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가 생각보다 엄청 비싸더라~ 내 친구가 지금 거기서 딸 영어캠프 보내는데, 1000만 원은 생각하고 오래~ 난 못 가겠어."
아이 한 명과 엄마 둘이서 한 달에 1000만 원이나 쓸 수 있다는 지인의 친구 이야기에 동의할 수 없었다. 물론 각 가정의 생활비는 다르겠지만. 엄마와 아이 한 명이면 원베드룸으로 충분할 테고, 교육비도 우리 집의 절반일 텐데 말이다. 최근에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치앙마이에서도 아이 둘과 엄마가 와서 영어캠프를 보내려면 1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 과연 그럴까?
최근 들어 아이들과 함께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동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달 살기를 선택하는 가족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영어 캠프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은데, 업체를 통해 진행하더라도 대략적인 비용을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우리 가족의 한 달 지출 내역을 정리해 보았다.
2022년 12월 한 달간 우리 가족의 지출내역
2022년, 우리 가족은 두 아이(초5, 초3)와 남편, 이렇게 4인 가족이 쿠알라룸푸르의 몽키아라 지역에서 3개월간 지냈다. 항공료는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이용했고, 영어캠프를 마친 후 치앙마이로 이동했기 때문에 항공료는 별로도 계산하지 않았다. 고정비인 콘도렌트비와 교육비를 제외하면, 우리 가족의 한 달 생활비는 약 185만 원 정도였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있음에도 이 금액이었으니 한국과 비교하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다.
우리는 여행을 위한 한 달 살기가 아니라, 두 아이의 영어 캠프를 목적으로 쿠알라룸푸르에 갔기 때문에 12월에는 관광지를 방문하는 일정이 거의 없었다. 평일에는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는 것 외에는 따로 외출할 일이 거의 없어서 자연스럽게 지출도 적었다. 아이들 역시 다른 특별한 곳에 가기보다 콘도 수영장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노는 것을 더 원했다. 쿠알라룸푸르에는 다양한 쇼핑몰이 많아 주말에는 한 곳 정도 방문하고 외식하는 것이 전부였다.
고정비 / 콘도 렌트비
우리가 3개월간 머물렀던 콘도는 주상복합으로, 아래에 쇼핑몰이 있어 비가 와도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가장 편리했던 점은 마트와 한인마트, 그리고 다양한 맛집과 쇼핑까지 모두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수영장과 헬스장도 갖추어져 있어 편리했다. 2년 전, 영어캠프를 위해 왔던 많은 가족들이 이곳에 머물렀는데, 지금은 비용이 1.5배 이상 올라서인지, 어학원 근처의 최근 지어진 콘도들이 더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다.
고정비 / 교육비
영어캠프의 1주일 수업시간이 24시간으로, 이는 한국의 영어학원에서 한 달 동안 배우는 시간(보통 1주 5~6시간)과 비슷하다. 한국에서 4개월 동안 학원에 다니는 비용과 비교해 보면, 영어캠프 1개월 비용이 결코 비싸다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한 반 최대정 원이 6명으로 제한되어 있고, 점심 식대를 포함된 금액이라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만약 영어캠프가 아닌 여행 목적으로 한 달 살기를 한다면, 교육비 대신 여행경비로 사용할 수 있어 비용적으로 훨씬 여유가 생길 것 같다.
외식 & 마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마트 접근성이 좋아 장보기가 매우 편리했다. 덕분에 열심히 장을 봤고, 요리는 남편이 담당했다. 마트 물가가 한국보다 저렴해서 장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고, 특히 과일과 빵이 저렴해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먹는 즐거움을 소중하게 여기는 우리 가족에게는 정말 안성맞춤이었다.
교통비 / 쇼핑 / 기타
나머지 세 가지 비용을 합쳐도 전체 지출의 약 8% 정도에 불과했다. 쇼핑의 절반 이상이 아이들의 영어책 구입에 사용되었고, 특별히 쇼핑을 즐기지 않았으며 외출도 많이 하지 않아서 지출이 적은 편이었다. 영어 원서는 한국보다 비쌌지만, 대형 서점들이 있어 구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치앙마이에 살면서 서점이 부족한 것이 늘 아쉽기 때문에, 쿠알라룸푸르의 서점이 그리울 정도다.
쿠알라룸푸르는 우리 가족이 다섯 번째로 떠난 한 달 살기(세 달 살기)였다. 이전에 갔던 발리에서는 주방이 없는 호텔에서만 머무르며 매번 삼시 세끼를 사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상당했기에, 이후에는 반드시 주방이 있는 콘도나 에어비앤비를 이용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무리 맛있어도 매번 외식은 결국 질릴 수밖에 없음을 알았다. 처음으로 해외에서 아이들은 학교 대신 영어 캠프를 다니고, 우리 부부는 집에서 업무를 보며 한국에서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냈다.
쿠알라룸푸르에서의 3개월은 우리 가족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나는 외국에서 더 오래 살아볼 수 있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게 되었고, 아이들은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키우며, 나아가 국제학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 시간은 결국, 지금 우리 가족의 인생을 바꾼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만약 아이와 함께 한 달 살기를 고려하거나, 아이들의 영어 캠프를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 꼭 한번 시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 가족처럼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