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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드리머 Aug 12. 2024

영어학원 없이, 이렇게 영어에 능숙해졌어요

학원비로는 여행 갑니다


영어 학원 없이도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


 아마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 영어교육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을 거다. 한 번쯤은 '우리 아이도 학원 없이 엄마표영어로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하다가 결국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학원을 다니며 영어실력이 늘지 않으면 아이 탓(?)을 할 수 있지만, 집에서 하는데 영어 실력이 제자리라면 내 책임이라는 리스크를 감당하고 싶진 않으니까 말이다. 아이와 신경전을 벌이며 시켜야 한다는 부담감과 아이와의 관계가 나빠질 가능성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학원에 보내면 눈에 보이는 레벨과 점수가 매달 나오기 때문에, 부모에게는 아이가 잘하고 있다는 안도감과 심리적인 안정감까지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내 아이가 영어를 잘한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수능 1등급이 목표라고 말하는 지인도 있었지만, 나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여행이든 유학, 혹은 직업을 구하는 데에 있어서 영어로 인해 선택의 폭이 줄지 않았으면 한다. 미국간호사 면허증이 있는 나지만, 현지에서 일을 구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기에 포기했다. 여행지에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폭넓은 시야를 가지면 좋겠다. 나의 결핍이 아이들에게는 없길 바라는 마음일 테다. 하지만 내가 영어를 배운 방식대로 아이가 배우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내가 배운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느꼈던 것 같다. 

 




나는 왜 영어학원을 보내지 않았던가?


 내가 영어를 배운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고 싶어서 도서관에 가서 아이의 영어교육과 관련된 책을 찾아봤다. 그 과정에서 엄마표영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비용이 들지 않고 시간 맞춰 어딘가로 이동할 필요도 없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처음에는 '집에서 편하게'라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러면 계속 편하기만 했을까? 물론 아니다. 시작은 쉬웠지만, 지속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게 맞는 걸까?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점점 커져갔다. '아이의 소중한 시간을 헛되게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잘할 수 있는 아이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동안 지속한 가장 큰 이유는 두 아이의 학원비를 아껴서 여행 가고 싶었던 나의 욕심이었다. 한 달에 약 60만 원, 1년이면 720만 원이라는 큰돈이 되는데, 이 돈으로 매년 아이들과 한 달 살기를 떠나고 싶었다. 한 달 살기를 한번 다녀와보니 그 경험과 추억이 꽤나 큰 힘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커리어우먼을 꿈꿨던 내가 의도치 않게 전업맘이 되어 생기를 잃고 무기력해졌지만, '아이와 한 달 살기'로 예상치 못한 주변의 인정과 칭찬을 받으며(사실 지금도 왜 이게 칭찬받을 일인지는 모르겠다),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삶의 활기를 되찾았다. 더불어 아이들 역시 학원 다니기를 거부했다. 


엄마표영어를 해서 잘된 경우?


 각자의 니즈가 다르기 때문에 '잘되었다'라고 보는 시각도 제각각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집의 경우도 하나의 케이스가 될 수 있으니 이야기해볼까 한다. 2023년 8월에 우리 아이들은 치앙마이에 있는 영국식 국제학교에 Y8과 Y6로 입학해 1년이 지났고, 지금도 치앙마이에 살고 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입학률은 올해 기준으로 프라이머리의 경우 36%, 세컨더리의 경우 8%에 불과했다. 사실 아이들의 학교의 입학시험이 어려운 줄도 모르고 그저 여행차 치앙마이에 왔다가 시험을 보게 되었고, 합격하게 되어 다니게 된 경우다. 국제학교에 ESL과정 없이 나이에 맞는 학년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잘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입학 후에도 학업을 따라가는데 문제가 없었고, 친구들이나 선생님과 소통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영어수업의 경우 A반과 B반으로 나뉘어 있는데, A반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아이들이나 잘하는 아이들(주로 국제학교를 오래 다녔거나 혼혈인 아이들)이 속해 있고, 나머지 아이들은 B반에 배정된다. 우리 아이들은 처음에는 B반으로 배정되었으나, 한 학기를 마친 후 1호의 경우는 선생님께서 A반으로 가도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러나 아이는 부담스럽다며 B반에 남겠다고 했고, 새 학년이 시작된 지금은 A반으로 바뀌었다. 치앙마이에 온 후 아이들은 튜터를 하거나 학원을 다닌 적도, 집에서 따로 영어공부를 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이곳에서 학업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이 없는 것은 1호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만 3년간 꾸준히 영어인풋을 쌓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 pexels / olia danilevich


