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 발목을 파고드는 올가미

by 고전을 마시다

여전히 개운치 않은 아침, 고절은 기다리던 연락이 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 조심스레 휴대폰 액정을 켰다. 하지만 액정 상단에 또렷이 적힌 몇 시 몇 분, 몇 월 며칠이 그에게 허락된 전부였다.

그 밖에는 어떤 메시지도 부재중 통화 표시도 뜨지 않았다.


부디 살아가는 의미를 찾지 말라 타일러도 보고, 윽박도 질러보고, 차라리 그럴 거면 나가 죽으라고 협박도 해봤지만, 고절은 언제부턴가 매일 한 가지의 이유라도 움켜쥐지 않으면 안 됐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아침을 마주하기가 죄스러웠다.

그냥 눈떴으니까 우유에 시리얼 한 사발 들이키고, 해맑게 출근하고, 적당한 타이밍에 점심식사 종류 고르고, 나른한 오후와 잘 타협하다가 퇴근하여 조건 없이 주어진 저녁시간을 평화롭게 보내는 삶. 당연한 생(生), 배배 꼬이지도, 견딜 필요도, 무엇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와 한 끼 앞에서 자신을 성찰하지 않을 평범한 하루하루. 그의 간절한 소망이었다.


오늘은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살아가야 할 이유 하나가.

눈에 힘을 빡 주고, 입을 꾹 다물어 원치 않게 밀려드는 감정들을 막아냈다. 순간 오선지 위 두세 마디 정도 되는 짧은 멜로디가 그의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갔다. 도망가는 선율의 끝을 붙잡고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동떨어져 드문드문 이어지는 것을 억지로라도 붙여 정체를 밝혀야 했다. 뇌의 화학적 반응을 활성화시키려 연신 공기를 흡입했다. 하지만 너무 과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정신이 다른데 팔려 그것을 놓친다면 하루 종일 찜찜한 기분을 떠안고 가야 하니 말이다. 기억날 듯 말 듯하다 결국엔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오늘은 운이 좋았다. 묵직하게 자신을 짓누른 채 구슬픈 달콤함과 중독성 강한 씁쓸함을 조화롭게 주입하는 곡을 잊긴 어려웠다. 그것의 전주에 오고절은 홀렸다. 출근에 걸리는 15분 남짓, 연주가 반복되는 그동안 그는 황홀경에 들어섰다.


<Acoustic Cafe, Sicilienne >


외근 없는 오전, 그는 지루했다. 자신에게 용건을 마친 마부장은 그에게 눈인사조차 건네지 않았다. 어떻게든 흥밋거리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업무와 무관한 짓을 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그때마다 그는 자신 같은 직무자들을 위한 교육용 보험사기 사건 사례집을 열어 봤다. 가장 최신 사건부터 찬찬히 읽었다. 자극적인 제목이 흥미를 돋웠으나 결국 시답지 않은 이야기뿐이었다. 음주운전이나 법규를 위반하는 타깃을 골라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발하거나, 상습적 차량 접촉 사고와 과도한 입원 같이 창의적이지 않으면서도 위험이 적은 일들이 열거됐다.


그는 과거로 일자를 거슬러 갔다. 2010년대와 2000년대를 훌쩍 건너뛰고, 2년을 더 조심스레 내렸다.

1997년 대한민국은 국제통화기금, 일명 IMF의 구제금융을 요청한 해였다. 남의 나라에서 원재료를 사 와 몸뚱이 하나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해외로 팔아먹고 살던 국가에 지불 가능한 지폐가 사라졌다. 4천만 명이 살아가는 땅덩이가 부도났다. 줄줄이 도산하는 사업체를 헐값에 매입해 몸집을 불리는 기업도 있었다. 주식,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폭락은 또 다른 폭락을 낳았고 무서운 투매가 거듭됐다. 그걸 마구 주워 담는 이들도 있었다. 분명 우는 사람들 곁에 행복의 비명을 지르는 이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더 끔찍한 비극은 단말마의 비명조차 없는 법이다.

당시 자살이 유행처럼 번졌다. 눈뜨면 김 모 씨, 박 모 씨, 이 모 씨, 최 모 씨가 비관하여 어떤 방식으로든 죽어갔다. 오죽하면 자살일지라는 단어가 나돌았다. 국가라는 거대한 집합체는 다시 한번 살아보려 기업 구조고정, 공기업 매각, 외화차입 같은 백방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개인들에게는 하루조차 더 버틸 여유가 없었다. 그들은 희망을 잃었다. 삶보다 죽음이 가벼웠다. 이 세상으로부터 해방이 곧 탈출구였다. 그렇게 잘 살아보려고 이 땅에 태어난 이들은 참으로 허망하다며 땅으로 돌아갔다.


97년부터 보험사기는 전년과 비교하여 크게 늘었다. 98년은 더 폭증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람의 불행이 돈으로 환산됐다. 다 이승에서 먹고살아보자고 한 짓이다. 따라서 적당한 신체훼손, 즉 몸으로 때우는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사리 분별 못하는 아이를 구슬려 신체 일부를 앗아 보험금을 타낸 부모, 공사현장에서 자발적으로 투신하여 불구가 됐지만 남은 가족들이 길바닥에 나앉는 걸 막은 삼촌. 친인척들이 모여 짜고 친 교통사고들. 반려견들을 싣고 일부러 벽에 부딪힌 악인. 그야말로 절박한 인간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으뜸은 목숨값이었다. 물론 생전 얼마큼 보험사에 치성을 드렸느냐에 따라 금액의 크기가 천차만별이었으나 그럼에도 한 인간의 죽음은 그 사람이 약속받은 약관 중에 가장 큰 금액이 매겨졌다.

생명보험을 가입한 가장이 자신의 몸을 던져 나쁜 것은 안고 가고, 좋은 것들을 남겨준 사례가 단연 많았다. 이런 책임감은 비단 그 당시만 해당되는 것은 아녔다. 이웃나라에서도 빚을 감당하지 못한 아버지의 자결이 용기 있고 의무를 다한 사내로 칭송받았단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 남은 이들의 행복에 거름이 될 유기물, 그러나 사실 자신도 함께 행복하고 싶었던 한 인간, 그렇게 그들은 피고 지고를 반복했다.


참으로 인간은 비정하다. 어떻게 죽음조차 돈으로 바꿔치기할 생각을 다 했을까.


