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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oha Sep 20. 2022

그것은 장차 피어날 꽃의 씨앗같은 것

[소설] 나비가 손님인 꽃집 2

  확실히 바람이 선선해진 오후였다. 9월 중순은 아직 가을이라고 말하기에는 햇살이 뜨거웠지만 여름은 분명히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정호 아저씨가 작은 냉장고에 허겁지겁 꺼내 준 것은 ‘업소용’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캔 콜라였다. 언젠가 먹었을 배달음식에 딸려 왔던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꽃집을 하겠단 말이냐?” 

  “네...” 

  해례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다 말고 가늘게 새어 나왔다. 

  “그래, 네 엄마한테 대충 듣기는 했다마는... 좋은 곳에 취직을 했다고 네 엄마가 자랑을 하던 게 불과 얼마 전인 것 같은데... 결국 또 그만둔 거야?” 

  해례는 결국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더 이상 붙잡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해야 했다.   

  “서울에 있는 큰 호텔이라면 들어가기도 힘들었을 텐데 몇 년은 더 버텨 보지 그랬냐? 요즘 취직하기 좀 힘든 세상이라야 말이지. 네 엄마야 네 말이라면 다 옳다구나 했겠지만... 다들 너나없이 창업이다 뭐다 하고 설치지만, 혼자 일하는 건 어디 쉬운 일인 줄 알아? 말단 직원으로 일하는 건 어렵고 사장 소리 듣고 일하는 건 쉽다고 생각하는 건지... 그게 다 세상 물정도 모르고 겉멋만 들어서 그러는 거야. 게다가 이런 동네에서 꽃집이라니...” 

  눈길이 머물 마땅한 곳을 찾아 헤매던 해례는 결국 ‘탁’ 소리를 내며 쥐고 있던 콜라 캔을 땄다. 정호 아저씨의 걱정을 멈추는 방법은 그것뿐인 것 같았다. 그는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담뱃갑으로 손을 뻗더니 한 개비를 빼어 물었다.

  벌써 세 번째였다. 해례도 잘 알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6개월, 그리고 다음 직장에서 1년을 보냈다. 이미 대학시절 두 번이나 휴학을 했던 해례였기에 세 번째 직장에 들어갔을 때 이미 그녀의 나이는 27살이었다. 누군가는 취업 하나는 잘한다고 칭찬하기도 했었다. 첫 출근 날 아침, 해례는 복잡한 지하철 3호선 안에서 몇 번이나 이 회사에 뼈를 묻겠다고 다짐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또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그녀 나이 29살이었고 뼈를 묻기에는 그녀의 몸은 아직 너무 젊었다. 하지만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 오르는 대신 자신이 직장생활을 해나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만을 깨달은 채 고향으로 내려가는 기차에 올라야 했다. 전쟁에 나가 무참히 깨지고 명예롭게 죽지도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리는 패잔병의 심정이었다. 아니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간다는 표현이 더 옳을지도 몰랐다. 해례는 자신을 향한 손가락질을 피해 허겁지겁, 자꾸만 들고 있던 가방을 놓치며 집으로 도망치고 있는 중이었다. 

  “인내심을 갖고 견뎌야 한단 말이다. 내 말은...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게다가 너 공부시킨다고 네 엄마가 얼마나 고생을 했니? 그런데 '꽃집'이라니... 그러지 말고 얼른 다른 취직 자리를 알아보는 게...”    

  “저... 아저씨,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응?” 

  “제가 꽃집을 하려는 건... 힘든 일이 하기 싫어서라기 보다...” 

  “그게 아니면?” 

  “그러니까... 그게 좀... 제가 사실은 심각하게 사회생활이 어려워서요. 사람들하고 어떻게 어울려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 

  '제 자신이 자꾸만 바보 같다는 생각만 들어서요.' 하지만 해례는 간신히 속내를 꺼내 보이면서도 정작 중요한 뒷말은 삼켰다.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에 비춰 봤을 때 그런 말은 입밖으로 꺼내는 것은 좋지 않다는 무의식적인 통제가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더 바보 취급만 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왠지 그 순간 어색해 지는 공기의 흐름도 싫었다. 그냥 아저씨의 잔소리를 듣는것이 휠씬 마음 편했다.