어떻게 유지해 왔는가? 


 처음에 아이들에게 영어영상을 보여줄 때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아이들이 영어 소리에 조금 익숙해질 무렵, 영어책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영어책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아이가 어떤 책을 좋아할지 모르는데 무작정 책을 살 수도 없었고,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싶었지만 영어책이 많지 않았다. 당시 유명했던 ORT시리즈가 처음 구매한 영어책이었는데, 단계별로 책이 많고 얇아서 부담이 없을 것 같아 홍콩판으로 저렴하게 구매했다. 영어책은 가능하면 내가 읽어주기보다는 음원을 듣도록 했다. 언니를 따라다니기 좋아했던 2호도 그때까지는 언니와 함께 음원을 들으며 열심히 책을 읽었고, 이 책들 덕분에 두 아이 모두 자연스럽게 파닉스를 터득했다.


 그 이후에는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책들을 중고로 구입했고, 음원은 핸드폰에서 바로 들을 수 있게 미리 준비했다. 1~2주마다 집 주변 도서관을 돌며 영어책 빌려오는 일을 꾸준히 이어갔다. 이 글을 쓰다 보니, 그때의 노력이 빛을 발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매일 영어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영상은 거의 매일 시청했다. 책을 좋아했던 1호는 3년 내내 성실하게 영어책을 읽었고, 책을 좋아하지 않았던 2호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영상을 볼 때 영어 자막을 켜두고, 영어책 대신으로 자막을 보겠다고 하며 오랫동안 그렇게 유지했다. 지나고 보니 영어책을 성실하게 읽어왔던 1호가 확실히 더 큰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전하고 싶은 말 


 국제학교 입학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 1호가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이렇게 말했다. 

"나도 엄마처럼 내 아이들 키울 거야. 나랑 OO이 여기서 잘 지내고 있잖아. 왜 다른 엄마들은 아이들을 영어학원에 보낼까? 집에서 영상 보고 책 보는 게 얼마나 편하고 좋은데~ 난 우리 애들도 나처럼 키울 거야."

아이의 말을 듣고,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사실 아이가 영상이나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순간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아이가 영어를 싫어하게 될까 봐 꾹 참았다. 내겐 아이들이 영어를 얼마나 잘하는가 보다는 영어를 편하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2호가 영어책 거부가 심했을 때, 학원을 다니라는 말도 여러 번 했었다. 그때마다 1호는 동생에게 "학원 시간 맞춰 왔다 갔다 하는 게 더 귀찮은 거야. 그리고 학원 가면 숙제도 있어. 엄마는 숙제를 안 내잖아. 책을 조금이라도 봐."라고 말해주곤 했다. 1호 덕분에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엄마표영어라고 영어일기를 쓰거나 영어로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내가 한건 딱 2가지였다. 


1) 간식과 함께 영어영상 시청하기

2) 영어책을 볼 수 있는 환경설정


 고학년이 되면 학습적인 부분이 필요해지겠만, 몇 달이 걸리더라도 자연스럽게 부모가 설정한 환경에 스며들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지켜봐 주면 어떨까. 한 번에 안될 수 있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두고 천천히 기다리면 언젠가 가능해진다고 확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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