고절은 뭔지 모를 울적함에 다른 사례들을 애써 찾아봤다. 보험사기가 진화하다 보니 자연스레 보험사 내부 직원들과 작당하여 빈틈을 메운 일도 드러났다. 그런 건들이야말로 오고절이 진중히 읽어야 했으나 그는 빠르게 마우스 휠을 내렸다. 그러면서 스스로 이렇게 위로했다. 전문적 공범자가 있었음에도 걸린 사건은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데다 지지리 운이 없었으며, 일이 밝혀지는 도중에 덮어 줄 상사를 못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과는 전혀 다른 일이라며 굳게 믿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그는 마부장에게 밥이라도 얻어먹을까 싶어 그의 독방 문을 똑똑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그는 심기가 불편할 때, 특히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 탓을 누군가에게 뒤집어 씌워야 하는 경우에 존댓말을 썼다. 오고절은 기분이 썩 내키지 않아 하며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부장님, 점심식사는 어떻게 하십니까?”


“오팀장님, 공업사 한사장이 나에게 전화를 했는데 뭔 소린지 전혀 모르겠어요. 혹시 뭐 잘못한 게 있습니까? 연락해 보세요.”


상대를 보지도 않은 채 그는 홀로 시작과 끝을 내버렸다.

역시 오고절이 감지해 내는 찜찜함은 끝내줬다.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 짧은 전기신호는 곧장 뇌의 한 부분을 자극해 원인을 연상시켰다.


‘한사장의 공업사로 차가 입고 안 됐나? 이거 괜히 덤터기 쓰는 건 아니겠지?’


그가 한사장의 전화번호 앞 두 자리를 기억해 누르자 ‘공업사 한창식’이라 저장된 번호가 떴다. 통화버튼을 누르며 그는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도리어 세게 나가야 한다. 이런 일이 어디 한 두 번이냐. 신호가 뚝 끊기며 격앙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어라? 분명 나인 줄 알았을 텐데도 이런 식으로 반응한다고? 단단히 삐진 모양이군.’


“네, 오고절입니다.”


당연히 이어져야 할 대답을 침묵이 대신했다.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 했지만 일단 자초지종을 들어야 했기에 오고절이 먼저 너스레를 떨었다.


“한사장님, 점식은 드셨어요?”


“오팀장, 나랑 지금 장난합니까?”


평소에 존대를 꼬박꼬박 붙이던 양반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한사장님, 다짜고짜 지금 뭐 하세요. 무슨 전후 사정이라도 말씀하시고 성을 내셔야지. 이게 무슨 경웁니까?”

오고절도 목소리를 깔고 정색하며 대꾸했다.


“경우? 야 이 자식아. 새파랗게 어린 새끼가. 말끝마다 거슬리게 하네. 그래. 나도 장사 접으련다. 어디 끝까지 가보자. 나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따위로 구는 거야. 처음부터 꼬박꼬박 말로 이겨먹으면서 고개 빳빳할 때부터 알아봤어. 그래 한 번 해보자.”


한 번도 쉬지 않고 쏟아지는 속사포가 그의 분노를 짐작케 했다. 이번에도 오고절은 한 발 더 물러나야 했다.

“아니 원래 저에게 억하심정이 있으셨습니까? 대체 뭔 일로 제게 그러시는 건데요? 서로 한두 번 본 사이도 아니고, 우리가 속에 있는 얘기도 못할 정돕니까? 제가 지금 저보다 나이 든 어른에게 욕 좀 먹었다고 이러는 게 아니잖아요. 이유를 좀 얘기해 달라 그겁니다.”


“다 알면서 지금 나 놀리는 거지?”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동안 제가 살갑게 못 군건 인정하지만 한사장님 납득 안 시켜 드린 적 있습니까? 진짜 섭섭합니다.”


오고절은 상대가 밀면 밀리고, 당기면 끌려갔다. 중심은 흔들리지 않으면서 상대의 체력을 깎아먹고, 빈틈이 있는지 살폈다.


“진짜 몰라서 그래? 마부장이 말 안 해?”


“마부장이 한사장님께 전화해 보라고 해서 한 것뿐입니다. 아무 얘기도 듣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뭐 때문에 그리 화가 나신 건지 얼른 얘기해 보세요. 아니다. 이럴게 아니라 아직 식사 전이시죠?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점심 같이 하시면서 얘기하시죠. 우리 자주 가던 기사식당 어떻습니까. 30분이면 갈 거 같은데 괜찮으세요?”

그는 아주 잠시 대꾸하지 않았다. 오고절은 그 짧은 순간 동안 다음으로 뱉어야 할 말에 골몰했다.

“아 됐어. 뭘 여기까지 와. 번거롭게.”


“에이 우리가 그 정도도 안 되는 관계인가요? 지금 바로 갈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오고절은 그가 또 거절할까 봐 황급히 나서는 척하며 통화종료를 눌렀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법인차량을 받아 변두리에 위치한 식당으로 향했다. 순간적으로 늘어난 차량 때문인지 평소 25분이면 충분한 거리가 45분으로 표시됐다. 어제 썼던 차량에 블루투스가 그대로 연결됐다. 아침에 듣던 음악이 흘러나왔으나 그는 곧바로 껐다. 지금은 주인공이 차오르는 짜증과 불쾌를 이겨내는 씬(scene)이므로 적절치 않은 배경음악이었다. 시의적절하지 않은 음악은 귀에 거슬리는 소음일 뿐이었다. 그는 평소에도 내비게이션을 잘 못 보고, 늘 가던 길도 헷갈리는 길치였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심취하면 엉뚱한 길로 들어서는 빈도가 훨씬 심했다.


‘운전에 집중하자.’


그는 그렇게 마음먹고 조용히 길을 나섰다.


“오팀장, 내가 11월에 딸 여의는 거 알지? 그간 아비 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번듯하게 해 준 것도 없는데 대기업 들어간 자랑스러운 놈이야. 잘 커준 자식에게 뭐라도 좀 해주고 싶단 말이지. 근데 그게 다 돈이더라고. 마음뿐인 진심이란 건 세상에 없어. 자네도 잘 알잖아?”