  “바로 그런 걸 회사 생활을 하면서 배워 나가는 거야. 인내심을 갖고 말이지. 그건 그렇고 사람들하고 어떻게 어울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애가 도대체 사람 상대하는 장사는 어떻게 하겠단 말이냐? 나 참...” 

  정호 아저씨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가 해례의 눈앞에서 뽀얗게 흩어지고 있었다.

  해례는 직장에서 돌아온 매일 밤마다 손바닥 만한 고시원에 틀어박혀 떡볶이를 씹었다. 다음 날 또 회사를 가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 어렵게 밀쳐놓았던 떡볶이 접시를 제 앞으로 당겨놓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두려움, 온몸을 누르는 공포, 도대체 그 감정들은 뭐고,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나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례는 아직 찾지 못했다. 모두가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점심시간에도 그녀는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어 보이기도 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들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자신이 가보지 못한 세상, 자신이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물건들, 무엇보다 해례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들에 대해서 그들은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나만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았어...’ 그때 해례 주변을 떠돌던 공기는 다른 물질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해례는 그들의 세상에서는 숨 쉴 수 없었다.

  “한 두 개라도 주문이 들어오면 작업해서 주고... 그러면 되지 않을까요?” 

  그럼 혼자 조용히 일할 수도 있을 테고... 해례는 내내 정호 아저씨의 표정을 살피다가 그 말까지는 하지 않기로 했다. 아저씨가 걱정하는 것을 해례도 모르지 않았다. 

  정호 아저씨의 목공방이 있는 동네는 도심에 위치한 오래된 골목이었다. 하지만 지하철역도 가깝고, 꽃시장도 멀지 않았고 무엇보다 공간이 넓었다. 작업장뿐만 아니라 이리저리 목재들이 쌓여 있는 공간과 아무렇게나 풀이 자라난 마당도 있었다. 그러나 벌써부터 재계발 이야기가 나온 동네는 절반쯤 비어 있었고 남아있는 원주민들도 대부분 살림이 팍팍한 어르신들뿐이었다. 

  “도대체 누가 여기까지 꽃을 사러 온다고...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야, 내가” 

  “네, 아저씨가 뭘 걱정하시는지 잘 알아요. 하지만 요즘은 뭐든 인터넷으로 팔기도 하니까, 뭐... 그리고 가게라기보다 ‘작업실’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걱정하시는 것만큼 돈도 많이 들지는 않을 것 같고...”

  해례는 갑자기 아침 지하철역에 있던 ATM기에서 뱉어지던 자신의 통장이 떠올랐다. 잔액은 70만 원. 숫자 0의 개수를 몇 번이나 다시 세며 한 숨이 절로 나왔던 것도 기억났다. 고향으로 돌아와 꽃집을 열겠다는 결심을 굳힌 후 해례는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꽃집을 찾아다니며 몇 차례 특강을 듣느라 남아있던 돈을 깨뜨리고 말았다. 바위는 작은 돌로 부서지더니 자갈이 되고 급기야 모레가 되어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 버린 것이다. 제 딴에는 투자라며 큰소리쳤지만, 이미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해례에게 파리와 런던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는 플로리스트의 수업은 화려한 겉치레가 가득한 자기 과시의 쇼일 뿐이었다. 아니면 돈도 많고 시간도 많은 데 할 일은 없는 소위 셀럽들의 친목모임이거나. 어느 것 하나 해례에게는 가당치 않은 세상이었다. 그 생각을 하자 해례는 더욱 속이 상했다. 하지만 이제 어쩔 수 없었다. 그 70만 원을 이리저리 쪼개고 쪼개서 꽃집을 열어야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저씨에게 드릴 돈부터 쪼개 내야 했다.

  “골목 앞에... 아, 너도 들어오다가 봤지? 예전에 사무실로 쓰던 공간인데 옆에 작은 창고도 붙어 있고 말이야. 유리만 잘 닦아 놓으면 제법 가게 자리처럼 보일 게다. 나는 오고 가기 번거로워서 지금은 이렇게 작업장 한켵에 전화기랑 책상을 두고 쓰고 있으니 소용없어진 공간이야. 어차피 여기 작업장 뒤에 방도 있어서 쉴 때도 나는 주로 거기에 있으니깐.” 

