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고구마와 에어룸 토마토
가끔씩은 우연히 만난 식재료가 오랫동안 우리 가족의 일상 속 깊이 자리 잡기도 한다. 유기농 한입 고구마와 에어룸 토마토가 그랬다. 둘 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발견했지만, 지금은 우리 가족이 기다리는 반가운 친구가 되었다.
고구마를 처음 알게 된 건 코로나가 한창일 때였다.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올라온 기사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급식으로 공급하기로 했던 한입 고구마가 계약 취소로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농부의 사정도 안타까웠지만, 마침 유기농이라는 말에 더 관심이 갔다. 그렇게 처음 주문한 작은 고구마는 기대 이상이었다. 작고 귀여운 크기는 아이들에게 꼭 맞았고, 맛 또한 무척 달고 부드러웠다.
그해 겨울 아침마다 나는 고구마를 구웠다. 창밖으로 흰 눈이 소복이 쌓인 날이면, 아이들이 잠에서 깨기도 전에 먼저 일어나 고구마를 구워놓았다. 새벽 찬 공기를 마시며 눈을 쓸고 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코끝에 퍼지던 달콤한 고구마 냄새는 아직도 선명히 기억난다. 아이들은 잠에서 깨자마자 달콤한 고구마를 먹고 밖으로 나가 눈놀이를 했다. 우리 집의 겨울 아침은 그렇게 고구마 냄새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이후 해마다 같은 농장의 고구마를 주문했다. 한 입 크기부터 중간 크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고구마를 선택할 수 있었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좋아하는 고구마 크기도 변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이 고구마는 이제 겨울이면 우리 집 필수 간식이 되었다.
고구마를 통해 알게 된 농산물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또 하나의 특별한 식재료를 만났다. 그것은 바로 ‘에어룸 토마토’였다. 에어룸 토마토를 보자마자 콜로라도에서 지내던 시절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를 통해 접했던 지브라 토마토가 떠올랐다. 그 시절 신선한 농산물을 매주 받아보며 행복했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났다.
에어룸 토마토는 제각기 모양이 다르고 알록달록한 색상을 띠고 있었다. 처음엔 생소한 모습에 아이들도 조금 망설였지만, 부드럽고 달콤한 맛에 금세 매료되었다. 일반적인 토마토와 달리 껍질이 얇고 산미와 단맛이 적절히 어우러져 아이들도 잘 먹었다. 이 농장에서는 토마토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토마토 잼, 토마토 디핑 소스, 토마토 컴파운드 버터 등 색다른 제품들이 많아 더욱 흥미로웠다.
농장에서는 팜 투어나 토마토 다이닝 체험도 운영 중이었지만, 거리가 멀어 아직 방문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좀 더 자라 장거리 여행이 가능해지면 꼭 한번 함께 가보고 싶다. 콜로라도에서 경험했던 농장 방문의 기쁨을 한국에서도 아이들과 다시 한번 나누고 싶다.
고구마와 토마토는 우리가 처음부터 찾고자 했던 식재료는 아니었다. 소소한 호기심과 우연한 만남이 지금은 우리 가족의 계절과 일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그 식재료 안에는 농부의 진심 어린 노력과 정성이 담겨 있다. 고구마와 토마토뿐 아니라 이 농장들을 통해 얻은 인연과 추억은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런 작은 발견을 통해 좋은 먹거리를 계속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