오고절은 대답 대신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곤 반 이상 남은 소주병을 들어 한사장 앞에 놓인 잔 쪽으로 기울였다. 한사장은 이미 취했으나 역시 사회생활을 허투루 한 사람은 아녔다. 한 손으로 잔을 집어 들고 남은 한 손은 들어 올린 팔을 살짝 받쳤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저는 딱 부러지게 전달하긴 했는데, 그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아니, 그는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상상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기에 이정섭에게도 한사장에도 확인 전화를 하지 않은 것이다.


“상대 공업사도 빠꼼이거지, 나도 그냥 차체부터 드러냈어야 하는 건데. 생각이 짧았어. 아님 너무 물러 빠진 건가. 이래서 내가 아직도 요 모양 이 꼴로 사는 건 아닌가 싶더라고. 이탓저탓 해대며 아무나 원망하다 보니 마침 자네한테 전화가 온 게 아닌가? 오팀장이 재수가 없었던 거지. 미안하네.”


‘마음이 약하긴, 차는 차대로 고쳐먹고 협박으로 한몫 더 챙기려다 그런 거지. 추잡한 늙은이 같으니라고. 우리 최소한 속이지는 맙시다. 알 거 다 아는 사이끼리. 그리고 이젠 아예 말을 까네. 그래 이번은 참자. 이럴 땐 넘기는 방법이 다 있지.’


그는 언짢은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금방 잊기 위한 나름의 요령이 있었다.

눈의 초점은 상대에 두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공상으로 채우는 거였다. 오래가는 기억은 맥락이 있어야 했다. 그러므로 상황의 맥을 끊거나, 얼토당토 하지 않은 걸 중간에 끼워 놓으면 금세 잊히기 수월했다.


그는 세상이 좀비바이러스로 인해 멸망한 상상을 자주 써먹었다. 오직 자신만이 숨겨진 유전자의 축복으로 인한 면역자였고, 전 세계 80억 명이 넘는 인구는 깡그리 느려터진 좀비로 바뀌었다는 설정이다. 그는 예전에 어느 부자동네에서 높은 담이 빙 둘러쳐진 집을 가본 적이 있었다. 자신이 꿈꾸는 세상의 종말이 오면 그는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 그 성 같은 집을 점령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부에 몇몇의 좀비가 있겠지만 미리 준비한 둔기로 처리하면 되니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위생을 위해 시체를 밖에다 내다 버리고 집안 곳곳을 살펴 외부에서 침입할 만한 여지를 차단한다. 상상했던 대로 그 집은 육중한 철제 대문이 굳건했고, 차고로 통하는 셔터도 튼튼해서 보수할 게 거의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차고를 통해 지상으로 올라오는 단 하나의 문을 이중 삼중으로 잠그고 계단을 잡동사니들로 막았다. 어차피 좀비들은 신체기능이 무너져 눈앞에 있는 자신조차 잡지 못할 수준이다. 집안일하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작은 문이 조금 마음에 걸려 불필요한 문짝을 떼어다가 단단한 돌멩이에 괴어 놓았다. 옥상에 위치한 물탱크에 아직 물이 꽤 남았다. 비록 뜨거운 물은 나오지 않았으나 개운하게 샤워를 했다. 두피를 건강하게 할 최고급 샴푸와 달콤한 복숭아 향이 나는 바디워시, 끈적한 거품의 세안제, 평소 비싸서 효능이 궁금했던 치약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그것들의 도움으로 그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인 샤워를 마쳤다. 올이 풍성하고 은은한 섬유유연제 냄새를 머금은 수건으로 온몸을 구석구석 닦았다. 어찌나 품질 좋은 수건인지 닦아도 닦아도 수건은 보송보송했다. 버너와 생수, 라면 세 개를 찾아 물을 올렸다. 아직 상하지 않은 계란을 네 개정도 풀어 퍼진 라면을 끓였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지 하루 하고도 반나절이 흘렀다. 퍼진 면발은 입안에서 살살 녹았고, 진한 국물은 말 그대로 끝내줬다. 냄비를 들어 한 방울까지 말끔히 비웠다. 그리고 다시 최고급 치약을 듬뿍 짜내 이를 삼 분이상 닦았다. 이제 치과는 못 갈 테니 치아관리에 더 신경 써야 했다. 그는 누군가가 심혈을 기울여 꾸몄을 서재를 구경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할 안락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고민했으나 그는 이층 작은 침실로 들어갔다. 큰 방에서 배게를 몇 개 더 챙겨 오고, 이불도 하나 더 깔았다. 그리고 문을 잠그고 옆으로 누워 배게 하나를 껴안았다. 아마 그가 깨어나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거란 희망이 부풀어 올랐다. 근처 마트에 가 생필품을 잔뜩 가져오고, 인근 파출소에 들러 총과 총알을 있는 대로 털어 올 계획을 세우니 힘이 났다. 좀비들은 태양빛이 있는 동안에는 지하로 숨으니 낮에 움직이면 될 일이었다. 그는 그렇게 이틀 내리 잠을 잤다. 정말 개운하고 꿀맛 같은 잠이었다.


“자네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니까? 왜 말이 없어. 진짜 사람 참.”


“사장님, 저는 벌써 다 잊었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밥 먹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저 기억력 좋은 거 아시죠? 오늘 일은 반드시 보상해 드릴 겁니다. 걱정을 하질 마세요.”


“아 내가 오팀장 똑똑한 건 너무 잘 알지, 처음에 똑 부러지게 말할 때부터 눈치챘다니까. 말 끝을 절대 흐리는 법이 없어요.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근데 이번에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우리 오팀장, 잘 부탁해.”


그는 벌써 몇 번이나 상대에게 술병을 들었다가 아차차 하면서 자신의 잔을 채웠다. 오후 두 시가 넘어 겨우 자리가 파했다. 공업사에 어지간히 일이 없지 싶었다. 한사장이 공업사 한편에 마련된 낡은 소파에 앉는 것까지 확인한 뒤 오고절은 차를 타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차키를 반납하고 마부장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고, 눈을 마주치자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갔다.


“한사장에게 다녀왔습니다. 상황 설명 잘했더니, 이해한답니다.”


“당신,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알아들을 만한 말을 해. 나는 알지도 못하는 말을 해대고 있어. 그리고 차 가져갔다면서. 회사 업무 때문에 쓴 거야? 그런 거라면 무슨 건인지 상세하게 출장보고서 올리고 그게 아니고 사적인 용도로 쓴 거라면 당장 경위서 써와.”


