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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빼이 Jul 01. 2022

초빼이의 노포 일기 [용인 수지 고기리 막국수]

노포보다 더 노포스러운, 막국수에 대한 진심.

들기름 막국수-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막국수이다


고기리 막국수는 그리 오래된 노포는 아니라 고민을 조금 하게 된 곳이다.


원래 이 글들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술 한잔 마시며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노포를 기억하기 위해서인데 고기리 막국수는 노포라고 부르기엔 아직은 젊은 집이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설임의 시간을 그리 길게 갖지 않았던 것은 이 가게의 사장님과 직원들의 정성과 노력이 업력만 오래된 노포보다 더했고, 또한 사장님의 음식에 대한 열정을 볼 수 있었기 때문. 또한 이런 집들이 노포로 남기 위해서는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의 기록들이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


최근 몇 년간 정말 많은 미식가들의 '면식 수행'의 결과로 전국에 산재한 정말 좋은 평양냉면집, 막국수집, 우동집, 칼국수집 등이 새롭게 발굴되고 소개되었지만 그중에서도 혜성과 같이 등장한 이곳은 그들이 내놓는 음식 단 하나로 인해 많은 면식 수행자들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성지가 되었다. 가장 기본에 충실한 막국수에서부터 요즘 트렌드에 맞게 새롭게 개발한 들기름 막국수, 그리고 최근의 동치미 막국수까지 어느 것 하나 쉬이 여길 수 없는 알찬 메뉴들로 가득 차 있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많은 노포들이 오랫동안 가게를 유지해 오면서 음식의 완성도와 가게 전체의 분위기, 그리고 주방이나 서빙 공간의 위생에 대해 조금씩 무뎌지는 것이 사실인데(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이곳은 그런 우려를 불식하게 만들 만큼 완벽에 가깝다고 할까? 아마도 그런 점은 이곳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성품에 많이 기인하는 것일 텐데 그들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에 정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음식 외적인 부분이 이럴진대 정말 중요한 음식은 어떨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정도.   


비빔 막국수                                                                                          물막국수

                                             

수육                                                                                            정갈한 찬들

우선 단점을 이야기한다면 나와 같은 초빼이 입장에서는 이 집은 위치가 꽤 외진 곳에 있어 반드시 차를 가지고 찾아가야 해서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것. 특히 인천에 거주하는 필자의 입장으로서는 이 좋은 음식들을 보면서 술 한잔 하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할까? 그 점은 아쉽고 아쉽고 또 아쉽기만 하다.


미리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팁은 반드시 운전을 할 줄 아는, 그러나 술을 즐기지 않는 분을 반드시 대동하고 가야 한다는 것. 이것이 이 집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워낙 전국적으로 유명한 집이기에 오전 11시 오픈 시간에 맞춰 찾아가면 한두 시간 정도 필수로 기다려야 한다. 오전 10시 정도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차를 댄 후 전화번호를 등록하고 인근을 천천히 산책하다 입장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거라 추천한다.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은 음식에 대한 상상을 통해 허기짐을 동반하고, 그 허기짐은 음식 맛과 질에 대한 기대를 절대로 무너뜨리지 않는 필요충분조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곳에서 만은.


메뉴는 의외로 매우 간단하다.

물막국수, 비빔막국수, 들기름 막국수, 그리고 동치미 막국수 총 네 종의 막국수와 수육 하나. 술은 1인당 1잔 2인에 한 병만 판매하는 막걸리 한 종.

근데 이런 구성이 간단하다고 설명할 수 없는 게 막국수는 제각각의 묘미가 있어 한 번씩 안 먹어 볼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며, 함께 주문하는 수육은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주문을 안 할 수도, 그리고 맛보지 않을 수도 없을 만큼 잘 삶아냈고 정갈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함께 내는 백김치는 정말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사이드 메뉴.

'정갈'이라는 한 단어에 많은 뜻을 담을 수 있다면 아마 이곳의 백김치에 붙이는 '정갈함'이라는 수식은 제대로 그 효용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


개인적으로도 몇 번 찾아가고 가족들과 함께 찾기도 하였지만 입맛이 까다로운 마눌님이나 면에 대해 기준에 높은 장모님도 이곳은 다시 찾고 싶은 곳이라 말씀하실 정도이니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 집의 매력은 통하는 것이 사실 일터.


추가 주문이 어렵고, 술을 적극적으로 팔지 않는 이유는

추측컨데 웨이팅이 너무 많아 주인 된 입장으로서 다른 손님을 위한 배려심이 숨어 있고,

비교적 외진 곳에 있어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술을 드시지 말라는 간접적인 권고도 숨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또한 점점 늘려가는 이 집의 주차장과 갤러리처럼 꾸며진 가게 전경을 보면 오랫동안 이곳에서 자리 잡고 또 하나의 별과 같은 노포로 성장할 가능성은 아주 높을 수밖에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는 그런 가게이다.

(언제나 내돈내산했다. 오해 없으시길)


사진을 올리고 보니, 벌써 입에 침이 고이며

또 찾고 싶어 진다.



[메뉴추천]

1. 1인 : 혼자 방문 시는 일단 기본 메뉴부터 권장한다. 물 막국수 > 비빔 막국수 > 들기름 막국수(기호에 따라 순서는 바꿀 수 있다)+수육 소

2. 2인 이상 : 다양한 막국수를 주문하고 수육 중  

* 개인의 취향에 의한 추천이니 절대적인 것은 아님. 적어도 사람 수만큼은 주문해야 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추가 팁]

1. 주차장을 계속 늘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드는 사람이 많아 주차에서부터 기다릴 수 있으니 서두르시길

2. 11시 오픈이나, 오픈 시간에 들어가서 먹을 생각이라면 10시~10시 30분 정도에는 가서 번호를 등록해야 한다. 번호 등록 후 주변 산책도 권장한다.  

3. 수육은 정말 꼭 드셔 보시길.

4. 주문할 때 사리 추가에 대한 팁을 주는데, 물막국수를 주문하고 사리 추가는 들기름 막국수로 하는 등 교차가 가능하다. 이게 이 집의 또 한 가지의 장점이자 전략이 아닐까 한다.

5. 근처의 좋은 카페도 검색하셔서 식후 잠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것도 한 가지 팁이다.

6. 내 경우는 인천 송도에서 2시간 정도 운전해서 찾아가 웨이팅 한 시간 정도에 음식 먹는 시간 30분 정도, 그리고 근처 카페에서 1시간여 즐기다 온다. 그리고 다시 2시간 정도 운전해서 돌아간다는. 운전하는 시간이 더 많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은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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