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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Jan 04. 2024

봄 마중


볕이 잘 드는 양지에서 발끝을 보며 사뿐 걸어요

새로 태어난 연한 것들을 밟지 않게 조심하면서     


이파리 없이 내민 맨 손 나무 끝에 맺힌 꽃망울은

아무도 안볼 때 피어나려 숨죽이고 있으니

못본 척 지나쳐요     


물가에 피어나는 나무의 물오름을 두고

자몽 오렌지 파파야그린 

도대체 무슨 색이지 애써 말하지 말아요

사람의 언어에 없는 봄빛을 뽐내는 중입니다  

   

꽃등을 밝힌 매화,

밤 산책을 나가요

빛나던 청춘의 한 날처럼 아득한 풋 것의 매화향

다시 1년을 기약할 매화향을 품어요     


봄바람은 당신 몰래 다가갈테니

개구진 바람이 당신 볼을 살랑 스치고 지나갈 때

기다렸다고.

반갑게 웃어요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봄을 씁니다. 

봄을 기다리기에 좋은 때입니다.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봄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것들은 앞으로 닥칠 모든 겨울을 견딜만한 충분한 매혹입니다.

충분한 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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