  “감사합니다. 그럼 월세는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그리고 보증금은...” 

  “이 녀석아, 보증금이랑 월세 낼 돈 있으면 여기 말고 좋은 데 얻어서 가지 그러냐? 나 참, 별소리 다 듣겠네. 네 엄마가 그냥 조그만 공간만 있으면 된다고 해서 오라고 한 거야. 너한테 월세나 받아 보겠다고 그런 게 아니란 말이다. 응?” 

  “아, 네... 죄송합... 아니, 감사합니다” 

  해례는 벌써 몇 번이나 감사하다는 반복 하다가 너무 성의가 없어 보이는 것 같아 고개까지 푹 숙여 보였다. 벌써 그녀의 머릿속에서 70만 원은 다른 모양으로 쪼개지고 있었다. 

  “그럼 원래 있던 책상도 그대로 써도 될까요?” 

  “나야 상관없지만, 보고 결정해야 하지 않겠냐? 어쨌든 뭐든 필요한 건 다 갖다 쓰고... 변변한 건 없지만 말이다”

  “박사장, 박사장” 

  밖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정호 아저씨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예, 형님. 여기 있습니다” 

  “아이고, 몸도 찌뿌둥한데 커피 한 잔 얻어 마실까?” 숱 많은 머리를 볶은 건지, 머리숱이 많아 보이기 위해 볶은 건지... 아무튼 머리가 지나치게 부풀어오른 한 남자가 기다란 합판 끝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성큼성큼 해례가 앉아 있던 책상 앞으로 다가오던 남자는 그녀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거 손님이 계셨구먼. 아이고 미안합니다” 

  해례는 고개를 숙이고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정호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그럼, 저는 가게에 한 번 가 볼게요” 

  “그래 그래. 한 번 둘러보고 오너라.” 

  “형님, 손님은 무슨. 여기 앉으세요.” 

  정호 아저씨는 해례가 방금 전까지 앉아 있던 의자를 얼른 빼서 그에게 내밀고는 정수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카예요. 빈 사무실을 좀 쓰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하던 참이었어요. 뭐 제 사업을 하고 싶은 가 봐요”

  “아이고, 외국에서는 차고에서도 창업을 한다고 그러더만... 젊은 아가씨가 아주 대단하네” 

  “뭐... 대단하다고 할 건 없고요... 걱정거리지요, 뭐. 하하”

  이상하게도 곤욕스러워하는 정호 아저씨의 분위기를 느낀 해례는 그 자리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다리에 힘을 붙였다. 넓은 작업장을 빠져나오기까지 몇 번이나 정호 아저씨의 헛웃음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 소리는 마치 ‘빨리 걸어. 좀 더 빨리 걸으란 말이야’ 하며 해례를 재촉하는 것 같았다.