오고절은 어리둥절했다. 마부장이 무슨 연유로 저렇게 반응하는 건지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분간이 안 갔다. 이럴 때는 유체이탈이 필요했다. 철저히 제삼자가 되어 지금 상황을 이해하고 어안이 벙벙한 자신을 꾸짖어야 했다. 곤란한 상황일수록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면 안 된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걸 막는 게 상책인 것이다. 그렇다면 상황을 이해하려 들지 말고 우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일단락 지어야 한다. 어설픈 변명으로 마부장의 부은 여드름을 툭툭 건드리는 사회 부적응자 같은 짓은 말아야 한다. 잽싸게 영혼을 복귀시켜 헛소리 대신 죄송합니다와 앞으로 그러지 않겠습니다로 때웠다.


“그리고 내가 뭐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그 따위로 말 맘대로 전할 거야?”

‘진짜 아무 말도 안 한 건 사실인데, 이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가? 아니다. 이게 마지막 시험이야. 통과하자.’


“한사장이 느닷없이 화를 내서 제가 잠시 당황했었나 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마부장은 대꾸 대신 삶은 계란 껍데기만 열심히 까댔다. 오고절은 뒷걸음으로 방을 빠져나왔다.


‘휴, 진짜 가끔 한 번씩 저런다니까. 저런 상사를 대하는 것도 다 능력이야. 난 역시 그릇이 크단 말이야.’

오고절은 자리에 앉아 회사 시스템으로 들어가 출장 신고서 양식을 켰다. 하도 오랜만에 쓰는 거라 경로를 못 찾아 애 좀 먹었다. 그렇다고 옆자리 동료에게 물어보기엔 민망했다. 입사한 지 구 개월이 넘는 동안 적어도 세 번은 물어봤으니 말이다. 어쨌건 적당한 사유를 지어내 보고서를 채웠다.


전자결재로 문서를 상신했다. 오늘 일은 이걸로 끝이구나. 적당히 눈치 보다가 퇴근각을 잡으면 될 터였다. 아무와도 안 친하니, 눈치 볼 필요도 없었다. 역시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칭찬했다. 예의상 엉덩이를 좀 더 붙이고 있다가 버티지 못할 지경이 되자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해가 저물지 않은 하늘이었다. 그 길로 그는 카페로 가 커피 한 잔과 쿠키 하나를 들고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날따라 창에 비치는 자신의 실루엣이 낯설었다. 분명 두 눈의 위치는 알겠으나, 코부터 입까지 보이지 않았다. 왼편 광대는 뚜렷했지만 오른편 얼굴 윤곽은 사라졌다. 그는 반사되는 누군가와 한참 동안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계속 물었다.

‘대체 넌 어떤 누구야. 어쩌려고 그래.’


그날 그의 곁에는 기묘한 밤이 자리 잡았다.

시가렛츠애프터섹스의 falling in love를 들으며 몽롱한 기분에 한껏 취했다. 평소보다 잠을 더 설쳤다. 나와서는 안 될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꿈에 나왔다. 제발, 나와 달라는 사람이나 나와달라고. 그는 가장 편안해야 할 시간을 괴로움으로 가득 채웠다.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커다란 밧줄에 목이 대롱대롱 매달리는 장면이었다. 어린 시절 운동회 줄다리기에 사용하는 기름먹인 굵은 마닐라로프, 거친 섬유를 꼬아 만든 밧줄은 평소 컴컴한 창고 깊은 곳에 처박혀 있다. 마구잡이로 튀어나온 뻣뻣한 실들이 어찌나 무자비했는지 쥐고 당길 때 손바닥을 마구 파고들었다. 그걸로 목을 매단다면 아마 숨이 막히고 목뼈가 부러지는 고통보다 가느다란 올실들이 살갗을 찌르고 혈관을 파고드는 통증에 미쳐버릴 것이다. 그런 고통스러운 죽음이 자신에겐 어울린다고 생각한 탓일까. 그는 심심치 않게 그 장면을 떠올리곤 했다. 마른세수를 몇 번 했다. 자신의 울적한 마음에 어울릴만한 음악 하나를 틀까 하여 휴대폰 액정을 켰는데, 반가운 번호로부터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어젯밤 몇 시에 잠들었는지 잠시 떠올려봤다. 그리 이른 시간은 아녔던 거 같은데, 오랜만에 자신을 찾은 연락을 받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상단에 표시된 아이콘들을 내렸다.


-빠빠? 뿌뿌? 맘마 냠냠-


갑자기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돋아났던 모든 것들이 가라앉았다. 황급히 답장을 썼다가 지웠다. 명심해야 할 지침들이 떠올랐다.


‘연락해서 답장 없으면 또 보내지 말고, 기다릴 것.’

‘이른 아침에 깨우지 말 것, 잠들려는 순간은 방해하지 말 것.’

‘그리고....’


힘을 얻은 그는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왠지 모르게 그의 몸뚱이에는 잠자리에서 겨우 일어날 수 있는 힘만 충전되어 있었다. 퀭한 얼굴을 머금고 아침에 해야 할 여러 과정은 생략한 채 집밖으로 나섰다. 겉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가운데 토막은 완벽히 비어 있었다. 안주머니엔 만년필도, 지갑도 없었다. 오늘따라 머릿속엔 어떤 음악도 떠오르지 않았다. 걸을 수 있는 시체는 사무실로 들어섰다.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다.


잠시 앉아 있다 보니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는 신기했다. 딱히 그럴만한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 누군가 주사기로 정맥에 눈물을 주입한 것처럼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 감정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어울리는 곡을 애써 찾았다.


<Taku Matsushiba – Passcaille in Barcelona>


아무리 있는 힘껏 발버둥 쳐도 단순하고 느린 선율에 갇혀 비애에 젖어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설프게 손 대면 바로 산산이 찢길 것만 같았다. 눈꺼풀을 최대한 넉넉히 감아 쏟아지기 직전인 눈물을 속으로 품었다. 창피한 건 아녔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현악기의 흐느낌에 빠져들고 있을 무렵, 누군가 그의 어깨를 살포시 매만졌다. 그의 왼편에는 평소 법인차량키를 내어주던 직원이 서있었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자리를 뜨지 않던 이가 그의 자리까지 찾아오다니 별 일이었다. 오고절은 왼쪽 귀에서 이어폰을 꺼냈다.


“3번 회의실로 오시래요. 사람들이 기다리고 계세요.”


