’     

매장에서 인사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함께 일을 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손님이 왔다’라고 알리는 것이다.


손님을 보지 못한 직원 혹은 아르바이트생도 손님이 왔음을 인지하고 이후 고객응대를 하는 것이다.     

흔히 아이들을 키우면서 예의범절 가르칠 때면 부모들이 입이 닳도록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들아&딸아 인사만 잘해도 예쁨 받는다.”     


카페에서도 아니 어떤 업종에서도 첫인사는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사장님들이 이 부분에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앞서 말했지만 첫인상은 중요하다.


너무 경박스럽지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톤으로 손님을 맞이해야 한다.

첫 가게 오픈으로 인사마저도 어색하고 부끄럽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마음은 잘 알겠지만 이 또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거울 보고 연습하고 연습해야 한다.     

손님은 값을 지불하고 내 카페에 방문한 고마운 사람이다.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을까?


계이름은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로 이루어져 있다.

인사하는 톤을 ‘파’ 혹은 ‘솔’ 톤으로 해서 연습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솔’ 톤을 지향하지만, 나이를 먹고 보니 약간 촐랑거리는 느낌이어서 톤을 내렸다.)

무관심이 친절인 시대이지만,

적어도 들어오는 손님을 반갑게 맞이해야 지는 않을까?    

 

2. 핸드폰을 내려두면 손님이 보인다.     

핸드폰 문자메시지 한번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바쁜 매장이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지만 카페에 손님이 없는 시간이 대부분인 경우가 허다하다.

손님이 없는 시간을 차근차근 손님으로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면 보통의 카페 사장님들은 손님 없는 시간에 무엇을 할까?

혹은 손님이 있을 때 다음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길 기다리는 시간에 무엇을 할까?

딱히 할 일이 없다면 보통 손안에 작은 화면을 보고 있을 것이다.     


“핸드폰”     


인스타그램, 스포츠뉴스, 연예뉴스, 게임까지 다양하다.

정말 꼭 필요한 은행업무라든지 예약메시지 또는 주문 메시지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런 이유를 제외하고는 보통 손님이 들어오는 것을 놓친다.

게임을 하고 있다면 더 최악이다.


입은 인사를 하고 눈은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있을 게 뻔하다.

마음 속으로는 게임이 한창 진행중인 중요한 순간에 들어온 손님을 원망 할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상사나 사장 몰래 핸드폰을 하면 지루한 시간도 잘 가고 참으로 재미있다.

월급루팡이 되어도 좋으니 편하게 일하고 돈 벌고 싶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직원을 하던 시절이 아니다.


작든 크든 매장에 사장이다.

편하게 일하면 일을 할수록 통장에 쌓이는 돈은 줄어들게 된다.     

핸드폰 할 여유가 있으면 차라리 책을 읽든, 먼지를 제거하든, 유리를 닦든

뭐든 매장에 보탬되는 일을 찾고 핸드폰을 하더라도 매장에 도움이 되는 것을 하기를 바란다.     


핸드폰을 내려놓는 순간.

자리에 앉아 있는 손님들이 자리는 불편해하지는 않는지,

메뉴를 먹었을 때 맛있어하는 표정인지,

매장 구석구석 거미줄과 먼지가 보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과 눈을 마주치면서 인사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3. 키오스크 너만 믿어!     

사장보다 알바가 더 많은 돈을 가져가는 시대이다.

그래서 큰마음먹고 투자를 해서 키오스크 한 대를 장만해 bar옆에 설치해 두었다.

키오스크가 카페든 음식점에 설치되는 것은 시대적 변화이니 당연히 받아들인다.

그것은 사장도 손님도 마찬가지이다.


분명 주문실수를 줄이고 1인 매장이나 바쁜 매장에서는 굉장히 효율적이다.

키오스크만 바라보는 것이 아쉽다.

기계와 손님이 마주 보기를 강요하는 문화이다.

매장 입구에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손님한테 기계 아닌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라고 하고 싶다.     


키오스크도 중요한 역할이 있듯이 사장(혹은 직원&알바)도 중요한 역할이 있다.

바쁜 시간이 아니면 직접 주문받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그러면서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다.

손님은 메뉴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핸드폰이 아닌 사장 눈을 바라보면 질문할 수 있다.

사장은 손님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익히며 어떤 메뉴를 좋아하는지 기억할 수 있다.     


곧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나오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 속 결말이 늘 그래왔듯이 결국 인간이 세상에 남게 된다.

결국 매장에 남는 것은 사람일 것이다.


오고 가는 눈빛과 대화 속에 재방문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서비스 마인드에 대해서 거창하게 설명할 계획은 없다.

시대와 상황과 그리고 업종에 맞는 서비스를 잘하기만 하면 된다.


손님한테는 부담스러운 서비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지 않은 서비스를 하면 된다.

작은 디테일이 손님을 사로잡는 무기가 될 것이다.

친절함은 기본인 시대이다.


"적어도 내가 손님이라면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카페에 가고 싶다."  



친절해야 손님도 "I'll b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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