  자신을 스스럼없이 조카라고 소개하는 정호 아저씨였기에 그녀 역시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그곳에 올 수 있었다. 원래 엄마보다 열 살이나 어린 외삼촌의 친구였던 그는 유난히도 바람 잘날 없던 그녀의 가정사 덕분에 어릴 때부터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걔가 좀 성질이 지랄 맞아서 그렇지... 얼마나 인정 많고 의리 있는지 몰라. 특히나 우리 집 일이라면 불물 안 가리고 뛰어 오잖아. 누나를 그렇게 끔찍하게 생각하는 동생이 어딨겠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세상에 하나뿐인 혈육이라는 외삼촌을 떠올릴 때마다 엄마는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외삼촌을 물불 안 가리고 뛰어오게 만드는 집안일이란 결국 아버지가 집안 살림을 다 때려 부수거나, 엄마를 때리는 거였는데, 그럴 때마다 아버지를 혼내주겠다며 정호 아저씨와 함께 등장하곤 했던 것이다. 그렇게 누나를 끔찍이 위한다던 삼촌은 결국 위자료로 받은 엄마의 돈을 들고 가서는 연락을 끊어버렸고, 이제 막내 삼촌의 역할은 정호 아저씨가 대신하고 있는 셈이었다. 아직 결혼도 하지 못한 그는 오매불망 기다리던 아내 대신 졸지에 누나와 조카를 얻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가족이 생긴 셈이었지만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당을 지나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진입로를 걸어 골목으로 나오자 가게 전면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통유리에는 하얀 시트지가 발라져 있었다. ‘정호 목재. 맞춤 가구, 붙박이 장, 인테리어 선반. 010-***-****’ 파란색으로 분명하게 새겨져 있는 글자들을 밀고 들어서자 어둑한 실내와 먼지 냄새가 밀려왔다. 불도 켜지 않은 채였다. 더 이상 사무실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그 말은 사실인 것 같았다. 책상 위에 소복이 쌓인 먼지와 신문들, 바닥에 이리저리 뒹구는 전단지가 그 증거였다. 10평 남짓한 공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커 보였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해례는 자신의 맥박이 조금씩 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먼지가 많을 텐데... 문을 열어 놓지 않고.”

  10평의 공간이 화사한 꽃으로 채워지던 상상을 하던 찰나 별안간 문이 열렸다. 정호 아저씨였다. 

  “생각보다 너무 좋은데요. 넓고” 

  “그렇다니 다행이구나. 이 시트지들을 다 뜯어 버리면 앞이 후련할 거야” 

  “네...” 

  “정해례, 내가 진짜 네 외삼촌은 아니지만 말이야. 한마디만 할게.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네, 기분 나쁘다니 그럴 리가요... 게다가 진짜 외삼촌은 저한테 관심도 없는걸요. 오히려 아저씨가...” 

  “그래, 뭐, 어쨌든... 엄마가 혼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겠니. 너 하나 보고 사는 사람인데... 그러니까 열심히 하라고. 뭐가 됐든 말이야. 사회생활이 맞지 않는다거나 사람들하고 어떻게 어울리는지 모르겠다는 그런 말은 행여나 엄마한테 하지 말고. 다들 그냥 묵묵히 사는 거지, 특별히 재주가 있어서 사람들하고 어울려 사는 건 아니야. 그냥 그렇게 해야 하니까 그렇게 사는 거지.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그럴 땐 그냥 묵묵히 하는 거야. 그러다 보면 다 알게 돼. 그러니까 기왕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이번에는 묵묵히 해봤으면 좋겠구나.” 

  “네...”

  자신이 결국 서울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이유는 고작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해례는 그 생각을 하자 얼굴에 열이 올랐다. 다행히 엄마에게는 더 나이 들기 전에 내 꽃집을 해보고 싶다는 말로 둘러 댔지만 그녀는 사실 누구보다 직장에 계속 다니고 싶었다. ‘그렇다면 견뎌내야 했던 걸까?’ 어린아이의 투정 같은 그 말이 해례의 마음속에 들어 있을 때는 날카로운 칼처럼 심각하고 위험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사정없이 찔러대던 그것이 밖으로 나오자 어이없게도 그 힘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자꾸만 초라해지고 바보같은 자신이 미웠다.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런 마음이 다 '고작 그런거' 였다면. '나에게는 정말 심각한 일이었는데...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는데... 정호 아저씨의 말대로 그저 묵묵히 견뎌 냈다면 괜찮을까.' 해례는 힘없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언제부터 내려앉았을지 모를 먼저들이 화들짝 일어났다.

  ‘이번에는 정말 견뎌내야 하는데...  해례도 이번만은 잘 해보고 싶었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에 쫓기기보다 자신도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자기 자신과 엄마를 향해 웃어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어느새 골목길 가로등에 불이 켜졌다. 하얀시트지에 노란 불빛이 동그랗게 번졌다. 캄캄한 해례의 인생에도 작은 불빛이 켜진 순간 일지도 몰랐다. 희망이라는 불빛이. 용기라는 불빛이. 어쩌면 그것들이 장차 피어날 꽃의 씨앗이 아닐까. 해례는 그 순간 먼지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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