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상 21장
북이스라엘 아합 왕은 결혼을 잘 못 하였다. 두로왕이며 베니게의 제사장인 엣바얄의 딸 이세벨과 결혼한 것이 그가 악으로 치닫는 계기가 되었다. 아합은 아내를 위해 산당을 짓고, 이세벨은 바알과 아세라 우상을 그 안에 들여놓고 온 백성이 섬기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 어찌 안 그러겠는가? 권력의 최정점에 올라선 왕과 왕비가 아니던가! 아래에서 힘없는 백성들은 그저 위에서 하는 대로 따라가고 만다.
거기다가 아합 왕은 또 하나의 악을 더한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아 가꾸고 있는 나봇의 포도원이 탐이 난다. 왜 하필 그 옆에다 별장을 지어놓고 매일 보면서 자기 백성이 정성 들여 가꾼 삶의 터전인 그 포도원에 눈독을 들인단 말인가?
"값은 후히 쳐줄 테니 내게 포도원을 팔 게. 아님 그대신 다른 더 좋은 땅을 주겠네."
얼러도 보고 달래도 보고 사정도 해보고 흥정도 해본다.
그러나 나봇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땅은 거래가 금지라는 법을 지킨다.
"그렇게는 안 됩니다!"
아합 왕은 급기야 병이 난다. 아무것도 안 먹고 누워서 끙끙 앓고 있다. 천하의 악녀 이세벨이 왕에게 말한다.
"그깟 일로 병이 나시다니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좋은 수가 있어요."
그리고는 기막힌 방법을 찾아낸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건달패 둘을 사서 그 앞에 앉힌 후, 나봇을 하나님과 왕을 저주한 지로 몰아서 돌로 쳐 죽이는 것이다. 당시의 법에는 하나님과 왕 모독죄는 돌로 쳐 죽이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봇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없는 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돌에 맞아 죽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한 나라의 왕이 포도원이 탐이 나서 무고한 자기 백성을 돌로 쳐 죽인단 말인가?
나봇이 죽자 이세벨이 아합 왕에게 알려준다. 왕은 즉시 일어나 먹고 마신다. 나봇의 포도원을 차지한다.
그러나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다. 엘리야 선지자가 아합왕 앞에 나타난다.
"개들이 나봇의 피를 핥아먹은 곳에서 네 피도 핥아먹을 것이다. 개들이 네 아내 이세벨의 시체를 이스르엘 성벽 곁에서 뜯어먹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너는 최초로 아내 이세벨로 인해 우상숭배의 죄악을 행하고 백성들에게도 퍼뜨렸기에 네 가족에게도 형벌이 임하여 남녀노소 모두 죽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엘리야 선지자의 이 말을 들은 아합이 옷을 찢고 굵은 베옷을 입고 뉘우쳤다는 내용이 뒤를 이어 나온다. 하나님께서는 아합의 대를 건너뛰고, 그 아들 대에 가서 가족에 대한 재앙이 임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죄를 회개하는 자에게 베푸시는 하나님의 긍휼 하심이다. 시간을 늦추어주신다.
그렇다고 해서 아합과 이세벨 당대에 내리는 벌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열왕기상 마지막 장인 22장에서 하나님의 말씀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루어진다. 아합과 이세벨이 나봇에게 행한 대로 그들도 똑같이 받게 된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행한 대로 그대로 갚아주신다. 선을 행한 자는 선으로, 악을 행한 자는 악으로! 그것이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