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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2주 연속 해외여행

아빠랑 도쿄 여행(1)

by Lanie

단순히 일기든, 여행기든, 에세이든 어쨌든 여행을 하며 계속해서 쓴다는 것, 그것도 공개할 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재미가 있고 없고 와는 별개로. 별 것 아닌 글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든다. 지난주 중국 에세이는 그리 길지도 않음에도 공항 게이트에서 대기할 때부터 이룩하는 시간까지 6시간 정도를 집중하고도 거의 마무리하지 못하다가, 지금 일본에서 첫날을 마무리하며 이 글을 쓰기 전에 막 마무리를 지었다.




일본에 다녀간 지 7개월이 채 안되었기 때문에 많은 상황들이 예상 가능하여 아무 걱정도 준비도 없이 또 왔다. 일본이라 하면 아무리 허름한 가게라 해도 아주 최신식의 위생적인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으며 24시간 편의점이나 필요한 것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드러그스토어가 아주 곳곳에 있는 나라가 아닌가. 여행을 하다 그리 불편한 점도 없을 것이고 필요한 게 있으면 사면된다.


이번 여행은 아빠와 사촌동생과 함께 왔다. 원래는 그 둘이 하는 여행이었다. 아빠도 아빠 친구와 일본 여행을 가려했었고, 사촌동생도 사촌동생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가기로 했었는데, 두 팀의 계획이 다 틀어지고 둘이 여행을 간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우리 가족들은 “엥? 도대체 무슨 조합이야?” 했었다. 둘 다 함께 여행할 친구가 결코 없었던 걸까, 싶은 어째 약간 불쌍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림이었던 것이다.


나는 지나가는 말로 “나 백수니까 나도 데려가~”라고 했는데, 아빠가 적극적으로 내 일정에 따라 여행날짜를 조절해서 셋이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엄마는 내 말에 처음에는 “뭘 그렇게 다니냐”라고 타박을 하는 것 같더니, 막상 간다고 하니 “그래도 네가 가서 그림이 좀 낫다” 하는 것이다. 아빠는 한 번도 내게는 함께 여행에서 기쁘다느니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지켜보니 주변에 ‘딸하고 함께 여행을 한다’는 사실을 꽤 자랑하고 다니시는 것이었다. 대화를 하다 어쩌다 보니 한 번은 엄마와 여행을 다녀오고, 한 번은 아빠랑 여행을 다녀오는 게 누가 보면 이혼 가정인 줄 알겠다고도 했다. 그런 건 아닌데. 그런데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여행과 엄마와만, 아빠와만 하는 여행은 그 느낌이 분명히 다르다. 아무튼 이렇게 어쩌다가 2주 연속 해외여행을 하게 된 까닭에, 집을 나서는데 엄마가 나에게 배웅 삼아하는 말이 ‘아주 화려한 20대를 보내는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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