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잘 드는 양지에서 발끝을 보며 사뿐 걸어요
새로 태어난 연한 것들을 밟지 않게 조심하면서
이파리 없이 내민 맨 손 나무 끝에 맺힌 꽃망울은
아무도 안볼 때 피어나려 숨죽이고 있으니
못본 척 지나쳐요
물가에 피어나는 나무의 물오름을 두고
자몽 오렌지 파파야그린
도대체 무슨 색이지 애써 말하지 말아요
사람의 언어에 없는 봄빛을 뽐내는 중입니다
꽃등을 밝힌 매화,
밤 산책을 나가요
빛나던 청춘의 한 날처럼 아득한 풋 것의 매화향
다시 1년을 기약할 매화향을 품어요
봄바람은 당신 몰래 다가갈테니
개구진 바람이 당신 볼을 살랑 스치고 지나갈 때
기다렸다고.
반갑게 웃어요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봄을 씁니다.
봄을 기다리기에 좋은 때입니다.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봄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것들은 앞으로 닥칠 모든 겨울을 견딜만한 충분한 매혹입니다.
충분한 위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