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러시아 인형

by 윤슬

너무 친했던 세 친구가 다시 만났다.

가장 늦게 결혼한 친구로 인해

서로 바삐 살았던 세월 뒤로

다시 보게 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그 시절의 공기로

숨을 쉬며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 속에 잊고 있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난 아직도 영국 연예인 얘기는 잘 모르는구나'

여전히 스몰토그가 잘 안 되는 나였다.

나머지 두 친구는 서로 깔깔대며

얘기에 푹 빠져 있었다.


친구는 내 근황을 궁금해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반길 사람은 없

어렵게 나누었다.

죽고 싶었던 나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물론 내가,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걸 설명하며.

친구가 날 불쌍히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러시아 인형처럼 지금의 내가 과거를 품고 더 커졌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얘기 좀 그만하라며 핀잔을 듣고서

무안한 마음에 맥주를 들이켰다.
있는 그대로 날 봐주기를 바란다.

다음엔, 스몰토크 많이 준비할게.

그리고 예전처럼 셋이서 노래 좀 불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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