“누가요? 제가 잡은 약속은 따로 없는데?”


그리 답 하면서도 워낙 덤벙대는 탓에 중요한 일정을 놓쳤을까 이메일에 딸려 있는 달력을 열어봤으나 아무것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혹시 몰라 다음 달로 넘겨도 봤지만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의아한 표정으로 직원을 올려다봤다.

“가보시면 아실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빠르게 뛰었다. 불길함이 감지됐다. 결코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말끔한 검은 정장 차림의 두 명의 등이 보였다. 그들은 의자를 빼고 일어나 오고절을 향해 안쪽으로 들어가란 손짓을 했다.


“오고절 팀장님이시죠? 저흰 본사 감사팀에서 나왔습니다.”


순간 남자의 머릿속엔 여러 갈래의 새끼줄이 짱짱하게 꼬여졌다. 그들은 자신들을 소개하면서도 명함을 꺼내지는 않았다.


“공업사 한창식 사장님 아시죠? 모르실 리가 없겠죠. 어제도 업무시간에 술까지 대접하실 걸 보니. 뭐 긴히 할 말이 있으셨나 봅니다.”


“아니면, 해서는 안 될 부탁을 하려 했거나. 해서는 안 될 짓을 눈감아 달라 했다거나.”

한 명이 운을 띄우자 다른 한 명이 맞받아쳤다. 쿵짝이 잘 맞는 걸 보니, 적지 않은 시간 파트너로 활약했을 것 같았다. 상당히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가 이미 구성됐음을 가늠했다. 촘촘한 그물이 벌써 사방에 펼쳐져 있었다. 오고절은 도망칠 곳이 없음을 직감했다. 그럼에도 그는 일단 침묵했다. 어설픈 거짓말보다 그들이 자신을 이끌고 가는 과정에서 조금의 빈틈이라도 보일까 집중했다. 아마도 물론 그것 또한 그들이 의도적으로 내비친 것일 테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받아들일 건 빠르게 받아들여야 그나마 힘이 덜 들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겠습니다. 한사장님, 이정섭 씨, 오고절 팀장, 이렇게 엮어 있더라고요.”


한 사람이 빠져 있었다. 어떻게 돌아가는 판인지 대충 짐작했다.


“본사로 직접 투서가 들어간 모양이군요.”


오고절은 짧게 툭 찔렀다.


“요즘이 어떤 시댄데, 그런 게 안 걸릴 거라 생각했습니까?”


‘걸리지 않는다라. 그럴 리가 있겠는가? 이건 일종의 암묵적 비즈니스였다. 일정한 수수료를 지급하면 권한을 가진 이가 사실을 무마하는, 역할이 정해진 업무 중 하나였다. 벌써 수십 건도 더 그렇게 해왔다. 아니 난 처음부터 이럴 용도로 채용된 인간이었다. 그려진 검은 줄 위에서만 의미 있는 기물 같은 존재. 뒤에서 밀면 사용자가 의도한 그대로 옮겨지는 장기말. 각기 능력은 다르지만 그 한계는 변하지 않으며 결국 적당히 쓰이다 버림받는 건 똑같은. 난 적어도 마부장에게 마(馬) 정도는 되는 장기말일줄 알았는데, 졸 정도였나 보다.’


“죄송합니다. 이미 다 알아보시고 오셨을 텐데. 변명은 덧붙이지 않겠습니다.”


“우리에게 죄송할 게 있나요? 회사에 해를 끼쳤으니 책임을 지면 될 일이죠.”


“곧 징계위원회가 열릴 겁니다.”


“얼핏 전혀 미안한 말투가 아닌데요? 양심이 꽤 많이 훼손되셨나 봅니다.”


상당히 기분 나쁜 표현이었으나 아직은 화낼 때가 아녔다.


“아닙니다. 진심으로 잘못된 것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두 분께서 보시기엔 이 경우에 가장 무거운 징계가 어떤 걸로 예상되시나요?”


“글쎄요. 뉘우치는 모습을 최대한 보이시면, 감봉과 전출 정도로 되겠네요.”


“근데 징계위원회가 열리면 이 업계에서 낙인은 찍히는 거고요.”


오고절의 머릿속에는 계속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만 강하게 남았다. 그렇기에 그는 다음 질문을 신중히 던졌다.


“징계위원회가 열리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계속 깐죽거리던 남자는 무조건 열린다는 답대신, 부드러운 말투로 안내했다.


“그럼 그런 사실은 묻히겠죠. 마음에 걸리시긴 하겠지만 퇴직 사유로 밝히지 않아도 되고요. 서로 깔끔하긴 할 겁니다.”


어떤 갈림길 중간에 꽂힌 낡은 표지판, 분명 어떤 표식이 그려져 있던 거 같긴 한데 낡아서 더 이상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어느 쪽으로 가란 건지 말란 건지 확실치 않았다.


“그럼, 퇴직금은 받을 수 있겠네요? 회사에서 배상청구나 민사소송이 들어 올 염려도 없겠죠? 두 분께서 깔끔하게 처리해 주실 테니까요.”


한 남자가 조용히 준비해 온 사직서를 내밀었다. 퇴직사유까지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다소 지나치게 감성적인 것 같은데 나름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개인의 업무 미숙으로 회사에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도의적 책임을 지고 퇴사를 하고자 하니 재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삼모사하게 적힌 저 문장을 자신들의 취향과 구미에 맞게 각색하고 이용할 테지만 미숙이란 표현과 도의적이란 단어가 싫진 않았다. 원래라면 40대의 남자에겐 좀처럼 허용되지 않을 문구였다. 법적인 처벌을 지울 정도도 안 될 인간이란 뜻의 완곡한 평가였다. 오고절은 상대에게 펜을 빌려 하단에 위치한 서명란에 이름을 또박또박 적고, 서명을 휘갈겼다. 속이 후련했다.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 여기에 입사한 순간 정해진 수순이었다. 다만 언제인지가 명확지 않았을 뿐.


“다 됐나요?”


“네, 이제 가시면 됩니다.”


“이제 더 이상 처리할 건 없는 거죠?”


“거참, 다 끝났다니까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네.”


“말귀를 못 알아듣기는, 확실히 해서 서로 나쁠 거 있습니까?”


