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통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 낼 수 있다면
홍 여사,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것
밤새 고통에 뒤척이다
잠깐 눈 붙이는 새벽잠
혹시라도 깨울까 봐
발꿈치를 올립니다
차가운 새벽 공기에 몸을 움츠리고
조금씩 변해가는 우리 집을 보여주려
공구들을 챙깁니다
아침햇살이 눈 부실 때쯤
달그락 거리는 인기척에 당신을 봅니다
오늘은 얼마큼 되었느냐고
이렇게 시작되는 우리들의 하루에는
그래도 진한 행복이 있습니다
외출 준비에 바빠
머리엔 온통 비누 거품에 싸여 있는데
세면실 문을 빼꼼히 열고
미안한 듯 부탁하는 말
"나도 따라가면 안 돼요?"
"집에 혼자 있기가..." 말끝을 흐리는데
선뜻 같이 나가자고 하니
아이처럼 기뻐하는 당신
방엘 들어서니
항상 늑장을 부리는 당신이
외출복을 곱게 차려입고 기다리며
"안 데리고 나갈까 봐 빨리 입었어요"
라는 말에 마음속이 뭉클해집니다.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피곤할 텐데도 즐겁다는 당신을 보며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에 빠집니다
아마도 하느님은
당신의 고통의 무게를 아실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해 주는 것도
당신의 고통의 무게가
그만큼 큰 까닭일 테지요
아니라고 부정을 해도
딱 그만큼만 고통을 이겨낼
희망이란 걸 주는 것 같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겨울이 두려우면서도
내일은 따뜻해질 거라고
당신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창고 수리하는 작업도 끝냈고
외벽 단열 작업도 거의 끝내었는데
아직 전면에 해야 할 작업은
시작도 못했네요
다가오는 겨울엔
따뜻함을 당신에게 주고 싶어
오늘도 새벽잠을 설칩니다
조금씩 변해가는 집을 보며
좋아하는 당신의 모습을 생각하면
힘은 들어도
마음은 날아갈 듯 가벼워집니다
당신이 즐거워 웃을 수 있는 그 무게만큼
조금도 힘 겨움을 느낄 수 없습니다
이 겨울
따뜻함을 당신에게 선물할 수 있다면
당신을 사랑하는 온기만큼
당신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다면...
2012년 10월 4일
오늘이 천사(1004) 데이라는데 홍여사 별명도 천사인데 고통 속에서도 항상 희망을 잃지 않는 우리 홍여사가 마냥 대견하다. 아이처럼 단순하며 작은 희망에도 뛸 듯이 기뻐할 줄 아는 그 마음이 예쁘다.
다가오는 겨울에 우리 홍여사에게 따뜻함을 선물할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 홍여사가 더 많이 웃을 수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하나도 힘들지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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