남자가 입을 떼려 하여 오고절은 빤히 쳐다봤다. 그러니 그냥 입을 다물었다. 마부장쪽 사무실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책상 아래 서랍들을 열어봤다. 법인카드를 꺼내 들었다. 개인적인 물품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컴퓨터를 끄려 마우스를 움직이니 화면이 켜졌다. 우측하단에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열어보니 어제 올린 경위서가 반려되었고, 간단한 코멘트가 적혀있었다.


‘사실관계를 똑바로 적어 올리세요.’


오고절은 잠시 감탄했다.


‘아무나 살아남는 게 아니구나. 이렇게 철저해야지만 되는구나. 내 인생이 늘 아사리판 나는 것도 당연하다.’

어설프고 안일했던 자신의 선택들이 그의 곁을 재빠르게 지나쳤다.


‘하지만 난 결국 써먹지 못했을 거야. 같잖은 신념 때문에.’


마부장은 실의에 빠진 그를 구해진 고마운 인물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에게 미움을 품지 않고, 조용히 이 자리를 빠져나갈 이유는. 남자는 플라스틱 조각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이 순간, 그의 가치는 그것보다 덜 중요했다. 남자는 바깥으로 나가며 아침에 자신에게 말을 건넨 직원 자리로 갔다.


“카드 반납할게요.”


대꾸 없이 서류철이 꺼내졌고, 펜을 빌려 반납 서명을 했다.

오고절의 등 뒤에는 아무도 뒤 따르지 않았다. 당연한 인과관계지만 처량한 건 사실이었다.

사뭇 몇 년 전 퇴사하던 때가 떠올랐다. 모든 사람의 작별인사를 얻진 못했어도 며칠에 걸려 사람들과 이별의 자리를 가졌었다. 때론 밤에 때론 낮에, 한 번뿐이던 사람도 있었으나 여러 번에 걸쳐도 모자라던 사람도 더러 있었다. 사람들이 바삐 오고 갈 시간대. 누군가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탈까 봐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오는 동안 기억이 하나씩 떠올랐다. 구두와 시멘트가 부딪치는 소리에 맞춰 후회와 회한이 번갈아가며 일어났다. 맘속에 번져가는 불길을 가까스로 잡았으나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불씨까지는 끝내 끄지 못했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면 자신이 활활 타오를 것만 같아 두려웠다. 어디론가 떠나야 했다. 설령 자신의 몸뚱이에 불이 붙어 타오르면 누군가 119에 신고해 줄 만한 곳으로. 남자는 회사에서 제법 떨어진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들어갔다. 뜨거운 커피를 한 잔 시켰다. 아뿔싸, 회사에 두고 온 책이 생각났다. 아직 다 읽지 못했는데. 철저가 아닌 처절하기만 한 자신이 미웠다. 휴대폰을 꺼냈다.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그래도 그는 괜찮았다.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기 코 잘 잤나요?”


오고절은 물결표시까지 써가며 최대한 애정을 눌러 담은 문자를 적어 전송키를 눌렀다.

몇 초 지나지 않아 화면이 꺼지더니 이내 영상통화로 전환되었다. 남자는 급히 얼굴에서 우울함을 말끔히 지웠다. 생기가 돋보일 수 있도록 각도를 설정하여 고개를 들어 통화를 수락했다.

화면에서는 볼이 빵실 빵실한 천사가 세상의 어둠을 너끈히 밀어낼 만큼의 미소를 환하게 짓고 있었다. 오고절은 남은 손으로 격하게 손바닥을 좌우로 흔들었다.


“안녕, 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아기 녀석아. 우리 사랑둥이”


“대신 만져드립니다. 대신 만져드립니다.”


화면 속 아이는 연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신의 볼을 만지작만지작 해댔다. 원래 오고절은 틈만 나면 아기의 볼을 깨물고 쓰다듬었었다. 하지만 이젠 직접 만나질 못했다. 그러다 보니 찾아낸 방법이었다. 남자는 잠시 말랑하고 포근한 행복을 떠올렸다. 이내 화면은 전환됐다. 그의 아내가 무표정하게 오고절을 바라봤다.


“뭐야 어디야? 또 회사 관둔 거야?”


“아니, 내가 무슨 툭하면 그만두는 줄 아나. 만날 사람 있어서 나왔어.”


“뭐 그러든지 말든지, 다음 달에 뭐 있는 줄 알지? 생각해 둔 거 있어?”


“글쎄, 뭐가 좋을까. 자기가 뭐 필요한 거 있어?”


“아니 딸 생일인데 왜 내게 물어봐.”


“에이 아기는 뭐가 좋은지 잘 모르니까, 자기가 알려줘.”


아내는 이미 맘속에 염두에 둔 것이 있음이 분명했다. 그럴 때마다 내게 의견을 물어봤다. 가장 좋은 건 돈을 따로 마련해 보내주는 것 일 테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다음 달 초에 돈이 나올 구석은 없었다. 퇴직금이 떠오르긴 했지만 얼마 되지도 않을뿐더러 그건 또 그것대로 월급날에 보내야 할 돈이었다. 애써 웃으며 그 순간을 넘겨야 했다.


“조금만 더 고민해 보고 말해줄게.”


“어차피 생각하지도 않을 거면서 그러는 척한다.”


“아냐 아냐, 아기 한 번 더 보여줘.”


“안 돼. 나가야 해. 끊어.”


화면은 검게 변했다. 작은 면에 비좁게 들어간 자신의 얼굴이 참으로 힘겨워 보였다. 그래도 조금은 의지가 생겼다. 오랜만에 대리운전기사 앱을 켰다. 거기에는 자신의 얼굴이 등록되어 있었다. 내일 아닌 오늘부터 뭔가가 해야 했다. 아직 대낮인데도 간간히 뜨는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차도 없이 움직이기에는 너무 멀었다.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일단 그는 집으로 돌아갔다. 하늘 위에 떠 있는 태양이 자신을 실직을 더욱 샅샅이 비치는 것 같았다. 그는 집으로 향하는 복잡한 골목을 최대한 신속히 빠져나갔다. 밤 여덟 시, 그는 편하지만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을 복장을 하고 집밖으로 나섰다. 옛 도심의 어느 유명한 냉면집에서 출발하여 다른 도시의 베드타운까지 가는 고객이 떴다. 금액이 꽤 괜찮았다. 뺏길까 봐 얼른 수락을 눌렀다. 다행히 그에게 배차됐다. 그때부터 그의 동선은 실시간으로 파악되었고, 요청한 고객에게 전달됐다. 걷는 것부터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내내 그의 움직임은 상대의 화면에 갇혀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가고 있으니 제발 도중에 취소만 하지 말길 그는 빌었다.


컴컴한 골목 커다란 남자가 차에 기대어 있었다. 오십 대 후반에서 육십 대 초반, 키는 170이 조금 안되고, 배 둘레를 보아하니 백 킬로는 족히 넘어 보였다. 차 브랜드는 구형 벤츠. 오고절은 가볍게 인사를 건넸고, 남자도 차키를 건넸다. 둘 사이 더 이상의 말은 필요치 않았다. 그가 도착하고자 하는 곳은 이미 앱에 등록되어 있었고, 오고절이 손님과 만났다는 버튼을 누르자마자 그가 가야 할 경로가 표시됐다. 그는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좌석을 최대한 앞당겼다. 운전하는 스타일이 오고절과 정반대인 남자는 뒷자리에서 이미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심호흡을 하며 조심스레 후진으로 차를 인도 위 주차자리에서 빼냈다. 혹여 접촉사고라도 낼까 여러 번 왔다 갔다 했다. 그럼에도 뒷좌석의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창문을 아주 조금 열고 달렸다. 차량 많은 시간이 지난 까닭에 도로는 한산했다. 중간에 전화가 여러 번 걸려 왔지만 받지 못했다. 어디냐고 물으면 자신도 모른다고 해야 할 판이었다. 무얼 하냐고 물으면 대답이 궁색할 판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웬일로 끈질기게 전화를 거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넘기기를 눌렀다. 그러자 다신 전화가 울리지 않았다. 텅 빈 적막을 통과했다. 별안간 화려한 불빛이 늘어선 도심이 나타났다. 그는 이곳에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다. 커다란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어느새 깨어나 몇 동으로 가달라고 말했다. 오고절은 깜빡이를 켰고, 듣기 좋은 소리가 반복됐다. 그가 원하는 곳 근처 주차라인에 후진으로 말끔히 차를 세웠다. 남자는 통 굵은 목소리로 고생하셨다고 했다. 오고절은 밖으로 나가는 곳을 물어보려다 말을 안 했다. 대신 운행종료를 누르고 자신의 계좌에 들어온 포인트를 확인했다. 그는 그냥 차량이 들어온 입구를 그대로 따라 나갔다. 늦은 밤, 오고 가는 차가 없어 가파른 고개가 그나마 덜 힘들었다. 도심을 들어설 때는 빛으로 반짝반짝하던 공간이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오자마자 어둠으로 뒤덮였다.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가 받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통화시작이란 글자가 뜨며 시간이 카운트 됐다. 반가운 마음에 그는 귀에 수화기를 가져다 댔다.


“어, 중요한 회식 하느라고 전화를 못 받았어.”


“거짓말하지 마, 회식해도 꼬박꼬박 전화받던 사람이. 됐고, 다음 달에 뭐 할지 정했어. 이백 오십 정도 필요할 거야.”


“오케이, 알겠습니다. 근데 나 진짜 일 중이었어.”


“그래, 끊는다.”


남자는 이 컴컴하고 낯선 곳에서 집으로 찾아가기 위해 지도 어플을 켰다. 편리하게도 어떤 교통편으로 얼마큼 걸리는지 정확히 표시됐다. 근데 애석하게 도착시간이 다음날 아침이었다. 중간에 마지막 교통편이 끊긴 것이다. 도심 시내권이라도 들어가려면 서둘러야 했다. 그는 기차역인지 전철인지 분간되지 않을 역에 들어갔다. 한참을 기다려 길이가 짧은 전철에 올라탔다. 그 누구도 없었다. 마지막 지하철로 그나마 낯익은 동네까지 갔다. 거기서 공용 자전거를 결제하여 집까지 돌아왔다. 참으로 고단한 하루가 마무리됐다. 아주 조금 불안감이 가신 탓인지 오고절은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날도 역시 그는 아주 사나운 꿈을 꾸었다. 딱히 기억할만한 이유 없이 자신도 알 수 없는 공간을 밤새워 마구 뛰어다녔다.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문을 열었다. 제법 차가운 공기가 순식간에 방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어젯밤부터 매일 울리던 알람을 꺼놨기에 몇 시인지 분간되지 않았다. 액정을 켜니 부재중전화와 문자표시가 떴다. 저장되지 않은 같은 번호로부터 네 통, 역시나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부터 또 다른 한 통. 문자를 켰다.


-나야, 그냥 연락해 봤어-


이제야 낯익은 뒷번호와 인물이 연상됐다.


‘몇 년 만에 그냥 했을 리가 없지. 그럼 이 다른 번호는 대체 누구지?’


그의 심장이 순간 두근두근 거렸다. 아홉 시가 넘었다. 누구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야 하나 잠시 망설이다가, 부재중 한 통의 번호를 먼저 눌렀다. 신호가 꽤 갔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찬 공기가 방안을 어느새 가득 메웠다. 이불을 끌어올렸다.


‘고절아, 우리 이제 그만.’

그녀와의 마지막은 찢긴 노트에 매직으로 또박또박 적힌 글자였다. 처음으로 받은 편지. 그 쪽지는 밤샘 근무를 마치고 돌아 온 집 냉장고에 야무지게 붙어 있었다. 그전까지 그들은 몇 년에 걸쳐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다. 가파른 낭떠러지처럼 뚝 단절되어 있던 상황에서도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못 견딜 때면 아무렇지 않게 상대를 찾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아무리 여러 계절이 흘렀어도 수신자는 마치 어젯밤까지도 함께 있었던 사이처럼 발신자를 받아줬다. 이유도 묻지 않았고,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도 중요치 않았다. 그냥 그날 저녁은 무얼 먹을지, 새로 나온 영화가 있던데 늘 가던 극장으로 갈 것인지, 새로운 곳을 찾아볼 것인지 대화를 나눴다. 근데 보통날이 차가울 시기에만 유독 그들의 교신은 연결됐다. 그녀는 고절에게 처음 담배를 가르쳐준 사람이었다. 그 기억이 아마 남자를 평생 따라다닐 것이라 단언했고, 그건 들어맞았다. 그런 그녀가 너무나 오랜만에 연락한 것이다. 횟수를 헤아리진 않았으나 십 년이 훌쩍 넘긴 것만은 확실했다.


오고절의 머릿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모자이크처럼 찢기고 붙여지고 이러저러한 형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내 아무 의미도 없음에 점을 찍었다. 그날의 기분을 결정하기 위해 돌아가던 룰렛의 표식이 울적함에 멈췄고, 그것에 맞춰 감았던 눈을 떴다. 휴대폰을 켜보니 아침에 전화 걸었던 번호로부터 부재중이 떠 있었다. 그는 이번엔 망설이지 않고 통화를 눌렀다. 신호가 두 번 떨어지자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부재중 전화가 와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오고절씨.”


오고절은 잠시 말을 멈추고 목소리와 번호 뒷자리를 기억해 내려 애썼다.

“오고절씨 번호 맞죠?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이창주 변호사라고 하고요.”

변호사라는 말에 그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수사기관이 아니니 형사 건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민사소송이나 배상에 관련된 일일 거라 생각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그는 주눅 들어 말끝을 흐렸다.


“네, 저는 한서영 씨에게 오고절씨를 소개받고 전화드린 겁니다.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한서영은 오고절의 부재중 전화 네 통을 내리찍은 여자, 문자를 남긴 오래된 인연이었다. 그녀의 이름을 낯선 남자의 입을 통해 들으니 혼란스러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회사가 자신에게 무언가 행동을 취한 건 아니었단 것이다. 그는 기가 조금은 살아났다.


“네 무슨 일이신가요?”


“짧게 말씀드릴게요. 일단 한서영 씨랑 통화를 해주세요. 그리고 제게 다시 연락 주시면 됩니다. 그래야 말이 빨리 통할 거 같거든요. 오늘 두 시 전에 답변 주셔야 합니다. 원래는 어젯밤에 다 결론지었어야 하는 거라서요. 제가 좀 바빠서 먼저 끊겠습니다. 다시 전화 주세요.”


그는 자신이 할 말만 정확히 전달하고 끊었다. 영문 모를 일에 당황하긴 했으나 참으로 한서영 다운 등장이었다. 뭔가 일이 걸려 있음을 안 그는 그녀의 번호에 통화를 눌렀다. 그 짧은 순간에 여러 추억들이 떠올랐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렇고 그런 기억들. 창고에 처박혀 먼지로 뒤덮인 유채화에 입을 대고 바람을 후 부니 색상이 일부 되살아났다.


“여보세요? 오랜 만이네. 변호사랑 통화했지?”


“으응. 대체 무슨 일이야?”


잘 지냈냐란 말로 시작할까 하다가 그는 용건부터 정확히 파고들었다.


“역시 내 번호를 기억하고 연락 안 할 줄 알았어. 그래서 변호사에게 먼저 번호 알려준 거야. 미안.”

그녀는 미안할 때면 수줍게 웃으며 혓바닥을 살짝 내밀곤 했는데, 아마 전화기 저편에서도 어쩐지 그 모습을 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만 하기엔 목소리가 예전처럼 생기발랄하지 않았다.


“요즘도 그 일해?”


“아니 그만 둔지 좀 됐어. 벌써 두 번이나 일이 바뀌었는데.”


왠지 모르게 그녀는 이미 자신의 근황을 다 알면서도 물어봤을 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랬을 거 같더라고. 그래서 이 누나가 너에게 일을 좀 부탁할까 한다.”


“내가 지금 한가롭게 남의 부탁을 들어주며 시간을 보낼 입장이 아니야.”


"미안해."


고절은 고심 끝에 미안하다는 말을 붙였다. 상대는 적잖이 실망했음을 침묵으로 드러냈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말을 오해하게 했구나, 이건 일종의 의뢰야. 난 너의 집요하고 목적 지향적인 성격을 너무나 잘 알거든. 가만 보자. 이거 소시오패스 성향 맞지? 거기다 네가 그간 쌓아온 경험이나 기술이 이 일에 꽤 적합할 거라고 봐. 다시 말할게. 이건 돈 주는 일이야. 우리 사이에서 일어나던 사적인 부탁이 아니라.”


그런 건지는 진즉 눈치챘다. 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 선택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인데?”


“사람? 아니 물건? 아 나도 잘 몰라. 여하튼 둘 중 하나를 찾는 거야. 필요에 따라서는 협상 같은 중간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그건 네가 직접 의뢰인과 얘기를 나눠보고 결정해. 자세한 건 나도 못 들었어. 근데 꽤 큰 건이란 건 분명해.”


얼마나 큰 건인지가 가장 궁금했지만 마침 자신감이 나락으로 떨어진 타이밍이었다.


“그렇게 대단한 일을 나같이 끈 떨어진 놈에게 왜 맡기려고?”

“아직 너에게 맡긴다고 한 적 없는데? 난 우선 널 추천했을 뿐이고. 그리고 말했잖아. 넌 정말이지 음침하고 도통 속을 알 수도 없는 데다, 진저리 처질만큼 끈덕지고, 거기다 좀처럼 지치지도 않잖아. 한마디로 이건 너처럼 지독한 사람이 아니고선 해내기 쉽지 않을 거 같아서. 내 주변에 정말 악몽처럼 끔찍한 인간은 너뿐이야.”


“이건 뭐 전국 단점 자랑도 아니고, 근데 말을 섞을수록 앞뒤가 안 맞는 거 알지? 무슨 일인지 정확히 모른다면서 내게 들어맞는다고 확신을 갖고 말하잖아.”

“여전히 여자의 직감을 띄엄띄엄 보는구먼.”


“너는 아직도 날 서커스 원숭이 다루듯 맘대로 하려고 하고.”

고절은 비아냥과 웃음 그 모호한 경계사이에서 답했다.


“내가 이 일을 하면 뭐 얻는 게 있는 거야?”


“그건 비밀, 나 신경 쓰지 말고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부터 결정해.”


“아니,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받아들일 순 없잖아.”

“구체적인 내용은 나도 모른다고 몇 번 말해. 그리고 네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야? 불법적인 일은 아닐 거 같아. 변호사에게 연락해. 그리고 나에게 다시 연락해 줘.”


'역시나 내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거였군, 그리고 뭐뭐 할거 같아라는 말을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그렇게 표현할 걸로 봐선 충분히 불법적인 일이 일어날 여지가 있다'라고 오고절은 생각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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